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판단과 원칙’만이 사회 법정 제소 막는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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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판단과 원칙’만이 사회 법정 제소 막는 지름길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4.06.24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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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넘어서는 교회, 법에 지배되는 교회

1948년 마산 문창교회. 위임을 받은 송상석 목사는 ‘교회 재산은 교인 총유(總有)’라는 입장에서 교회 재산에 대한 법적 소송을 제기한다. 이후 총회 지지측과 노회 지지측이 대립하면서 소송은 15년 동안 이어졌고, 교회 또한 제2문창교회와 오동동교회로 분열되는 아픔을 겪는다. 결국 법원이 중재에 나섰고 교회 재산을 분할함으로써 법적 대립은 종결된다. 이를 통해 ‘교회의 재산은 교인 총유의 것’이라는 대법원의 판례가 됐다.

‘법(法)’. 그동안 교회와는 거리가 먼 무관한 단어였고, 교회 안에서는 사문화(死文化) 된 것과 다름 없었지만,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교회 운영의 범주를 넘어 ‘교회 분쟁’에 까지 그 범위가 확산됐고, 법으로 인해 조용하던 교회가 풍비박산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시끄럽던 교단 총회도 “법이요!” 한 마디에 모든 게 해결되던 때도 있었다. 특정 사안으로 논쟁이 벌어지면서 이해가 극명하게 엇갈릴 때 들리던 “법이요!” 이 한 마디는 모든 법적인 다툼을 내려놓게 했고, 총대들 또한 명기된 법 조문에 수긍했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법을 교묘하게 혹은 전문적으로 이용하는 교회와 개인이 증가하고 있다. 법을 넘어서는 교회가 돼야 하지만 법에 지배되는 교회로 전락하는 형국이 됐다. 교인 총유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남긴 문창교회 사건을 언급한 고신대학교 이상규 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이제 사회법정에 법적 해석을 의뢰하는 교회는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 교회 관련 소송, 한 해 1천여 건 이상

대법원이 지난 2007년 발간한 ‘사법연감’에 의하면 2006년 한 해 동안 처리한 전체 사건 수는 1천887만 9백여 건. 이 중에 소송이 563만 2천여 건이며, 그 가운데서도 민사소송이 379만 1,500여 건으로 나타났다. 2013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는 69만9,795건의 고소 고발이 한 해에 이루어졌다고 보고됐다. 교회 관련 소송도 일정 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기독교화해사역세미나’에서 오세창 변호사가 밝힌 데 따르면, 현재 법정 소송 중인 교회는 약 1천여 개. 한국 교회 10대 순위에 있는 교회들도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회 안에서 다툼과 소송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어떤 결말에 도달할까. 이상규 교수(고신대학교)는 지난 5월, 미래교회포럼에서 “교회 지도자들은 교회의 화평과 건덕을 위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지는 않는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교회의 재산을 조건 없이 양도하거나 포기한다면 교회 재산을 누가 어떻게 지킬 수 있겠는가’ 하는 강한 위기감을 갖는다”고 설명, 마산 문창교회의 소송 또한 이런 이유에서 제기된 것이라고 말했다.

서헌제 교수(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이런 교회들의 대부분은 ‘분열’로 종결되며,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았다. 반목하는 두 집단이 한 곳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더 큰 갈등을 일으키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분열된 교인들이 자신의 교리적 신념을 지키면서 신앙생활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교인 수에 비례해 교회 재산을 나누어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공유설에 바탕을 둔 서 교수의 이 말은, “법이론적인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믿음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존중하면서도 교회 재산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설명이다.

한편으로는 ‘교회 재산의 박탈’이라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최근 미국에서의 판례를 예로 든 서 교수는 “재산을 나누지 않고 종전 교단에 잔류하는 쪽에 교회 재산을 몰아주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하고, “차라리 어느 한쪽의 재산권을 상실시킴으로써 두 집단을 갈라서게 해 새로운 신앙공동체로서 새 출발을 하게 하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두 갈등 집단이 같은 공간에 병존하면서 겪게 되는 갈등으로 인한 ‘피해’가 재산권 중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넘어서는 경우에는 그 재산권을 박탈해서라도 갈라서게 하는 것이 지혜롭다”고 강조했다.

