희망의교회,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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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교회,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1.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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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교회, 그 모델을 만난다(5)

차세대 리더 양성 위한 ‘고교생 멘토링’

‘규칙적인 영적 패턴’ 만들도록 훈련

경기도 김포 신도시 부근에 설립된 ‘희망의교회’. 불과 4~5개월 전에 첫 발을 뗀 개척 교회다. 담임은 박성철 목사. 설립된 지는 꽤 됐지만 오랜 기간 동안의 침체로 담임 교역자가 사임하고 떠난 작은 교회 건물에서 새롭게 시작됐다. 개척 멤버는 독거노인 다섯 가정. 이른바 성공에 대한 희망을 찾아볼 수 없는 교회. 하지만 희망의교회로 이름을 정했다.

박 목사는 “모든 것이 열악한 환경이지만 선교지에서 죽음의 사선을 넘어본 경험을 되살려 다시 한 번 죽기를 각오하고 교회 회복과 성장을 위해 사역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 ‘분립 개척’ 지향


희망의교회도 분립 개척을 지향한다. 교회를 시작하면서 아예 ‘교회 운영 방침’으로 확정하고 못을 박았다. ‘1백 명 이상의 교회를 하지 않는다.’ 교인 수가 백 명이 넘으면 60대 40으로 분립해서 개척을 하는 방법이다. 아직 작은 교회. 분립 개척을 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하지는 않았지만, 철저하게 지킨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이 외에도 성도들과 약속한 몇 가지가 더 있다. △차세대 리더들을 키워내는 것을 주된 사역으로 한다 △교단과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교회 분위기 형성 △교회의 동력을 선교에 투자 △기다리지 않고 찾아가는 사역 △지역사회를 섬기는 교회 △매주 투명하게 교회 재정 공개 등이다.

이런 원칙을 고수하는 박 목사의 생활은 어떨까. 불 보듯 뻔하다. “현재 나의 개척지에서는 3개월째 사례비가 없다. 사택도 없다. 자동차 지원도 없다. 의료보험 지원도 없다.” 결코 순탄치만은 않은 현실을 고백한다.

그러면 박 목사는 사례비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선교지에 있을 때 자신을 돕던 기도 후원자들에게 조금 더 지원해 줄 것을 독려했다. 사택 문제는 교회 교육관에 딸린 허름한 작은방 하나를 사용하면서 지내기로 하고, 교회 화장실과 교회 주방을 사용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22만 킬로미터를 달린 16년 된 중고차는 어떤 성도가 잘 수리해줘 불편 없이 잘 사용하고 있다.

개척하면서 내걸었던 교회 간판도 성도의 도움으로 가능했다. 좌변기가 마련된 화장실은 가나건설이라는 회사에서 무상으로 지어주었다. 샤워를 자주 하지 못하는 독거노인들을 위해서는 샤워장을 새로 만들었다.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매년 가을 소풍을 목욕탕에서 실시한다는 것. 독거노인들을 목욕탕으로 초청해 때를 밀어드리고 사랑이 담긴 따뜻한 음식을 대접한다. 어려운 살림이지만 살가운 맛이 나는 교회의 모습이다.

# 이론보다는 ‘행동’이 필요한 때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박 목사는 왜 대안 교회 개척을 선택한 것일까. “교회의 성장은 어떤 프로그램이 아니며, 말씀을 삶으로, 행동으로 녹여내는 몸짓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 목사는 “이제 한국교회는 이론보다 행동이 필요한 때가 됐다. 실천하고 행동하는 것이 능력이며, 그런 실천가야 말로 진정으로 한국교회의 리더임에 틀림없다”고 강조한다.

이런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개척이 순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오히려 더 힘든 것이 현실이다. 박 목사는 “처음에 교회 개척을 위해 (희망의교회에) 왔을 때 예고도 없이 교회를 훌쩍 떠난 목사님과 똑같이 우리를 취급했다”며 그 날을 회고했다. ‘당신은 또 얼마나 있다가 교회를 떠날 거냐’라는 물음이 담긴 싸늘한 시선들이 박 목사 내외를 반길 뿐이었다.

그래도 진실은 통하는 법. 3개월이 지나면서 교인들의 시선이 부드러워졌다. 박 목사에게 건네는 말과 행동도 바뀌기 시작했다. 모든 것이 없는 상태에서 하나님께서 하나하나 채워주시는 것을 보고, 또 고등학생 3명에게 멘토링을 시작해 차세대 리더로 키워가는 것을 보고 교인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대안 교회라고 전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접근법이 눈에 띈다. △소그룹 중심의 전도 △찾아가는 새로운 전도 △정보매체를 통한 전도 △평신도 중심의 전도 △가정예배를 통한 전도 △참사랑 실천 전도 △철저한 교육을 통한 전도 △문화적 매체를 통한 전도 △관계 전도 등 다른 교회들과는 조금 다른 9가지 전도 방식들이다.

# 건강한 미래를 위한 실천 방안

희망의교회는 9가지의 색다른 전도 방법 외에도 한국교회가 미래를 위한 희망을 함께 그려갈 수 있게 하기 위한 몇 가지 실천 방안을 내놓는다. △사랑과 섬김의 봉사로 존경 받는 리더십이 있는 교회 △함께 뛰는 사역이 있는 교회 △공동의 목적 앞에 연합하는 교회 △본질에 충실한 예배가 있고, 선명한 복음을 가감 없이 전하는 교회 △변화된 삶이 있고, 그것을 간증하는 교회 △시대를 읽고 준비하는 영적 통찰력과 역사의식을 가진 교회 △그 누구도 소외됨 없이 없음을 지향하는 교회 △헌금을 바르게 드리고, 바르게 사용하는 교회 △선교하는 선교 공동체 등이다.

박 목사의 이런 제안에는 이유가 있다. 일상생활도 산 제사로서의 예배이기 때문에 개인 예배와 큐티 등 규칙적인 영적 패턴을 만들도록 훈련하기 위해서다. 교회에서 공동 예배에만 집중하게 해 교회 문 밖에 나오면 세상 사람들과 똑같아져서 구별이 안 되기 때문이다. “어느 자리에 있든지 그것이 하나님께 예배 드리는 자리가 되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하나님을 경외하는 만큼 가족들, 이웃들, 직장 동료들과 깊은 교제에 들어갈 때 하나님과의 교제도 깊어진다”는 이유에서다.

박성철 목사는 말한다. “규모는 작지만 행복하고 건강한 교회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래서 희망이 사라져 가는 한국교회에 희망의 불꽃이 될 것이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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