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사랑이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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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랑이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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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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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산에는 아주 특별한 세 장소가 있었다. 비룡산의 정상인 하늘봉과 삼일원, 그리고 소생언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소생언이란 곳은 비룡산 7부 능선에 위치한 곳으로 마치 비룡산의 가슴과도 같았다.

선린의 어머니가 “우리 비룡산을 떠나자!”라고 말했을 때 선린은 아버지가 소중하게 가꾸던 소생언을 누가 돌볼지 심히 걱정이 되었다. 선린이 태어나기 전만 하더라도 소생언은 나무가 없었고 억새풀만 있는 민둥산이었다. 억새풀조차 없는 곳에는 검붉은 황토 흙으로 덮여 있었다. 비룡산이 옷을 벗고 그의 가슴을 드러내 놓은 것 같았다. 세계 제2차 대전 때 일본 군인들이 기름을 만들기 위해서 소생언의 숲에 있는 소나무 등 모든 나무를 베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진위연이 비룡산에 정착하면서 소생언에 여러 가지의 나무와 꽃들을 심어놓고 소생언이라고 불렀다. 봄철이 되면 진달래꽃, 개나리꽃이 피어 사람들의 눈을 유혹했다. 여름이 되면 해바라기 꽃이 장관을 이루었다. 또한 가을이 되면 잣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등 유실수가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진위연이 그의 부인과 같이 소생언을 가꾸면서 자기가 죽으면 여기에 묻어달라고 부탁했다.

선린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로 세 번째 아버지의 산소를 찾아왔다. 진위연이 소생언에 심은 월계수 나무는 성년이 되어 이제 큰 나무가 되었다. 선린이 월계수나무를 바라볼 때 한 사람이 나무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도대체 저기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나뭇가지를 꺾으려는 것일까?”

그 사람은 나무 위로 점점 더 올라갔다. 그는 튼튼한 나무 가지에 이르자 광목으로 만든 밧줄을 묶었다. 아마도 그는 자살을 할 모양이었다. 그것도 영광과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수나무에서! 선린이 이런 생각을 하는 중에 그 사람은 어느새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아저씨 그러면 안 돼요!”

선린은 소리치면서 마치 다람쥐처럼 월계수나무에 올라갔다. 그가 나뭇가지 가까이 가자 그 사람은 허우적거리면서 팔을 저었다. 선린은 그의 호주머니에서 가지고 다니던 작은 손칼을 꺼내어 밧줄을 끊으려고 했다. 그 사람은 두 팔을 펴서 선린을 잡아당겼다. 선린은 중심을 잃고서 월계수나무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땅으로 떨어지는 순간 월계수나무 가지에 왼쪽 볼이 찔려 피가 나기 시작했다. 그는 땅에서 일어나 옷소매로 피를 닦은 후 다시 월계수나무로 올라갔다. 그 사람은 선린이 가까이 가자 이제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선린은 신속히 그의 손칼을 가지고 밧줄을 잘랐다. 그 사람은 월계수나무 아래로 둔탁한 소리를 내면서 땅에 부딛혔다. 선린은 월계수 나무에서 내려와서 그를 살폈다. 그의 눈은 불숙 튀어 나왔고 충혈되어 있었다. 선린은 그의 코에 자기의 코를 가까이 대면서 그를 살폈다. 그는 숨을 쉬고 있었다.

“아저씨 정신 차리세요!”

선린은 그의 두 어깨를 흔들면서 말했다. 조금 후 그는 눈을 떴다. 여기저기를 살폈다.
그가 오른 주먹을 올렸다 내렸다 하다가 선린의 가슴을 내려쳤다. 선린은 그만 뒤로 나뒹굴어졌다.

“나쁜 놈! 나를 죽게 내버려 두지 않고!”

선린은 가슴이 얼얼했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몰랐다. 선린은 정신을 차리고 그의 곁에 다가갔다.

