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변화된 현실을 직시할 때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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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은 변화된 현실을 직시할 때 의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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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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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중 목사 / 꿈의 교회

현재 브라질에서 2014년 월드컵이 한창 열리고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의 결과에 따라서 사람들은 때로는 놀라고, 때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월드컵의 조별 예선에서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했던 뉴스는 2010년 월드컵 우승국이자 우승 후보 0순위이던 스페인 대표팀이 탈락한 것입니다. 특히 네덜란드에게 1-5로 참패한 뒤 고개를 떨구는 그들의 모습은 많은 축구팬들을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한편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비아냥을 받았던 뉴스는 바로 우리나라 대표팀의 탈락이었습니다. 알제리에게 2-4로 참패하고, 한 명이 퇴장 당했던 벨기에에게도 지면서 탈락하자,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을 보냈습니다. 이처럼 사람들을 놀라게 했든, 사람들로부터 비아냥을 받았든 이 두 팀이 탈락한 원인에는 공통적인 원인이 있었습니다. 왜 그런지 두 팀을 한번 살펴봅시다.

스페인 대표팀은 마치 탁구를 치듯이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경기를 지배하는 ‘티키타카’ 전술로, 2008년부터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상대 팀들은 ‘티키타카’를 깰 수 있는 새로운 전술을 연구했고, 작년부터 몇몇 팀들이 ‘티키타카'를 깨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티키타카’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대표팀은 계속 ‘티키타카’만 고집하며 경기를 했습니다. 그 결과 월드컵에서 ‘티키타카’는 막혔고, 스페인 축구도 동시에 몰락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대표팀은 지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던 팀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감독도 그대로 홍명보 감독이었고, 선수들도 홍명보 감독과 그 영광을 함께 누렸던 그 선수들이었고, 전술도 올림픽 때의 그 전술로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와 같은 조에서 있는 팀들은 2년 전의 올림픽만 보더라도 우리나라의 강점과 약점을 훤히 알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은 올림픽 당시의 시스템을 고집하며 월드컵에 출전했고, 결국 1무 2패라는 성적표를 남기며 탈락했습니다.

이 두 팀의 공통점을 보면, 이전에 잘 되었던 작전을 그대로 답습(踏襲)하다가 상대방의 철저한 대비에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전에 좋았던 것을 잘 계승하여 전통으로 만드는 작업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스페인이나 우리나라 대표팀처럼 옛날 것에만 안주하여 변화된 현실을 직시(直視)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 좋았던 것은 무의미, 무가치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실제로 한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을 보면 잘 나갈 때 그 성과에 도취되지 않고, 오히려 현실의 변화를 보며 자신을 끊임없이 개혁했습니다. 삼성그룹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도 기업이 한참 잘 나가던 1993년 6월에 이건희 회장이 외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이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이 회장의 선언도 잘 나가던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변화된 현실을 바라보며 개혁하라는 외침이었습니다. 또한 고양 원더스의 김성근 감독도 수시로 “선수는 자신을 성공한 3할 타자가 아니라, 실패한 7할 타자로 인식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이것도 3할의 성공에 도취되지 말고, 실패한 7할을 극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혁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 동안 우리 한국교회는 ‘좋은 전통을 지켜야 한다’, 혹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의 시스템과 기조를 바꾸는데 주저했습니다. 양적 성장의 결과에 도취되어, 세상의 변화에 무관심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문화적으로는 세상에 뒤쳐지게 되었고, 윤리적으로는 세상의 수준보다 뒤쳐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이 쌓이고 쌓이다가, 결국 세상으로부터 비아냥을 받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이런 비극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복음의 전통은 이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세상의 변화를 냉철하게 바라보면서 세상을 향한 또 다른 전술로 행진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있는 영혼들을 살리라”고 우리에게 부탁하신 하나님의 말씀을 잘 이루어갑시다.

김학중 목사 / 꿈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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