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가면 교수님뿐만이 아닌 또 한 명의 스승을 만난다. 기독교 동아리와 선교단체에서 헌신적으로 사역하는 ‘간사’들이 그 주인공이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캠퍼스 환경에 전액 후원으로 살아가는 넉넉지 않은 주머니 사정까지 발목을 잡지만 청년들을 복음으로 깨우리라는 사명과 열정으로 오늘도 그들은 묵묵히 캠퍼스 현장을 지킨다.
CCC 부산지구 부경대 캠퍼스에서 사역 중인 조철호 간사는 처음엔 CCC에 이렇게 깊게 관여되리라곤 추호도 생각지 못했다. 처음 가진 ‘순모임’에서 담당 순장이 무려 3시간 동안 장광설을 늘어놓은 탓이다. 그 이후 학을 떼고 도망을 다니며 다시는 CCC에 나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했었단다. 하지만 1학년 첫 여름수련회에서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이후 그의 삶의 방향은 달라졌고 자연스레 간사의 길을 걷게 됐다.
조 간사는 학창 시절 CCC에서 세 명의 스승을 만났다. 처음 만난 간사는 신입생의 미숙함을 모두 웃음으로 받아들여 줬던 너그러운 마음의 소유자였다. 조 간사 본인이 순장이 되고 난 뒤 만났던 두 번째 간사는 친구 같은 친근함으로 그를 반겼다. 영적인 침체로 신앙이 무너지는 순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속 깊은 이야기를 간사님에게는 서슴지 않고 할 수 있었다.
특히 그에게 간사의 꿈을 심어준 인물은 미국에서 1년 단기선교를 하던 시절 만났던 세 번째 스승이다. 조 간사는 “그분을 보면 초월한 삶을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늘 평온한 표정을 짓고 계셨고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도 흔들림 없이 학생들에게 기도제목을 나누셨다. 의연하게 기도 부탁을 하시고는 굳건히 믿음으로 사셨다. 그런 간사님의 삶을 통해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나타나는 것을 목격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성경의 인물이 저렇게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분을 보며 간사의 삶이 의미 있는 삶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벌써 13년째 캠퍼스를 지키는 중견 간사지만 여전히 ‘스승’이라는 호칭엔 쑥스러움에 얼굴이 붉어진다는 조철호 간사. 그는 “솔직히 아직까진 스승이라 불리기 부끄럽다. 순모임을 함께 했던 학생들을 가리켜 ‘내 제자에요’라고 말하는 것이 민망하다. 그래서 쑥스러워하며 제자가 아니라 함께 사역한 동역자라고 소개하곤 한다”고 털어놨다.
민망하긴 하지만 스승과 제자라는 표현이 싫은 것은 아니다. 그를 간사의 길로 이끌었던 선배 간사들의 등을 따라 걸으며 오늘도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적 스승이 되리라 다짐한다. 처음엔 친구처럼 친근하고 부담 없이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간사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목표가 조금 달라졌다.
조 간사는 “이제 신입생들과 스무살 넘게 차이가 나다 보니 마냥 친구 같은 포지션을 취하긴 쉽지 않더라”며 “신앙에 대한 어려움이 있을 때 언제든 편히 찾아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버팀목이 되고 싶다. 그리고 쉽지 않은 신앙의 길에 언제든 곁에서 응원해주는 한 사람이 바로 간사님이라고 생각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