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아닌 성령의 능력으로!” 비서구권 선교 운동 ‘Coala’ 본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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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아닌 성령의 능력으로!” 비서구권 선교 운동 ‘Coala’ 본궤도
  • 방콕=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5.07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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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la 두 번째 모임, 지난 1~3일 방콕 소피텔서 개최
아시아·남미·아프리카 선교 지도자 한자리 모여 회의
‘비서구권 선교가 나아갈 선교 전략’ 담은 결의문 채택

하얀 피부에 파란 눈의 선교사가 익숙하던 시대는 지났다. 서구 교회의 하락세가 지속되며 서구 선교사의 파송 역시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열방 곳곳에 복음이 필요한 미전도 종족은 여전히 너무도 많고 지상명령 성취를 위한 행진이 멈출 수는 없는 법. 서구 교회의 빈자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중남미 교회가 채웠다.

이제 세계 선교는 비서구권 교회의 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급성장한 아프리카 교회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와 중남미권,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가 급부상하면서 세계 기독교와 선교의 무게 중심 또한 비서구권 교회로 옮겨졌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경제력이 비교적 약한 비서구권 교회는 서구 교회가 해왔던 자금력과 외교력을 바탕으로 한 선교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하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서구식 선교 방식을 탈피하고 비서구권 교회가 중심이 되어 세계 선교를 이끌기 위해 비서구권 선교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뭉쳤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의 선교 지도자들은 지난 1~3일(현지 시각) 2박 3일간 태국 방콕 소피텔에서 ‘Coala’(Christ of Asia, Africa & Latin America) 모임을 가졌다. 비서구권 교회의 세계 선교 운동인 Coala는 지난해 평창에서 열린 NCOWE에서 마음을 모아 결성됐고 이번에 진행된 두 번째 모임을 통해 비서구권에서 가능한 선교전략을 모색하고 결의문을 발표했다.

성령의 능력과 하나님의 일하심

한 세기 만에 상황이 반전됐다. 아시아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등 일명 ‘다수 세계’(Majority World)에서 기독교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교회의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 1900년에는 전체 기독교인의 약 83%가 서구 세계에 살았던 반면, 오늘날에는 전체 기독교인의 3분의 2가 다수 세계에 거주한다.

하지만 단순히 기독교인의 숫자와 세계 선교에 미치는 영향력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키노트 스피치를 맡은 말레이시아 감리교회의 화융 명예감독은 “유감스럽게도 다수 세계의 많은 교회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여전히 서구 교회의 부속물 기능을 하고 있다. 재정적으로는 독립적일 수 있으나 신학과 사고방식, 교회의 운영과 선교라는 측면에서 이들은 여전히 서구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면서 “이는 다수 세계가 대안적인 기독교 서사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데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세계 기독교의 엄청난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비서구 교회가 서구 교회의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될까. 화융 감독은 ‘신 존재에 대한 이해’를 예로 서구와 비서구의 차이를 설명한다. 화융 감독이 공부했던 영국 신학교에서는 ‘신의 존재에 대한 찬성과 반대 근거’를 공부해야 했다. 그런데 의외로 고국 말레이시아에 돌아왔을 때는 ‘신 존재 증명’에 대한 지식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신과 영혼의 존재를 당연시하는 동남아시아 사회에서는 애당초 신이 존재하는지 의심하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너무 많은 신들 가운데 누가 참 하나님인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여기서 서구 사회와 비서구 사회의 명료한 차이점이 발견된다. 합리주의에 기반한 서구 교회는 기적과 같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더 이상 중요하게 다루지 않지만 비서구권에서는 여전히 주목받는 분야다. 여기서 비서구권 교회가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지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 화융 감독의 생각이다.

중국 교회의 부흥은 서구와 비서구 방식의 차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중국의 복음전도자 존 성은 미국에서 공부하다 1927년 중국으로 돌아온 뒤 기이한 현상을 목격했다. 선교사들의 희생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느리게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가 기도하며 발견한 문제점은 ‘서구적 선교방식’에 있었다. 서양 선교부는 수천 명의 선교사를 파송해 많은 돈으로 고아원, 병원, 학교를 세웠지만, 바로 그 넉넉한 자원으로 인해 성령의 일하심이 아닌 인적 자원에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중국 교회는 공산화 이후 선교사들이 떠난 뒤 극심한 핍박과 함께 놀라운 부흥을 경험했다.

