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을 실망 시키며 밖에서 전도하겠다는 ‘비즈니스 선교’는 모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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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을 실망 시키며 밖에서 전도하겠다는 ‘비즈니스 선교’는 모순”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4.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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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A, 25일 ‘선교지 현장과 BAM’ 주제로 ‘BAM 포커스’ 개최

“직원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외부에서 돈을 쓰는 것은 직원들을 배신하는 행동입니다. 직원들에게 복음을 전하지 못하는데 외부에서 복음을 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비즈니스는 무언가를 하기 위한 수단이 아닙니다. 비즈니스와 선교는 절대 분리될 수 없습니다.”

많은 이들이 비즈니스 선교에 대해 잘못 생각한다. 선교를 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비즈니스를 활용한다는 오해다. 하지만 비즈니스 선교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는 ‘BAMer’들은 이런 인식에 경종을 울린다.

비즈니스 선교를 위한 연합체 IBA(사무총장:이다니엘 목사)는 25일 평안교회에서 ‘선교지 현장 그리고 Business As Mission’을 주제로 ‘BAM 포커스’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컨퍼런스에는 현장에서 비즈니스맨인 동시에 선교사로의 삶을 살아가는 핸즈커피 진경도 대표, 긱섬 김진수 대표가 BAM의 실제에 대해 전했으며 IBA 이다니엘 목사가 토의를 진행했다.

Business As Mission, 줄임말로는 BAM, 불완전하게나마 한국어로 옮기자면 비즈니스 선교라 불리는 영역이다. 얼핏 이질적이라 느낄 수 있는 두 가지 분야의 융합이다 보니 이런 저런 오해가 생기곤 한다. 전통적 선교를 하기 위한 우회적 도구로 비즈니스를 활용한다는 것이 대표적 오해다. 반대로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어떻게 선교가 될 수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 한국과 중국에서 프렌차이즈 카페 ‘핸즈커피’를 운영하는 진경도 대표는 BAM의 분명한 원칙 세 가지를 제시한다. 선교적 의도성과 유지 가능성, 선한 영향력이 바로 그것. 진경도 대표는 그중에서도 선교라는 사명을 중요시하는 비즈니스 선교사들이 놓치기 쉬운 ‘유지 가능성’에 대해 특히 강조했다.

진 대표는 2012년 당혹스러운 사건을 겪었다. 적잖은 기간 함께 했던 3명의 직원이 직장을 떠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표의 신앙적 사명과 목표가 전 직원들에게 완전히 합의되지 않았음에도, 그로 인해 직원에게 오는 보상이 줄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수익창출만이 목적이 아닌 선교 사명을 지닌 비즈니스라면, 수익의 일부가 선교나 공익사업에 투입되기 마련인데 모든 직원이 그 목적에 공감하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BAM에는 ‘언약적 관계’와 ‘계약적 관계’가 모두 존재한다. 선교적 사명에 공감해 자신의 이익을 일부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는 것이 언약적 관계라면, 그에 동의하지 않고 자신의 역량과 직무 능력만큼 합리적인 보상을 얻기를 기대하는 것이 계약적 관계다. BAM이라면 언약적 관계로 충분할 것이라 여겼던 진 대표는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 뒤로 핸즈커피는 그동안 신경쓰지 못했던 급여 기준표와 테이블을 만들었다. 연봉을 업계 상위 20% 수준으로 끌어올렸고 직원 복지에도 신경을 썼다. △경영진의 최고 연봉은 신입직원의 7배를 넘지 않는다 △연간 2회 직원 대상 경영평가회를 실시한다 △36개월 이상 근무자에게는 세후 순이익의 10%를 추가 배당한다 △신입사원 환영 시스템과 노사위원회를 조직한다 등의 경영 원칙도 세웠다.

진경도 대표는 “우리의 많은 현장, 비단 BAM뿐만이 아닌 다양한 사역이 실패하는 이유는 언약적 관계를 강요하기 때문일 수 있다”면서 “BAM을 하려면 현지 직원에게든 한국인 직원에게든 계약적 관계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 만약 그럴 역량이 되지 못한다면 ‘믹스 이코노미’ 체제로 후원을 받아서라도 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지 가능성을 위해 또 하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은 비즈니스 자체의 경쟁력이다. 커피 품질과 공간 디자인 등에 총력을 기울인 핸즈커피는 유명 커피 감별사 유튜버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아메리카노와 라떼 모두 24개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2018년부터 4년 연속 한국프렌차이즈대상에서 ‘우수 프렌차이즈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렇게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를 일궈가고 있는 와중에도 ‘미션 컴퍼니’로서의 정체성은 놓치지 않는다. 핸즈커피는 한국과 중국 모두 전 직원이 참여하는 예배를 드린다. 입사부터 기독교식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서약을 받기에 이에 불만을 가지는 직원은 없다. 심지어 비기독교인 직원이 돌아가며 예배 사회를 맡기도 한다. 진 대표는 매일 밴드를 통해 직원들과 기도제목을 나눈다.

그는 “기업의 소유권을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에 매일 그분의 말씀을 듣고 직원들과 나누는 일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이것은 제 고집이다. 이 예배 문화가 기업의 의사결정과 소통방식, 비즈니스 원리를 모두 결정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은 ‘종교적인 것’을 싫어할 뿐 ‘영적인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본질에 접근한다면 비기독교인 직원들도 거부감을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 대표는 마지막으로 비즈니스와 선교가 융합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가 곧 선교가 돼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했다.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비즈니스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느냐고 물었다. 저는 ‘비즈니스 자체가 본질적 가치’라고 답했다. 절대로 비즈니스는 수단이나 도구가 아니다. 비즈니스의 결과물로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비즈니스는 복음과 분리될 수 없다”면서 “누군가는 그렇게 하면 복음은 언제 전하느냐고 묻는다. 그런데 정직하게 하나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는 비즈니스가 곧 선교다. 저는 기업을 운영하며 많은 직원들이 복음화되는 것을 목격했다. BAM을 한다면 비즈니스를 곧 소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IBA BAM 포커스에서 발제하는 핸즈커피 진경도 대표.
IBA BAM 포커스에서 발제하는 핸즈커피 진경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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