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의 문화칼럼] 투명인간 꿈꾸다, 엄마한테 죽도록 맞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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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의 문화칼럼] 투명인간 꿈꾸다, 엄마한테 죽도록 맞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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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4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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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얼렁뚱땅 세상보기 (2)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만화책 ‘투명인간’을 읽었다. 그때 기억으로는 투명인간은 여러 가지 화학약품을 섞고 실험하다가 우연히 그 약품을 마시고 투명인간이 되었다. 난 그 장면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어린 시절, 투명인간이 될 수 있다는 꿈(착각)은 나에게 엄청난 자극이었다.

난 집안에 있는 화학약품을 찾기 시작했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이라고는 집에 있는 비상약, 그리고 엄마의 화장품. 난 빈 그릇에 까스활명수를 비롯해 엄마의 화장품 이것저것을 쏟아 붓고 섞기 시작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흥분 된 마음, 설레는 마음으로 그리고 가득찬 기대감을 가지고, 눈을 딱 감고 온갖 섞인 ‘화학약품’을 마시기 시작했다. “우에 엑.” 다 토해버렸다. 일은 그때부터였다. 때마침 엄마가 방에 들어오셔서 화장품을 난장판 해놓은 것을 보시고 “이게 뭔 일이야! 이 비싼 화장품을 다 퍼놓고, 짜놓고!”

난 그날 엄청 맞았다. 비 오는 날 먼지 나도록 맞았다. 냉장고에서 땀나도록 맞았다. 온몸에 반창고 붙이도록 맞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는 후문이 있다.

그날 이후로 화장품 근처에는 절대 가지 않는다. 여자와 화장품은 불가분(inseparable)의 관계라는 것을 알았다. 여자에게 화장품은 자신의 분신과 같았다.

난 투명인간이 되기를 꿈꾸었을 뿐이고, 채 10살도 안 된 꿈 많은 아이였을 뿐이고, 내 상상력을 발휘했을 뿐이었다.

현재 이 시간 대한민국은 진도 ‘세월호’ 침몰사건에 대한 진실게임을 하고 있다. 사실(fact)은 있는데, 진실(truth)은 없다. SNS에도 불분명한 수많은 정보들이 난무하고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엄청난 양의 정보들을 보면, 글쓴이들의 추리력과 답답함이 묻어 나온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는 얘기다. 많이 답답하다는 이야기다. 어린 학생들이 하나하나 시체로 발견될 때마다 부모들의 가슴은 타들어가고 있고, 그것을 지켜보는 수많은 국민의 분노 수치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 현상은 미디어를 통해 흘러나오는 언론의 보도를 믿을 수 없다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투명성에 대한 사람들의 의심이다.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이다.

나는 다시 한 번 투명인간을 꿈꾼다. 투명인간이 되어 그 사건의 중심부에 다시 한 번 찾아가 이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고 싶다. 돌아오지 않는 자녀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부모들 옆에 가서 그들의 한탄과 눈물의 부르짖음을 조용히 듣고 싶다.

난 아직도 투명인간(invisible)을 꿈꾼다. 내 영혼이 투명한(transparent) 인간을 꿈꾼다. 내 삶이 투명한(transparent) 인간을 꿈꾼다. 내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투명한 사회가 되는 날을 꿈꾼다. 난 나이 50에도 아직 철이 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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