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환의 문화칼럼] 오말순 여사가 젊음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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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환의 문화칼럼] 오말순 여사가 젊음을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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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3.04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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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의 얼렁뚱땅 세상보기 (1)
▲ 조용환 / 백석예술대학교 교수

젊음을 우상화하는 현대사회, 그 정도가 더욱 심한 대한민국. 가끔 강남거리를 거닐다보면, 카페에 앉아 있어보면, 북적거리는 곳에 가면 젊은이들만의 천국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최근 개봉한 ‘수상한 그녀’는 남녀노소를 불문하며 진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개봉 한 달 만에 관객수 700만 명을 넘어버렸다. 여배우가 주인공인 영화로는 한국 영화계에서는 이 많은 관객 동원은 처음이란다.

Why? 여주인공 심은경의 연기는 한마디로 ‘대박’이다. 조연들의 코믹 연기도 한몫 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는 세대간이 함께 느끼고 감동을 공유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What? ‘엄마’다. ‘엄마’는 우리 가슴 깊숙이 묻어있는 영혼이라고 생각한다. 영정사진을 찍기 위해 무심코 들어간 ‘청춘사진관’, 그곳에서 자신도 모르게 70대의 나이에서 20살 꽃다운 나이로 돌아간 ‘오말순’. 젊은 시절 외아들 키우느라, 자신의 꿈과 열정을 다 포기해야만 했던 ‘오말순’이다.

젊음과 미모와 놀라운 감성을 소유한 가수가 된 오말순은 자신의 꿈을 눈앞에 두고 갑작스럽게 손자의 교통사고로 갈등에 빠진다. 죽어가는 손자를 위해 손에 쥔 젊음을 포기하려고 한다. 병실 앞에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들은 20대의 엄마 ‘오말순’에게 눈물을 흘리며 외친다.

“(젊음을) 포기하지 마세요, 어머니. 내 자식은 내가 알아서 할게요. 어머니는 명 짧은 신랑도 만나지 말고 나 같은 자식도 낳지 말고, 제발 그냥 가세요."

청춘의 오말순은 “아니, 난 다시 태어나도 똑같이 살란다. 아무리 힘들어도 똑같이 살란다. 그래야 내가 니 엄마고, 니가 내 아들이 되지”라고 고백한다. 바로 이 오말순의 마지막 대사 한마디를 위해 이 영화는 존재했다.

이 장면이 모든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바로 여기서 우리 모두는 갑자기 엄마를 떠올리게 된다. 10대든지 20대든지, 50대이든, 70대이든, 남자이든, 여자이든. ‘엄마.’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 묻어 있는 엄마의 존재가 새삼 부각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오말순 여사의 마지막 대사는 ‘미모와 젊음을 우상화 하는 현대문화’를 이겼다. ‘엄마’의 승리다. 세상이 아무리 개인주의, 막가파, 엉망인 것 같아도 우리의 가슴 깊은 곳에는 엄마가 파묻혀 있다. 그래서 살만하다. 각박한 세상에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힘이다.

영화 속 모자의 대화를 들으면서, 나는 옆에 앉아있는 아내의 눈치를 보며 펑펑 쏟아지는 눈물을 닦았다. 아내 역시 계속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또 한가지 이 영화를 보면서, 계속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20대로 돌아가게 되었다면, 나의 젊음을 포기할 수 있을까? 죽어도 못할 것 같다.

Why? 난 엄마가 아니니까.

오늘 미국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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