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소수가 존중받는 ‘롱테일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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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소수가 존중받는 ‘롱테일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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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5.31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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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요즈음 은행이나 백화점에 가면 VIP룸이 있는 것을 가끔 본다. 말 그대로 특별한 고객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곳이다. 창구가 밀려 자기 순번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보통 사람들은 그 곳으로 들어가는 사람들만 보아도 기가 죽는다. 지점장이 나와서 특별히 맞이하고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누며 차를 마시고 있는 동안 모든 일이 다 끝난다. 일을 마치고 나갈 때도 지점장은 정중한 인사를 하고 보낸다.

이것은 파레토법칙이 기업 마케팅에 활용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80 대 20’으로 불리는 이 파레토법칙은 이탈리아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빌프레도 파레토가 이탈리아의 소득분포 불평등도를 분석한 결과 전체 인구의 20%가 전체 부의 80%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데서 나온 말이다. 파레토법칙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사람은 조셉 M. 주란이란 학자다.

그는 기업 경영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결과의 80%가 전체 원인의 20%에서 일어난다는 현상을 발견했다. 기업 경영성과의 80%를 20%의 우수한 직원들이 창출하고 있다거나, 기업 전체 매출의 80%를 20%의 고객들이 구매한다는 것이다. 주란은 이와 같은 80대 20의 현상을 파레토의 이름을 따 파레토법칙이라 불렀다. 그동안 이 파레토법칙은 경영의 상식으로 자리잡았고 이와 같은 이론적 배경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져왔다. 특히 이 법칙은 마케팅 분야에서 황금률로 받아들여져 고객관리, 상품진열, 광고 등 마케팅전략의 기본 토대가 되고 있다. 지금은 이 파레토법칙이 비즈니스 분야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널리 적용될 정도로 보편화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이 생활의 보편적인 도구로 사용되면서 절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던 이 파레토법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사소한 정보라도 다양한 계층에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종전에는 소외되던 다수가 뛰어난 가치를 생산하는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파레토법칙과는 거꾸로 80%의 사소한 다수가 20%의 핵심 소수보다 월등한 가치를 창출한다는 이론인데,

이것을 ‘롱테일 법칙’( Long Tail theory)이라 한다. 예를 들자면 온라인 서점 아마존닷컴의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이 서점에서는 비치하지도 않을 정도로 소외 받던 단행본이나 희귀본 등의 판매로 벌어들인 것이며, 인터넷 구글의 주요 수익원이 거대 기업들이 아니라 꽃배달 업체나 제과점 등 다수의 소규모 사업자들이라는 것이다.

롱테일 법칙이라는 용어는 미국 인터넷 비즈니스 잡지 ‘와이어드’ 편집장 크리스 앤더슨이 2004년 4월 처음 사용했다. 앤더슨에 따르면 온라인 업체들의 상품별 판매금액을 많이 팔린 순서대로 도표로 작성해 선으로 연결해 본 결과, 많이 팔린 상품들의 판매실적은 높지만 소수라 짧게 급경사를 이루고, 적게 팔린 상품들의 실적을 연결한 선은 낮지만 다수라 공룡의 긴 꼬리(long tail)처럼 길게 이어지고 있어 긴 꼬리 부분에 해당하는 상품들의 총 판매량이 많이 팔린 소수의 인기 상품의 총 판매량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롱테일 법칙’이라 불렀다.

이런 현상이 발생되는 이유는 전시비용이나 물류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온라인 판매의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고 희귀한 상품까지도 소비자들에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들은 다양한 정보를 비교 분석해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상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조건들이 결합되어 종전까지는 소비자들의 눈에 띄지도 않아 소외받던 상품들이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게 됨으로써 매출 규모면에서 인기 상품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 결과 소수를 위한 롱테일 전략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게 되었다.

된장은 일본 사람들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장류다. 그래서 일본에는 약1600개의 된장공장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180년 전통을 가진 교토의 ‘혼다된장’이 가장 유명하다. 혼다된장이 교토의 명물로 자리 잡은 것은 다양한 소비자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주는 롱테일 경영 때문이다.

혼다된장은 요리용, 조리용, 선물용, 종지 된장국용, 술안주용 된장 등으로 용도에 따라 나뉘고 종류별로 붉은 된장, 빨간 된장, 흰 된장, 누런 된장으로 구분되며, 된장마다 5∼15%까지 소금의 양을 조절해 다양한 된장을 생산하고 있다. 롱테일 경영은 지극히 성경적이다. 주님께서 이 땅에서 사역하실 때 작은 자들에 관심을 가지셨고, 작은 것으로 역사하셨고, 작은 것에 충성하기를 원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다 착한 종이여 네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하였으니 열 고을 권세를 차지하라”(눅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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