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음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현장 ‘동네작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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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음에 대한 내성을 기르는 현장 ‘동네작은교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5.01.07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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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교회, 그 모델을 만난다(4)

부족함은 하나님의 풍성함을 경험하는 조건

배려-이해-협력 위한 ‘수평적 리더십’ 필요

성도 20명이 넘으면 교회를 분립하는 동네작은교회 김종일 목사. “작음은 하나님 나라의 구조”라고 당당히 말한다. 언뜻 교회 규모가 작은 데 대한 합리화로 들릴 수 있지만, 개척 이후 지금까지 교인 20명이 넘으면 어김 없이 분립 개척을 한 것을 보면 ‘작음’과 ‘지향점’은 동의어다.

방배동 주택가 언덕배기 카페에서 동네작은교회를 시작한 김 목사의 생각은 지금도 한결같다. “작은 존재로의 출발은 겸손과 섬김 그리고 약한 자와의 연대다. 연약함과 가난함 그리고 부족함은 하나님의 풍성함을 경험하는 조건이다.”

그렇다면 예비 목회자들이 모여 있는 신학대학원들의 풍경은 어떨까. 대부분의 학교 개척 동아리 모임에서는 교회 개척의 가능성을 재정 확보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김 목사는 “3억, 5억, 10억이라는 말을 너무나 쉽게 하며, 수평적 이동을 하나의 수단으로 하기 위해 ‘수도권 인근 신도시를 적극 타겟팅 해야 한다’는 말을 아무렇게나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것이 개척과 관련한 예비 목회자들의 현실 인식이며 일련의 풍경이다.

# 먼저 찾아가라

접촉점. 김 목사는 가장 먼저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접촉점을 찾았다. “목회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고 대안 교회의 가능성을 논하는 글을 올리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자들과의 만남 그리고 소그룹의 참여를 유도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말하는데, 김 목사는 인터넷 공간에서 사람들과 만났다.

그리고 이른바 ‘출장 서비스’도 했다. 세 명만 모이면 갔고, 내가 있는 곳으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부르는 곳을 갔다. 사람들을 만나서는 가볍고 부담 없는 그러나 성경을 깊이 있게 나누었다. 이런 열정은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은 아니지만 개척자의 비전에 동의해 주변의 사람을 소개해 주고 이끌어 주는 소중한 협력자와 조력자들이 생겼고, 이들의 도움과 협력은 개척자가 미처 하지 못하는 새로운 불신자를 접촉하게 하는 계기로 연결됐다. 김 목사는 “많이 알리고, 많이 발품을 팔고, 떠드는 수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 방배동 주택가 골목 어귀에 자리잡은 카페에서 시작된 김종일 목사의 동네작은교회.

# 지향점을 찾으라

교회 개척과 관련해 김종일 목사는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김 목사의 지향점은 △건물 없이 세워지는 교회 △지역을 섬기는 교회 △작게 생존할 수 있는 가능성 등 세 가지.

건물 없는 교회의 장점 중 하나는 경제적인 가벼움에 있었다. “건물을 소유하거나 임대하지 않고 무료로 쓸 수 있는 방법은 무모해 보이지만 스릴 넘치는 과정”이라고 김 목사는 말하는데, 공동체의 재정을 사람을 키우고 사역에 집중해 사용함으로써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동기유발을 하게 한다.

지역을 섬기는 교회를 지향한다면 철저하게 지역에 필요한 공간 구성을 지향해야 한다. 카페, 도서실, 모임방 등 다양하며 아이디어가 넘치는 지역 소통의 공간으로 구성하라는 것인데, “교회가 믿는 자들의 모임이라는 개념을 확고하게 유지한다면 그 건물의 형태나 공간의 유용성은 의외로 다양하고 다변화할 수 있다”고 김 목사는 말한다.

또한 주일 중심의 인테리어를 버리는 대신 주중에 더 활발하게 모이는 공간으로 꾸미고, 지역의 전문가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친근한 공간을 마련하도록 한다. 세상을 위해 존재하는 교회로 세상 가운데 서기 위해서는 창의적 생각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 ‘자발적 가난’의 실천

작은 교회를 보는 걱정 어린 시선 중에 ‘죽지 않고 살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도 빼놓을 수 없다. 20명 내외의 인원으로 과연 가능할까. 김 목사는 이런 물음에 대해 “무엇보다 작은 교회는 태생적으로 연약함에서 출발하며, 부족함을 일정 기간 감내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것은 또 다른 훈련이며 현장임을 포기하지 말고 그것을 풀어내는 공동체적 결단과 시도를 끊임없이 감행해 나가게 되는데, 경제적 위기를 하나님의 능력으로 풀어내는 것을 공동체 전체가 체험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교회는 건강한 경제 공동체로 성장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작은 공동체가 또다시 분립해 나가는 과정은 어떨까. 그동안 많은 분립 개척을 한 김종일 목사이지만 김 목사 개인에게도 분립 개척은 초기의 고통스런 과정으로 되돌아가는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는 과정. “성육신과 십자가 신학이 실제화되는 현장을 목회자와 교우들이 함께 경험하며, 자발적 가난, 가난의 풍성함을 보면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모두가 누리게 된다”는 것이 분립 개척 후 맛보게 되는 열매의 맛이다.

# ‘부족함’에 대한 적극적 수용

가장 큰 관심사는 ‘계속적인 분립 개척’. ‘계속 번식해 나갈 수 있느냐’는 물음에 대해 김 목사는 “오타쿠(특정한 분야에 마니아 이상으로 심취한 사람)적인 폐쇄적 공동체가 아니라, 열린 공동체, 세상과 호흡하는 공동체로 성품이 자라면서 공동체는 복제와 번식의 과정으로 들어간다”고 설명하는데, 이를 통해 배우고 따르고 싶은 리더들이 양산되고, 건강한 소그룹이 만들어지며, 세상과 호흡하는 공동체가 이식되는 과정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성도들의 동의’ 문제도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 “옳고 바르고 건강한 시도일지라도 성도들의 동의와 협력이 없다면 기다리며 시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김 목사는 지적한다. 교회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수평적 리더십을 강조한다. 김 목사는 “소모전적인 회의와 모임이 아닌 배려와 섬김, 이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자기 책임을 분명히 하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강하게 말한다.

김종일 목사는 “작은 교회로서 분립을 계속해 나가는 것은 교회의 안정적인 운용과 재정의 자립이라는 로드맵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그리고 “그저 과정 중에 있음을 즐기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올 때 그 안에서 이리저리 부딪혀보고 그러면서 위험을 감수해 나가는 것을 심지어 즐기는 것”이라고까지 설명한다. 막연히 작은 교회를 꿈꾸는 목회자들은 듣기 싫은 소리일지 모르지만 “항상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고 가끔 넉넉함이 오지만, 그것을 호사스럽게 누리지 못함을 알기에 미련을 두지 않는 내성을 길러내야 하는 현장”이라고 김 목사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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