# ‘사회법정 제소 금지’ 결의에도 소송 증가

“소송과 분열만이 능사는 아니다”는 주장도 강하다. 한국 교회 대부분의 정서는 ‘교회와 법은 멀어야 한다’는 것. 바울 또한 성경에서 불신 법정이나 불의한 재판관 앞에서 신자가 송사하는 일에 대해 명확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고려신학교 신호섭 교수는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6장 1~11절 전체를 통해 그 어디서도 불신 법정에서의 신자 간 소송의 길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속 법정에서의 송사를 강하게 비판한다”고 주장했다.

신 교수는 레온 모리스의 말을 인용, “‘어떤 형제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그 법적 절차의 결과가 어떻든 간에 이미 패배한 것’이라는 말을 주의 깊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한 “신자 간의 불신 법정에서의 송사는 어떤 경우에든지 부덕하고 불의한 일이며, 불신자를 향한 송사까지라도 할 수만 있으면 피해야 한다”고 말하고, “부득이하게 신자 간에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자는 철저하게 신자의 법정인 교회의 치리회 내에서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교회는 신자 간의 문제를 화해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교계의 이런 정서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회자를 포함한 성도간의 사회법에 대한 제소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 교단들 또한 사회법 제소를 금지하는 총회적 결의를 하기도 한다. 예장 합동총회는 ‘사회법정고소자관련 결의시행연구위원회’가 조직돼 5명의 위원을 두고 있다. 지난 1973년 23회 총회에서 ‘성도간의 사회법정 소송 금지’를 결의한 고신총회는, 1년 뒤인 24회 총회와 26회 총회에서는 소송의 여지를 남겨두는 결정을 내렸지만, 지난 2006년 열린 56회 총회에서 사회법정에 송사하는 것을 금지하기로 다시 결의,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 ‘화해 조정과 중재’로 교회 분쟁 해결 필요

그렇다면 총회 결의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사회법정으로 나가는 것일까. 예장 합동총회 재판국장 정덕봉 장로는 “법 규정과 원칙에 의한 재판이 아니라 정치적 재판이라는 인식이 강할 때 사회법정으로 나가게 된다”고 말하고, “법적인 판단과 정당성, 원칙에 의해 진행되는 재판만이 사회법정으로의 비화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합동총회의 경우 한 회기 동안 접수되는 수임과 상설건은 약 30여 건. 타 교단의 경우도 이와 유사한 비율이다. 정 장로는 “현재까지 우리 교단(예장 합동)에서 총회 재판국의 판결에 불복해 사회법정으로 나간 소송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오히려 화해로 소송을 취하한 것이 3건, 합의 조정 또한 3~4건에 이른다”고 말하고, “법과 원칙, 신앙과 믿음으로 서로 대화하면 진실은 통한다. 철저하게 양측을 법리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급증하는 소송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화해 중재’.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 교회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송 당사자들 중에서도 일부만이 화해 중재를 선택한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 기독교화해중재원이 지난 2013년 총회에서 보고한 바에 따르면 한 회기 동안 진행된 화해 중재 상담은 총 60건. 이 중에서 3건의 조정 화해와 1건의 중재 판정, 34건의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 조정이 진행됐다. 조정 성공률은 23%에 그쳤지만 화해 중재를 통한 교회 분쟁의 해결은 점차 확산돼야 할 부분이다.

화해중재원은 “우리나라 법원의 민사사건 중 소액 사건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75%에 이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화해 조정과 중재의 활성화를 통해 법원과 교회의 부담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교회 분쟁과 관련한 화해 조정과 중재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성도들과 교회가 법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법은 규제하고 옭아맨다’고 생각하기 때문. 그러나 “규제보다는 불법으로부터 교회와 성도를 방어해주는 최소한의 울타리라는 개념에서 법의 필요성을 공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교리와 장정’의 제정 목적을 들여다보면, ‘감리교회의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역사와 전통적 교리를 밝히고, 헌법과 규칙을 제정함으로 교인들을 올바로 훈련하고 이끌어 감리교회를 부흥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규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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