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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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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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9.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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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진 목사 / 거룩한빛광성교회

조선의 첫 번째 임금 태조의 이름은 이성계(李成桂)다. 태조의 아들이며 세 번째 임금의 이름은 방원(芳遠)이다. 그렇다면 네 번째 임금인 세종의 이름은 무엇일까? 도(祹)다. 이후 5대 문종 향(珦), 7대 세조 유((瑈), 9대 성종 혈(娎), 22대 정조 산(祘), 26대 고종 회(熙) 등 모두 외자다. 왜 그랬을까?

중국문화권에서 상대방의 이름을 직접 부르는 것은 실례라고 간주되어 자(字)나 호(號)를 불렀다. 특별히 왕이나 제후의 이름을 문서상에 사용하는 것은 큰 실례였으며,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도 사용하지 못했다. 이것을 ‘피휘(避諱)’라고 한다.

조선은 ‘기록의 나라’라고 불릴 만큼 사관(史官)이 작성한 사초(史草)가 넘쳤다. 특히 한자문화권에서 같은 글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조선의 임금들은 외자로 이름을 지었을 뿐만 아니라 거의 사용하지 않은 희귀한 한자를 찾아서 사용했다.

21대 영조 임금 당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승지가 임금에게 올리는 상소문을 읽어 올릴 때 어느 대목에서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었다. 바로 상소문에 영조 임금의 이름이 적혀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영조 임금은 혀를 끌끌 찼다.

“승지가 읽지 못하는데, 읽어도 된다. 과인이 40년간이나 (내 이름을) 말하지 않았던 까닭을 아는가.”

성경에도 이런 ‘피휘’가 등장한다. 바로 하나님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다.

히브리 성경에 기록된 하나님의 이름은 ‘יהוה’다. 그런데 거룩한 하나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를 수 없었기에 유대인들은 이 단어가 나오면 ‘아도나이(י󰗺󰕌󰔣)-주님’이라고 말했다. 이 네 단어를 ‘신성한 네 문자(Tetra grammaton)’라 부른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문제가 생겼다. 신성한 글자라 ‘주님’이라고만 부르다보니 정작 하나님의 이름을 잊어버린 것이다. 지금 우리가 부르는 ‘여호와’(혹은 야웨, 야훼) 등은 ‘신성한 네 글자’에 ‘아도나이’의 모음을 붙여서 부르는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출20:7)” 고 명령하셨다. 여기서 ‘망령되게’라고 번역된 히브리어는 ‘사악하다, 나쁘다, 헛되이, 무익하게’ 등의 뜻이다. 옛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름이 너무나 신성하여 발음을 잊어버릴 정도로 신중하였다. 하지만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너무나 쉽게 하나님의 이름을 이곳저곳에 갖다 붙이고 있지 않은가?

18세기 후반 청나라의 왕석후라는 학자가 6대 황제인 건륭제(乾隆帝)의 이름을 부주의하게 자신의 책에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본인뿐만 아니라 수십 명이 연관되어 처형당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가 하나님을 진정으로 경외한다면 일개 황제의 이름보다 귀하게 생각하고 조심해야 함이 마땅하지 않을까?

하나님의 이름을 앞세우는 척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그것이야 말로 하나님을 ‘망령되이’ 일컫는 죄를 범하고 있음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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