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제사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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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제사문제’ 어떻게 해결할까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3.09.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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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교단적인 ‘추모예식서’ 통해 가족 간 불화 해결해야

목회자와 성도 대부분 절하는 행위를 ‘우상숭배’로 인식
제사본질인 ‘기념’ 살리고, 형식 변화로 화합과 소통 모색

추석명절을 앞두고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는 가족, 친척들과 한 자리에 모여야 하는 일부 크리스천들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그 고민은 바로 제사문제. 물론 전통 문화의 변화와 핵가족화로 전반적으로 제사에 대한 의식이 낮아졌고, 몇몇 교단에서는 제사를 조상을 추모하는 전통양식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등 명절에 감사예배 혹은 추모예배로 드리는 것도 이미 보편화됐다.

▲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부 크리스천들은 차례(제사) 문제로 많은 고민과 갈등을 겪고 있다.
더군다나 불신자 가족들도 신앙을 이유로 제사음식을 차리거나 먹지 않고, 조상들에게 절하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을 최대한 인정해주고 배려해주고 있다. 자칫 발생할 수 있는 가족 간 불화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에 진행되는 차례(제사)는 크리스천들에게 적지 않은 근심거리다. 현재 한국교회는 차례상이 산소 앞에서 절을 하는 것을 ‘우상숭배’라고 가르치며 금하기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불신자들과 함께 명절을 보낼 경우 자칫 죄를 범할 수 있다며, 아예 그런 자리에 참석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목회자도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1년 1월 기독교세계관학술동역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회 목회자 85%는 제사를 금지하는 교회 풍토가 불신자 전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고 응답한 바 있다. 특히 77%의 목회자들은 전도할 때 제사문제로 교회 나오기 어렵다고 말하는 불신자들을 만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교회 내 제사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성도들도 70%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도들은 △제사 거부로 인한 핍박의 문제 △절하는 문제 △차례상 차리는 문제 △제사 거부로 인한 가족 간 불화 등의 문제로 담임목회자와 상담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것.

그렇다면 정말 한국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제사’를 우상숭배로 여기고 있을까. 당시 조사결과에 따르면 목회자의 27%, 성도의 33% 정도가 조상제사는 조상신을 섬기는 우상숭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제사를 추모예식으로 대체하는 것에는 목회자 67% 정도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지만 추모예식에서 절하는 것에 대해 94%의 목회자들과 81%의 성도들은 강한 반대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국 교회는 절하는 것을 ‘우상숭배’와 동일시하는 등 상당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반면, 비기독교인의 경우 제사나 절하는 문제에 대해 △선조에 대한 효와 공경의 표시 △지켜야 하는 전통문화 △가족들이 모여 화목을 다지기 위한 수단 등으로 이해하고 있는 등 단순히 우상숭배로 치부하고 있는 한국 교회보다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한국 교회의 이와 같은 인식 속에서 성도들이 맘 편안히 차례나 제사를 준비하거나 참여하는 것은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사에 대한 바람직한 방향성을 모색해야 한다.

김기현 목사(로고스교회)는 “밖으로는 ‘너희 예수쟁이들은 조상도 없냐, 부모도 없냐’는 핀잔을 듣기 일쑤이고, 안으로는 우상숭배에 동의하면서도 과연 제사가 우상숭배인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품는 등 난감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모든 종교에는 제사가 있으며, 그 핵심은 ‘기념’이다. 기념이 제사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유교의 제사나 기독교의 예배는 다를 바가 없다”며 “제사의 본래 정신은 살리되, 형식은 타파하는 것으로 불신자 가족과의 화합과 소통을 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김 목사도 제사상 앞에서 절하는 것은 ‘우상숭배’가 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고인에 대한 예의일 수 있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우상숭배로 여겨질 수 있다”며 “하나님을 형상으로 만드는 것과 그 형상에 절하는 것을 단호하게 금지하는 것은 성서의 정신이자 역사적 전통”이라고 강조했다.

제사음식을 먹는 것에 있어서는 자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목사는 “어떠한 음식도 선하기 때문에 즐겁게 먹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제사음식 문제로 결코 비판해서는 안된다. 음식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는 “한국 교회는 제사를 무조건 반대하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적극적으로 승화시켜 우상숭배적인 요소를 제거함과 동시에 제사가 갖고 있는 긍정적 요소를 살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경에 어긋나지 않는 ‘추모예식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이에 대해 이승구 교수(합신대)는 “우상숭배라는 오해를 받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전통적인 조상 추모의 정신을 최대한 존중하는 의식을 제정해야 불신자들과의 마찰을 피할 수 있다”며 “추모행사는 고인의 혼이 아니라 고인을 기억하고, 그의 명예를 높이는 것과 가족의 연대를 돈독하게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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