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운동에서, 지구 시민운동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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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운동에서, 지구 시민운동으로!”
  • 정하라 기자
  • 승인 2014.04.1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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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희망의 빛 ‘한국YMCA 100년사’ 그 발자취를 밟다

한국YMCA의 100년 역사는 한국 사회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YMCA운동은 기독교운동이지만, 교회 안에서만 머무른 것이 아닌, 교회 밖의 세계, 한국 사회가 처한 역사적인 상황에 응답하는 시민사회운동으로 확장됐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시대적 요청에 응답해온 한국YMCA전국연맹(이사장:안재웅)이 창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창립 100주년을 맞아 지난 발자취를 회고한 YMCA는 새로운 100년을 향한 화두로 ‘생명, 평화’를 내걸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 4월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한국YMCA 백주년 기념식’을 개최한 한국YMCA는 “냉전과 분단의 포로가 된 한반도를 영구 평화지대로 해방해 동아시아에서 항구적인 상생과 공영의 질서를 내세우고 전 세계 110여 개국 5천만 회원들과 연대해 적극적 지구시민 평화운동을 전개할 것”을 선포했다.

# 고난 속에 빛을 발휘

세계적인 기독교 평신도 운동단체인 YMCA는 사회적 책임과 봉사를 강조하며 평신도들에게 선교에 대한 열정과 함께 시대적 사명을 일깨웠다. 근현대 한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봉사기관의 하나인 한국YMCA는 1899년 가을 150여 명의 청년, 학생들이 연명으로 YMCA의 설립을 청원하면서 태동했다. 그러한 노력은 1903년 황성기독교청년회(서울YMCA의 전신)의 창립으로 결실을 맺었다.

특히 한국YMCA는 국내외에 민족적인 고난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진다. 교회와 사회의 경계에 그물을 쳐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운동으로 이 땅에 뿌리를 내린 것.

일제강점기에는 일본 제국주의의 어두운 시대적 아픔과 그늘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자유와 해방을 외치며 자주 해방과 독립 정신으로 위기에 용감히 직면했다. 1910년 105인 사건과 1919년 3.1 독립만세운동 사건의 주체가 됐으며 식민지 치하에 억압과 착취에 시달리는 민족의 희망과 빛으로 떠올랐다.

또한 기독교를 우리 민족을 위한 새로운 정신의 원천으로 받아들여 망국의 위기 속에서 희망의 복음을 전달했다. 이러한 시대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YMCA의 다양한 운동이 한국의 근대화에 끼친 공헌 역시 결코 적지 않다. 청년운동단체로서 한국 근대사 곳곳에 족적을 남기며 한국 근대화에 한 몫을 담당했기 때문.

서광선 대표(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 전 세계YMCA연맹 회장)는 “YMCA의 출발점과 종착점은 기독교이고 기독교 정신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하는 예수 운동”이라며 “교회와 사회에서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를 배우고 훈련하게 한 것이 한국YMCA운동의 시작”이라고 밝혔다.

#근대 시민사회 형성에 기여

한국YMCA는 단순한 기독교 단체에 머무르지 않고 시대적 요구에 따라 애국계몽을 기치로 내세워 한국 전역으로 기독교 정신과 근대적 사상을 뿌리내리게 했다. 이를 통해 기독청년들은 건전한 시민사회의 건설을 꿈꿀 수 있었다.

시민의식을 개발하고, 시민권익을 옹호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국 사회 시민운동의 개척자로서 그 소임을 다했다. 특히 농촌계몽운동을 비롯해 물산장려운동, 노동청년운동, 체육운동 등 문화운동과 함께 체육운동과 노동운동을 지혜롭게 이끌며 민족의 근대화에 이바지 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사회운동을 특정 시기의 지배적 프레임에 대한 저항 프레임으로 볼 때, 일제하 식민제국주의 역사 프레임에 저항하는 민족해방운동의 시기에 한국YMCA는 민족 자주를 위한 혁신적 사회운동과 농촌계몽을 지향하는 온건한 사회운동을 함께 이어갔다. 또한 해방과 분단 한국 전쟁의 시대에 한국YMCA는 분단과 전쟁의 폐허 위에 다시 정체성을 회복하고 복구하는데 힘을 모았다.

나아가 1970년대, 80년대 분단국가주의 역사프레임에 저항하는 민족민주운동의 시기에도 군사 유신시대의 억압과 어둠을 뚫고 민주주의의 깃발을 띄웠다. 학생들과 노동자들과 지성인들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손을 맞잡았다.

보다 보편적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민운동과 한 시대의 역사적 특수성을 반영한 저항적 시민운동을 구분한다면, YMCA운동은 ‘보편주의 시민운동’과 함께 ‘특수주의 시민운동’의 역사를 동시에 갖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조대엽 교수(고려대 사회학과)는 “무엇보다도 계몽적 시민사회, 합리적 시민사회의 형성을 지향하는 보편주의 시민운동에 YMCA운동이 기여한 바가 크다”면서 “시민사회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독재와 억압에 저항하는 시민사회가 중요하나 시민사회의 내면적 합리성을 축적하는 과정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라며 YMCA운동의 의의를 밝혔다.

#‘한반도 평화’ 한국YMCA가 나가야 할 백년

그렇다면, 또 다른 100년을 맞이한 한국YMCA가 나가야할 방향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YMCA운동은 민족의 아픔과 더불어 상생한 한말에서 일제하의 ‘제1기’, 시민사회의 길을 열며 진행된 해방 후의 ‘제2기’를 거쳐 이제 21세기를 맞이해 ‘제3기’로 접어들었다.

오늘날 한반도는 식민지 지배라는 아픔 속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민족 분단의 고통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성취했지만 극심한 양극화와 분열, 생태계의 위기에 처한 현실 앞에 한국YMCA는 ‘생명, 평화’를 제3기 운동의 화두로 내세웠다.

한국YMCA는 새로운 100년을 향한 비전으로 “모든 전쟁과 폭력을 단호히 배격하고 갈등과 대립을 치유해 온 생명이 사랑과 존중의 관계 안에 사는 평화세상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포했다.

특히 이를 이루기 위한 과제로 냉전과 분단의 포로가 된 한반도를 영구 평화지대로 해방해 동아시아에서 항구적인 상생과 공영의 질서를 세우고 지구촌 분쟁지역에 평화를 심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안재웅 이사장(한국YMCA)은 “한국YMCA가 혼돈과 고통의 시대를 온 몸으로 직시하며 하나님께서 명하시는 갈릴리 현장으로 달려가 ‘생명의 물결, 평화의 바람’이 되고자 한다”며 협동과 상생의 가치로 분단된 민족의 연대의 장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또한 김흥수 교수(목원대, 한국YMCA 100주년 역사편찬위원)는 오늘날 한국YMCA의 과제로 “민족자주운동, 농촌운동, 시민사회 운동으로 이어져 온 YMCA 운동사에서 보면 오늘날 YMCA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말할 것도 없이 민족분단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통일운동은 남북분단을 극복한 이후에도 필요한 장기간의 과제”라며, “YMCA는 봉사하고 견제하는 두 가지 방식으로 통일한국을 앞당기는 민족적 과제에 투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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