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유가족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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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유가족을 돌아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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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1.15 2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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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자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지난 20여년 사이에 대한민국에서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옛날에는 자살하면 신문에 났다. 그 만큼 자살하는 일이 드물었고, 그런 일이 있으면 모든 사람들이 신문을 통해서 그 놀라운 소식을 접하곤 했다.

그런데 요즘은 웬만한 일이 아니고서는 자살한 일로 인해서 신문에 실리는 일은 없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일어났다. 고 최진실씨의 전 남편인 조성민씨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것이다. 이 사건을 접하면서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더 나아가서는 유가족과 자살의 영향력 같은 것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자살유가족은 자살의 위험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보통 사람에 비해서 자살의 위험이 6배가량 높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이, 또는 그 가족이 죽으면 슬픔과 함께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나타난다. 첫째는 죄책감이다. 너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마음, 좀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자살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마음,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뻗은 그 손을, 그리고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들이다. 둘째는 분노이다. 왜 이야기하지 않고, 왜 자신의 문제를 내어놓지 못하고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분노이다. 물론 그 가족들이 받아들여야하는 아주 많은 감정을 이렇게 단순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자살은 유전이라고까지 이야기한다. 자살이 있는 집안에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연쇄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인 유전은 있을 수 없다. 그런데 한 가족이라면 비슷한 삶의 상황을 살고 있고, 비슷한 기질과 성격, 그리고 그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자살로 이어지는 마음의 상태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가족 중 한 사람이 그렇게 먼저 자살을 하게 되면 그 연쇄적인 상황이 이어져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들을 볼 때 확실히 자살유가족들은 자살의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죽음이 그 가까이에 진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을 돕는 손길이 없다. 이들은 가족의 자살로 인해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그 아픔으로 인해서 자신을 내어 놓기도 어렵고, 자신의 상황을 호소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들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자신의 상처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잇다.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처신해야할지도 고민이다. 사람들 가운데서 슬퍼하고만 있을 수 없고, 그렇다고 웃을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공동체이다. 이들의 아픔을 나눌 수 있고, 그들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한 것이다. 아마 교회가 이러한 일을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실제 자살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회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식이, 남편이나 아내가 자살로 죽었는데 교회는 위로보다 이들이 지옥 갔다는 정죄를 먼저 한다. 적어도 이들은 천당에 갈 수 없다는 전제를 가지게 되니까 교회에서 장례를 치러줘도 되는 것인지 논란이 일어난다. 당황과 슬픔 가운데 있는 유가족들에게 교회는 위로가 아니라 정죄로, 그리고 장례를 둘러싼 논란으로 화답하는 꼴이 되는 것이다.

작년에 출범한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www.lifehope.or.kr)는 창립준비를 하면서 먼저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 자살유가족을 위한 위로예배’를 드렸다. 이것은 많은 유가족들이 장례예배를 드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들의 마음을 하나님의 은혜로 채우고 싶었기 때문에 기획했다. 지난 12월에는 자살유가족을 위한 문화행사를 했다. 역시 같은 취지이지만 유가족들이 마음 편하게 웃어보지도, 울어보지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들에게 노래와 토크를 통해서 위로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제 라이프호프에서는 3월부터 자살유가족들의 자조모임을 시작하려 한다.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여서 서로를 위로하고, 그 경험을 함께 나누려는 것이다. 이 모임은 역시 자살유가족의 아픔을 가진 라이프호프의 공동대표가 인도한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당신들을 기억하고 있고, 당신들의 아픔을 나누려한다는 조그만 표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을 통해서 한국교회를 통한 생명살림의 역사가 이 땅에서 이루어지길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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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2013-01-16 05:24:01
로마서의 말씀에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 라는 말씀처럼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소망의 기쁨을 맛 본 사람이라면 어떠한 어려움도 능히 견딜 수 있을텐데...소망의 부재가 화를 부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