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권의 문화칼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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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문화칼럼]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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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5.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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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권의 기독교미술 간파하기 (25)

참담한 봄이었다. 가슴이 찢어지다 못해 삶의 이유조차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절망적인 수많은 분들께 먼저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갖은 풍파와 온갖 시련을 넘어 자신만의 세계를 이룬 무수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그들의 삶을 존경했다. 하지만 경험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음을 알고 있다. 또한 기도하며 간절히 매달리고 감사함으로 인내할 일들이 있는 반면, 기도가 막히고 시험 들어 회복되지 못할 일들이 있음도 잘 알고 있다.

삶의 구석구석까지 맥이 풀린 지난 날들, 우리 학생들도 의욕을 잃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실기 위주의 수업임에도 그리지도 못하고 그리고 싶은 의욕조차 사라진 그런 상태들의 연속이었다. 그래서 학생들 스스로 과제를 정하도록 했다. 각자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찾아 그 내용을 주제로 작업하고 그 결과물을 가지고 발표하기였다. 재료와 기법, 크기며 표현 양식 등 모든 것을 자유롭게 함을 전제로.
소개하는 작품은 제자 김민식이 4절 캔트지에 수채화로 제작한 것이다. 발표가 끝나고 그 내용을 써오라고 했다. 그는 빌립보서 4장 6절 말씀을 선택했다.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다만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그림의 배경은 파란 계열의 색으로 아픔을 표현했고 오른쪽에는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라’는 구절을 표현하기 위해 재미있고 화려한 느낌을 줬다. 노란색, 보라색, 분홍색, 초록색, 등 화사한 색으로 물감을 튀기고 뿌리는 기법으로 걱정 없는 느낌을 표현했다. 특히 왼쪽 아래의 검정색은 위로 받을 수도 없는 슬픔을 나타냈다. 십자가는 우리의 고통을 대신 한 예수님을 상징하기 위해 눈물 자국은 피의 의미를 담아냈다. 그리고 각 모서리에 파란 하트모양 스티커를 붙여 차갑지만 사랑으로 지켜준다는 의미를 표현했다. 십자가 모서리의 빨간 하트 스티커는 붉은 피를 표현함으로 구원에 대한 의미로 붙였다.

이제 우리는 현실을 직시하고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한다. 찢어진 가슴을 부여안고 치밀어 오르는 슬픔을 삼키며 살아가야 한다. 언젠가는 기도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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