“아저씨, 왜 그러셨어요?”
“너는 왜 남의 일에 간섭하냐?”
“아저씨 하필이면 왜 이곳까지 오셔서 죽으려고 하셔요?”
“나는 진위연 씨와 잘 아는 사이다. 네가 그의 아들이구나!”
“예.”
“나는 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 그런데 네가 그만 일을 망쳐 놓고 말았구나!”
“아저씨가 죽고 싶으시다면 다른데 가서 그렇게 하세요!”
“왜 그러니?”
“이곳은 우리 아버지가 만든 좋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더럽히지 마세요!”
“진위연씨가 부럽구나! 너같은 아들을 두다니! 나는 정말 죽고 싶다. 아니 죽어야 해! 나를 도와줄 수 있니?”
“제가 어떻게 아저씨를 도와줄 수가 있어요?”
“있지! 있고 말고! 진위연 씨 아들이니까!”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데요?”
“사실 나는 너의 아버지에게 내가 끝난 다음 일을 부탁하려 비룡산까지 온 거야! 그런데 안 계시니 할 수 없지. 너의 아버지 대신 네게 부탁하고 싶다.”
“예, 그런데 알고 싶은 것이 하나 있어요.”
“무엇을?”
“아저씨가 왜 죽으려고 하는지 알고 싶어요
“다 말하자면 시간이 꽤 걸린다. 너무나 복잡하니까.”
“괜찮아요.”
“난 그놈만 생각만 하면 참을 수가 없어! 나를 배신한 놈이 너무나 미워! 그런데 그놈을 미워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사랑하고 싶어! 내가 그놈을 죽이고 싶은데 죽일 수가 없고 더 살려주고 싶어져! 내가 그놈을 미워할 수도, 사랑할 수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게되어 버렸어! 내가 오직 할 수 있는 일은 눈을 감고 죽어 버리는 거야! 그래서 죽으려고 하는 거야! 그래야 그놈 생각을 잊어버리지! 이해가 가니?”
“아니요! 이해가 안돼요!”
“알아! 알아! 그놈이 왜 나를 배신했는지 나도 이해가 안 되거든! 네가 나를 이해할 수가 없듯이!”
“그놈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놈은 내가 내 생명까지라도 버려서 잘 되기를 바랐던 놈이지!”
“아저씨 그놈! 그놈! 소리만 하지 마시고 누구인지 말하세요!”
“그놈이 바로 의진이란 놈이라고!”
“의진이가 누구에요?”

“나는 학생시절 외모 콤플렉스가 있었어. 내가 결혼을 하면 자식도 나같이 생기면 어쩔까 걱정이 되었지. 그래서 나는 결혼만큼은 빼어난 미모의 여인과 하고 싶었어. 하늘이 돕기라도 한 것처럼 나는 숙명처럼 한 여인을 만났어. 그녀를 만나고 나서 나는 천하를 얻은 사람처럼 행복했지.
그런데 우리의 행복을 하늘이 시기했나봐! 17년이 지난 날 그녀는 3남매를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말았어! 그녀가 떠난 후 나도 그녀를 따라 가겠노라고 다짐했지. 하지만 나는 어린 3남매를 두고 따라갈 수가 없었어. 그래! 3남매만 키워놓고 모든 것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지. 17년이 진난 후 아이들은 다 독립을 했지. 이제 나는 자유롭게 나의 길을 갈 수가 있었지. 그때 큰 아들 의진이란 놈이 내게 도와달라고 말하더군. 그놈은 7년 동안이나 졸라댔어! 나는 집을 팔고 적금과 보험을 다 해약해서 그놈을 지원했어. 그놈의 성공이 바로 나의 성공이라고 믿고서. 참 바보 같았어. 선린, 선린! 지금 내 말을 듣고 있어?”

“그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 5년 후 그놈은 파산자가 되었어! 그리고 나도 또한 그놈처럼 파산자가 되었지!”
“의진이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왜 혼내려구? 쓸데없는 일이야!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가 없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알 수가 없어!”
그는 하던 말을 다 한 후 두 어깨를 들먹이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다 말씀 하셨습니까?”
“아니야! 아직 남았어. 내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 둘째 아들이 나를 위로해 주었어! 형을 크게 원망하면서! 그 애는 30이 되기 전에 크게 성공을 했어! 내가 하나도 도와주지 않았는데도! 그러나 결혼 후 1년이 지나고 자식을 낳고 난 다음 그 애도 제 형처럼 되었어!”
“제가 무엇을 도와 줄 수가 있습니까?”
“구차히 사느니 떳떳이 죽고 싶어! 내가 죽으면 이 소생언에 묻히고 싶다.”
“아저씨, 그게 떳떳한 게 아니고 도망치는 비겁한 짓이라고요!”

해바리기가 피는 소생언에서 한 사람은 사랑하는 아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진선린은 비룡산을 떠나면 아버지가 가꾸던 소생언을 누가 가꾸어 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비겁하다고! 그럼 너 같으면 어떻게 할 거냐?”
“등을 돌린 놈들에게 복수를 할 겁니다!”
“어떻게 그놈들을 죽일 수가 있냐!”
“아니에요! 아저씨가 살아서 다시 성공하세요! 그게 복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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