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이 없어지는 날
상태바
장애인의 날이 없어지는 날
  • 운영자
  • 승인 2013.04.16 22: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한국에서는 4월 20일을 장애인의 날로 지킵니다. 1997년부터 정부는 ‘올해의 장애 극복상’을 제정해 장애를 훌륭하게 극복하는 장애인을 발굴, 시상해왔습니다. 하지만 ‘극복상’이라는 말 자체가 소수의 성공한 장애인을 내세워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 대상으로 선입견을 갖게 한다는 의견이 있어 언젠가부터 ‘장애 극복상’을 ‘장애인상’으로 바꾸어 시상하였다고 합니다. 이것은 어떻게 하든지 사회에서도 장애로 인한 차별을 막고자 하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어떨까요? 필자는 몇 년 전 한국장애인연구소에서(서울: 오정현 목사 시무) 주관하는 “중증장애인과 비장애인 통합 예배” 포럼에 주제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온 이야기의 대부분이 교회에서 통합예배를 드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과 통합예배를 드리는 소수의 교회들도 중증장애인이 아닌 일반 장애인들 수준에서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 기독교 매체에서 장애인과 관련한 기사를 쓰면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습니다. “주일예배를 드리기 위해 예배당에 온 장애인에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다른 장소에서 예배드리게 한다면? 설교 시간에 강단에서 적절하지 않은 장애 용어를 사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수치심을 안겨준다면? 교회 행사를 기획할 때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고, 일반인 위주로 기획하여 장애인이 참여할 수 없다면? 교회에서 운영하는 교육 기관에서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입학과 전입을 허락하지 않는다면?” 이런 질문에 교회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요?

2009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는 “차별을 받았거나 접근권을 침해당했을 때, 이러한 행위들을 한 개인이나 기관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통합의 삶을 추구하는데 오히려 교회는 사회법에 비추어서도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부끄럽습니까? 예수님의 삶을 추구하는 교회가 가장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텐데 오히려 사회의 법에 의해 움직여져야 하는 것입니다.

몇 년 전 독일, 뮌헨(Munchen)에서 시작된 ‘사회적 연결망’(Ak Soziales Netz)이란 뜻을 가진 단체가 조직되었습니다. 순수 자원 봉사자들이 모여 중증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예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조직입니다. 예배가 시작되면 목회자가 설교를 할 때 그 옆에서는 연극을 합니다. 또 다른 옆에서는 악기를 연주합니다. 연극은 설교 내용을 그대로 구성하여 하며, 연주나 연극은 장애인이나 비장애인들이 함께 합니다. 봉사자들은 모두가 이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목회자의 설교는 손 유희를 사용하거나 상징적인 단어로 간단명료하게 표현합니다. 예배가 끝나면 교회 마당에서 함께 식사를 합니다.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한국의 교회는 장애인들과 어울려 예배하는 것 이전에 장애인이 교회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교회의 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된 곳이 많지 않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강단에서 기도할 수 있는 교회는 얼마나 될까요? 이러한 단적인 사실은 우리의 인식가운데 장애인에 대한 배려와 함께 한다는 개념이 자리잡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어떤 분이 쓴 글에서 “장애인의 날이 없어지는 날이 장애인이 이 사회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한 것처럼 장애인 통합예배란 단어가 사라질 때 진정한 주님이 이 땅에서 보여주신 디아코니아의 삶이 실천되는 날이라 생각합니다. 그 날이 올 때까지 기도와 구체적인 준비를 하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