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연중의 문화칼럼] 애가(哀歌), 애통의 노래로 함께 울라
상태바
[추연중의 문화칼럼] 애가(哀歌), 애통의 노래로 함께 울라
  • 운영자
  • 승인 2014.05.29 1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추연중의 CCM프리즘 (10)

지난 반 세기를 돌이켜 볼 때 대한민국 전체가 이토록 동시에 큰 비탄과 깊은 슬픔에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어른들의 이기심과 탐욕으로 인해 죄 없는 생떼 같은 아이들이 아무런 대책 없이 눈앞에서 죽어가는 모습은 분노를 넘어, 모든 이의 가슴에 깊은 슬픔의 씨를 뿌렸다. 고난주간에 일어난 사고의 슬픔은 부활절 아침까지 이어졌고 대한민국의 모든 시계는 멈춘 듯 했다.

이에 누군가는 분노로, 누군가는 말없는 섬김과 돌아봄으로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슬픔을 삭이고 추모에 동참해 왔다. 음악을 통해 동시대와 소통해 온 아티스트들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의 사무침을 곡조 있는 울음으로 표현해 전하기도 했다. 믿기지 않는 소식은 가슴에 슬픔의 싹을 돋게 하고, 이는 추모의 꽃으로 피워져 함께 위로하며 울어줄 노래인 애가(哀歌)의 발표로 이어졌다. 윤일상, 김창완, 유희열 같은 대중음악 아티스트들로부터 시작된 추모의 분위기는 크리스천 음악계까지 전달되고 있다. CCM 아티스트 김명식은 ‘남겨진 아빠의 기도’를 발표해 시대의 슬픔에 동참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지난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일어난 911 테러사건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한동안 깊은 슬픔에 빠져 있던 미국이 자생적인 치유의 움직임을 보이게 된 것은 나라 전역에서 조금씩 ‘God bless America’의 모드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커다란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미국이 시대적 슬픔을 신앙으로 딛고 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런 영향으로 당시 발매된 마이클 W. 스미스(Michael W. Smith)의 ‘Worship’ 앨범이 빌보드 일반 차트 상위에 오르고 워십 리더인 매트 레드먼(Matt Redman)이 발표한 ‘Blessed be your name’이 미국 전역의 교회에서 불리며 애통의 마음으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주님 앞으로 나아가게 된 것을 기억한다.

당시 신학자이자 CCM 아티스트인 마이클 카드는 슬픔의 시대에 노래로 함께 울어줄 애가(哀歌)가 없음을 깨닫고 책 ‘잃어버린 노래, 애가’를 썼다. 그는 “정직하게 표현된 우리의 슬픔이 하나님 앞에서 찬양으로 고백되어 질 때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그 답을 주실 수 있고 우리의 눈물을 통해 그분께서는 마음을 움직이신다.”고 말한다. 우리 예수님께서도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몸소 함께 슬퍼함의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다.

최근 전해지는 교계 뉴스를 보면 수많은 실언과 성숙되지 못한 표현으로 인해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가 가해지는 것들을 보게 된다. 말로다 표현하기 힘든 큰 고통 속에 있는 이 시대에 지금 필요한 것은 어설픈 위로나 상황에 대한 개탄이 아닌 슬픔의 언어인 애가(哀歌)로 함께 울며, 주님께 나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Kyrie Eleison(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