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은 하나님이 맡긴 소명, 세월호 참사도 이를 간과하는데서 발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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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은 하나님이 맡긴 소명, 세월호 참사도 이를 간과하는데서 발생해”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5.16 2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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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건을 통해 본 ‘그리스도인의 직업윤리’ 성찰

‘태초에 하나님은 일하셨다. 하나님은 일하실 뿐만 아니라, 거기서 큰 기쁨을 누리셨다.’(팀켈러의 일과영성中)

개혁주의적 소명관에 따라 그리스도인은 주일에만이 아닌, 매일의 삶 속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온전한 삶의 실체를 드러내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 안을 넘어서 일상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에서도 그리스도인은 ‘작은 예수’가 되어 믿는 자의 본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명의식을 제대로 갖지 못할 때 예기치 못한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300여명의 참사를 낸 세월호 사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모두 직업적 소명(calling)의식을 간과한데서 발생한 것이다. 배가 기울어가는 상황에서 선장과 선원들이 초기 대응에만 철저했더라도 이토록 큰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직업이 아닌 직업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온전한 형상을 드러내는 삶의 자세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 일은 ‘밥벌이’가 아니라 소명이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 후. 수많은 생명이 배 안에 갇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도움의 손길도 펴지 못한 채 수많은 아이들이 죽어간 것이 확인됐다. 세월호 조사 과정에서 노후 된 배를 개조해 많은 수의 승객을 태우려고 했던 배의 구조적 결함이 드러났다.

아울러 탈출이 급박한 상황 속에 대피명령을 내려야 할 선장은 승객을 남겨두고 홀로 탈출했다. 이 모든 것이 인재(人災)가 만들어 낸 참변이었다. 수백 명의 승객의 생명을 지켜야 할 자리에서 벗어나 직업적 소명의식을 잃은 채 ‘홀로 살겠다’는 의식이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것이다.

이의용 교수(국민대)는 “이렇듯 각자의 직업이 가진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고,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할 때 엄청난 사회적 재앙이 닥칠 수 있다”며 직업에 대한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그리스도인에게 직업은 하나님이 주신 사회적 직분”이라며 “하나님의 나라는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다양한 직업을 하나님의 뜻대로 수행할 때 이뤄진다”고 조언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서른통’이라는 책을 펴낸 김남준 목사(열린교회)는 “그리스도인에게 직업은 단순한 밥벌이가 아니라 하나님을 향한 섬김”이라며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창조 목적으로 돌아가는 일에 이바지 하는 도구”라고 밝혔다.

세상이 아무리 타락했다고 해도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을 등지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자신에게 맡긴 일에 대한 소명을 되찾을 때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에 속하면서도 하나님의 창조 목적을 온전히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리스도인의 직업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직업을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찾는 것이다. 아울러 교회는 사회적 영향력을 잃어버린 그리스도인들에게 직업의 ‘소명(calling)’을 환기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교회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소명’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면서 “교회가 훌륭한 직업인이 곧 훌륭한 그리스도인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가르칠 때 세계 곳곳에서 그리스도인들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스도인의 직업윤리의 완수

자신의 직장에 대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인했다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직장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성경에서는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골3:23)’고 말한다. 이러한 성경적 직업관을 드러내는 삶이란 먼저는 섬김의 본이 되는 것이다. 많은 신학자들은 일터에서의 생활이 사회를 향한 섬김으로 나아갈 때 성경이 말하는 직업의 소명을 온전히 이룰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문제를 꼬집어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는 진정한 삶의 가치가 남을 섬기는데 있다고 여겼다. 우리의 일과 직업이 다른 이웃을 섬기는데 사용되어야만 비로소 ‘소명’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최근 ‘급변하는 직업 세계와 직장 속의 그리스도인’이라는 책을 펴낸 임성빈 교수(장신대)는 “신앙인의 소명이 이웃과 공동체를 섬기는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면, 이러한 섬김의 규범은 사랑과 정의로 드러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무조건적인 이웃의 유익을 구하는 사랑이 현실화되려면, 조건적으로 이웃의 유익을 모색하는 정의로 전환돼야 한다”며 “현실에서 신앙적 삶의 최소한의 규범이 정의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도인이 삶으로 행하는 ‘사랑의 실천’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직장이기도 하다. 말씀대로 순종하며 나누는 삶을 이웃에게 실천하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직업윤리의 최고점에 있다.

이밖에도 많은 그리스도인은 일터에서 부딪히는 세상 문화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한다. 직장생활 가운데 신앙적 가치 판단과 대치되는 명백히 부정직하고 잘못된 상황에 부딪치기도 한다.

김남준 목사는 “직장을 하나님께 맡겨주신 소명의 자리로 인식하는 사람은 눈 앞의 이익이나 손해에 매여 움직이지 않는다. 또한 회사 내의 파벌에 가담하기를 연연해하지도 않는다”고 단언했다.

잘못된 직장 내 오래된 관행에 대해서는 “명백히 부정직하고 잘못된 것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며 “현재 주어진 분야에서 차분히 성실하게 자신의 실력을 쌓다보면 더욱 많은 것을 보고 결정할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종 목적은 섬김으로 ‘선교’ 이루는 것

직장인 그리스도인으로서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다. 자신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삶의 가장 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경건생활을 놓치는 일이다. 일터사역에 활발히 참여하는 직장인 그리스도인이 마음에 새겨야 할 사실은 자신의 영적 상태에 대해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남준 목사는 “그리스도인이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경건의 끈을 놓치게 될 때 근본적인 자신의 영적 상태를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며 “경건생활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모두 환경을 탓하며 기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능가하는 열심을 가지고 기도한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신앙을 위협하지 않는 착한 직장을 찾아 헤매는 대신, 신앙을 위협하는 그 어떤 요소와도 맞서 이길 수 있는 강한 하나님의 군사가 되도록 노력하라”고 말했다.

눈 코 뜰 사이 없는 바쁜 회사에 다니면서도, 높은 연봉을 받으며 일하면서도 경건생활을 잘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신의 모습을 합리화하거나 심지어 주일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면 과감히 자신의 영혼을 위해 직장을 옮기는 것도 필요한 부분이다.

방선기 목사(직장사역연합대표)도 “직장 안에서 그리스도인들은 싸우는 군인이 돼야 한다”며 “직장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살려면 청지기, 군인, 종이라는 세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기억해야 할 사실은 직장일터의 최종 목적지가 바로 ‘선교’에 있다는 점이다. 직장 안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모든 관계에서의 섬김과 사랑은 궁극적으로 ‘영혼 구원’의 사역을 통해 온전해진다.

김 목사는 “돈 밖에 모르는 사장, 매일 우거지상을 하고 출근하는 부하 직원들, 어쩌면 그들 모두가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고쳐 주라고 맡기신 영혼일지 모른다”며 “아무리 어려운 곳도 하나님의 통치가 구현되어야 할 사역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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