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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윷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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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22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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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춘천동부교회)

새해가 되면 교우들과 혹은 가족이 모여 ‘윷놀이’를 합니다. 단일 종목 치고는 꽤 재미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놀이입니다. 특별한 장비나 시설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옛부터 우리민족은 명절이 되면 온가족이 모여앉아 윷놀이를 하며 즐겼습니다.

자기의 차례가 올 때마다 “잡아, 잡아~” 소리를 연발하며 소녀처럼 즐거워한 권사님이나, 잘 나간다고 소리를 지르며 좋아하던 젊은이들이 갑자기 상대팀에게 잡혀 한 순간에 울상이 되어 버립니다. 그런가하면 “무엇이 나오면 되지요?” 어린 아이들은 두 손으로 윷을 모아 쥐고 너스레를 떱니다.

말만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듯, 표정이 자못 의기양양합니다. 이처럼 윷놀이는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가릴 것 없이 인종을 초월하여 모든 사람이 한바탕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특별한 준비물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저 아무 곳에나 앉아서 막대 네 개만 준비하여 집어던지면 그만인 놀이가 윷놀이입니다.

윷놀이는 언제 생긴 놀이일까요? 윷놀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행해지던 놀이입니다. 농경시대 이전에 사냥을 하며 수렵과 목축을 하던 시대의 생활에서 전해졌습니다. ‘도, 개, 걸, 윷, 모’ 라는 이름 역시 옛날 조상들이 집에서 길렀던 동물의 이름에서 붙여진 것입니다. '도'는 돼지를 말합니다. 돼지의 본래이름은 '돌'이었는데 돌이 변하여 '도'가 된 것입니다.

'개'는 말 그대로 개를 말합니다. 개는 사람이 가축으로 기른 최초의 동물이기도 합니다. '걸'은 어떤 동물을 가리키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염소라고도 말하나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윷'은 소를 말합니다. 옛날에는 소를 유시라고 불렀는데, 유시가 변하여 '윷'이 되었다고 합니다. '모'는 말을 가리킵니다. 말은 만주나 몽골에서 들여온 동물로 ‘모리’ 또는 '모린' 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모리가 변해서 '모'가 된 것입니다. 윷놀이는 4개의 윷을 가지고 도, 개, 걸, 윷, 모를 판가름해서 말판 위로 말을 써서 나가는 놀이로, 이 윷판은 밭 전(田)의 네 공간을 나타냅니다. 즉 밭에서 돼지, 소, 말, 개 등의 가축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는 것입니다.

즐거운 윷놀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한국의 유명한 국문학자인 이어령(李御寧)씨가 썼던 글이 기억납니다. 그는 단순한 윷놀이에서 우리 민족의 의식과 정서를 찾아냈습니다. 윷놀이를 보면서 한국 민족이야말로 ‘우연’에 자신들의 운명을 내어맡기는 민족이라 하였습니다. 정말 그렇지 않습니까? 네 개의 윷을 공중을 향해 던지는데 그 떨어지는 윷가락들이 어떻게 변할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거기엔 다만 바람 만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떨어진 결과에 따라 울고 웃고 합니다. 물론 서양에도 주사위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주사위 역시 우연을 보여주는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윷가락은 서양의 주사위와는 다릅니다. ‘주사위’는 하나의 개체가 각각의 운명을 보여주지만 ‘윷’은 네 개의 가락이 서로 얽히고 설켜서 한 운명을 만들어냅니다.

우리 조상들이 매우 지혜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 첫날 온 가족이 모여 윷가락이 엎어지고 젖혀지는 것을 보면서, 인생이 자신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든 가족들이 함께 배웠을 것입니다. 앞서가던 사람도 뒤쳐진 사람도 자신은 단지 그 네 개의 윷을 던질 뿐, 그 결과는 자신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그것이 우리의 인생 아닌가요? 우린 단지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을 최선을 다해서 살 뿐입니다. 그 결과는 전적으로 하늘에 달린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우리에게 이런 말씀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비는 사람이 뽑지만 그 모든 결정은 여호와께 있다”(잠언 16장 33절, 우리말성경). 또한 그 속에는 팀워크가 담겨있습니다. 어느 ‘말’ 혼자 잘 나간다고 게임에 이기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가족이 힘을 합하여 한 해를 잘 살자는 의미가 있습니다. 윷놀이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윷놀이가 진행될 적엔 목사의 신분마저 잊을 만큼 정신없이 그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우리의 인생이 결국 윷놀이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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