화융 감독은 “라틴 아메리카의 신학자 사무엘 에스코바르는 20세기 후반의 선교학을 ‘경영 선교학’이라 부르며 비판했다. 불행하게도 다수 세계 교회의 대부분은 이 중요한 교훈을 배우지 못했다. 우리도 교회와 선교를 바라보는 관점이 성령의 역사하심이 아닌 현대의 과학기술적 접근 방식, 이를테면 훈련된 인력과 자금, 적절한 계획과 관리에 맞춰져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인적 자원과, 훌륭한 관리, 전략적 계획은 모두 중요하지만 복음이 전해지는 것은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해야 하는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돈과 힘에 의존하지 않는 선교는 당장은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화융 감독은 처음부터 선교는 그런 것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현대의 선교는 주로 정치 경제의 중심인 서구에서 다수 세계 주변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하지만 사도행전의 선교는 변방인 예루살렘에서 권력의 중심지인 로마와 아테네, 고린도, 에베소로 향했다”면서 “이제는 오히려 비서구권의 교회가 세속주의에 압도당하고 있는 서구 교회의 형제자매들을 도울 수 있다. 다만 선교는 어떤 한 그룹이 책임지기에는 너무 큰 과제다. 서구와 비서구의 모든 교회, 그리고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 사이에 진정한 파트너십이 발휘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선교사는 어머니 아닌 조산자

비서구권 선교 지도자들이 2박 3일에 걸쳐 논의한 끝에 탄생한 결의문은 오늘날 세계 선교 상황과 비서구권 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료하게 제시한다.

‘다수 세계의 선교 실천을 위한 권고’(Recommendations for Mission Practice for the Majority World)라는 제목의 결의문은 돈과 힘에 의한 선교를 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되는 비서구권 선교사들이 ‘어떻게 선교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선교사가 되어야 하는지’를 담고 있다.

우선 선교에 있어 사도행전 속 사도들의 모범에 따라 성령의 능력과 인도하심을 따를 것을 강력히 권고한 결의문은 선교사 본인, 혹은 파송한 교회의 이름이 높아지고 이들에 의해 사역이 주도되는 것을 철저히 경계한다.

결의문은 선교의 목표를 ‘자치, 자립, 자신학, 자가 확장의 특징을 지닌 토착 교회를 세우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선교사는 항상 섬기는 마음과 태도로 나아가야 하며 지도자들과 현지인 동역자들을 향한 겸손과 존경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동시에 ‘외부의 자원에 의존하지 말고’, ‘가능한 한 기존 교단이나 교회 네트워크의 일부가 되어 협력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돈과 힘에 의한 선교를 해왔던 과거의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선교사에 대한 정의도 눈에 띈다. 결의문이 말하는 선교사는 ‘어머니가 아닌 조산사’다. 교회를 세우는 일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기에 자신이 일군 것으로 여겨 독선적인 결정을 내리지 말고 지역교회가 중요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선교 방법으로는 ‘현지인 교회와 지역교회에 의한 복음 전파’를 제시한다. 그렇기에 현지 신자들과 지역교회가 교회 성장에 대한 책임과 주도권을 갖도록 격려하면서, 지역 교회와 함께 일하고 그들을 훈련시키는 것이 선교사의 임무다.

‘서구식 선교’에 대한 깊은 반성이 담겨져 있지만 서구 교회를 배척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지역 교회와 선교사, 선교사를 보내는 교회와 받는 교회, 전 세계적 선교단체와 교회 사이에 가능한 많은 영적·재정적 자원 공유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결의문은 ‘다중심적 선교 시대에 우리는 모든 곳의 모든 교회, 서구와 다수 세계, 다수 세계의 모든 교회 사이에서 진정한 파트너십이 발전해야 함을 확인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선교는 모두의 과업

이번 Coala 2차 모임에선 비서구권 교회의 상황과 선교 사역을 공유하는 순서도 가졌다. 라틴 아메리카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로 권역을 구분한 뒤 국가별 발제를 통해 각국의 현황을 확인하는 시간이 진행됐다.

이 밖에도 플레너리 세션을 통해 중남미선교협의회 COMIBAM의 알란 마타모로스 현장 총무가 ‘비서구권 선교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한국의 한철호 선교사(미션파트너스)와 문창선 선교사(위디국제선교회)가 ‘한국의 다중심적 선교 운동’을 주제로 발제했으며 박해받는 중국 교회의 상황도 접할 수 있었다.

Coala 모임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강대흥 사무총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는 선교사 파송과 참여가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는지가 아니라,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예수님의 명령에 순종하려는 열정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Coala 두 번째 만남은 의미가 깊다. 지상명령 완수를 위한 전략을 마련하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중남미선교협의회 COMIBAM의 알란 마타모로스 현장 총무는 “이번 코알라 대회는 다중심적 선교의 실체를 그리며 새로운 선교 시대로 진입하는 자리”라며 “선교 현장에서 우리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가길 소망한다. 한국과 필리핀, 중국, 아프리카, 아랍, 라틴 아메리카 등 비서구권 선교계가 하나님 나라 복음을 전하는데 협력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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