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양적 완화와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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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양적 완화와 환율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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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3.1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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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 이상덕 목사
한 국가 중앙은행의 역할은 막중하다. 중앙은행이 하는 일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일이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의 안정을 이루고 이를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으로는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 그리고 공개시장 조작이 있다. 중앙은행은 이 세 가지 정책수단을 사용해서 통화를 풀거나 흡수한다.

경기가 확장국면에 본격적으로 들어가 물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면 이와 같은 정책수단을 사용해 통화를 흡수해서 물가상승을 억제하고, 경기가 수축국면으로 들어가면 경기가 회복될 수 있도록 통화를 공급한다. 중앙은행은 이 세 가지 정책수단 중에서도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정책수단은 기준금리다. 기준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통화를 흡수하거나 공급한다.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양적완화’란 무엇인가? 양적완화란 경기가 수축국면에 들어가 기준금리를 0% 수준까지 인하했음에도 경기가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더 이상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정책수단으로 이용할 수 없다.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기준금리를 더 이상 인하할 수 없게 되면 중앙은행이 국체와 같은 유가증권을 매입해서 돈을 시장에 직접 공급하는 정책을 선택하게 되는데 이것이 요즈음 화두가 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이다. 중앙은행은 통상적으로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지 않는다.

양적완화로 돈을 푸는 목적은 국내수요를 유발시키고 수출을 촉진시켜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양적완화로 시장에 돈이 풀리면 자국의 환율이 상승하는 반면 교역 상대국가의 환율은 떨어져 자국 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교역 상대국의 기업들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환율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 국내적으로도 양적완화 정책이 실패할 경우 경기는 살아나지 않고 오히려 물가만 상승해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의 생활이 훨씬 더 궁핍해 질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2008년 모기지 사태로 무너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그 동안 기준금리를 0% 수준까지 인하했으나 경기가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자 양적완화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FRB(연방준비은행)는 2008년 11월부터 1차 양적완화 조치로 1조7,000억 달러를 시장에 풀었고, 2010년 11월부터 2차 양적완화 조치로 6,000억 달러를 풀었으며, 2011년 9월부터 3차 양적완화 조치로 매달 400억 달러를 시장에 풀고 있다. 거기다 2014년 말로 예정된 초저금리 기조도 2015년 중반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시장에 참가하고 있는 경제주체들이 앞으로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고 주택도 매입하고 투자도 확대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문제가 상당히 심각하다. 양적완화 조치는 미국보다 훨씬 먼저 시작했다. 일본은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되자 2001년 3월 양적완화정책을 처음으로 도입한 후 수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정책을 써 왔지만 경기침체기에 부실기업을 과감하게 정리하지 못한 결과로 경기를 회복시키지 못했다. 그러자 아베 정권은 인플레이션 목표를 2%로 잡아 놓고 이 목표가 도달할 때까지 무작정 돈을 풀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면밀한 계산 하에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집행해야 되지만, 금년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아베 정권은 다급한 나머지 중앙은행을 제쳐두고 사무라이식의 저돌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 심지어 일본은행 총재가 반대하면 총재를 갈아치우고서라도 정책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근본적인 경제체질의 개혁이 없는 양적완화는 경기를 부양시키지 못하고 물가만 상승하게 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일본 그리고 EU까지 양적완화 초치를 취하자 우리나라는 다급해졌다. 특히 일본의 양적완화로 엔화 환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원화 환율이 하락해 우리나라 기업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 기업들은 대외 강화되고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 이제 우리 정부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지 환율 방어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모진 이웃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 꼴이다.

경제가 무작정 돈을 푼다고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겠지만 그렇게 쉽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마련이다. 성경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주는 책략에 크시며 하시는 일에 능하시며 인류의 모든 길을 주목하시며 그의 길과 그의 행위의 열매대로 보응하시나이다”(렘 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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