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ㆍ법률 상담으로 노숙인의 ‘족쇄’ 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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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ㆍ법률 상담으로 노숙인의 ‘족쇄’ 풀어준다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08.14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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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에서 재활로 노숙인 세우는 ‘살맛나는 교회’

▲ 서울역 인근에 있는 살맛나는교회는 노숙인 재활 사역으로 전문 행정·법률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노숙인들이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J씨는 최근 자동차손해배상보장 위반으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서 소환 요청이 있었다. 조사 이유는 정씨 명의로 대포차가 운행되고 있었던 것. 홈리스인 J씨는 얼마 전 신분증을 빌려주면 5만 원을 주겠다는 말에 낯선 이에게 주민등록증을 빌려준 경우다.

다행히 최근 서울역 인근에 설립된 행정ㆍ법률 상담센터 살맛나는교회(이병선 목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행정사인 이병선 목사가 J씨를 위해 무연고에 재산이 없고 수입이 없다는 점을 1ㆍ2차 소명을 해 내사에 착수한 경우다. 진범은 잡혔고 그동안 교회에서 일목요연하게 제출한 서류 덕분에 J씨는 범죄와의 연관 혐의를 벗을 수 있었다.

한 사람 명의로 대포폰 4대가 만들어진 예도 있었다. 노숙인 K씨는 얼마 전 채권추심기관으로부터 채권추심요청을 받았다. 4대의 핸드폰 요금체납으로 독촉에 시달리게 된 것. 요금을 내지 않으면 신용불량자가 돼 노숙생활을 정리할 길이 더욱 요원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B씨도 이 목사의 도움으로 구제를 받았다. 교회에서 국민권익인권위 통신조정위원회에 서류를 보내 조정신청을 받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 동자동 서울역 인근 살맛나는교회 는 노숙인 사회복귀를 위해 행정법률 지원서비스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에는 횡령ㆍ사기 혐의로 지명수배될 위기에 처한 L씨를 도와 무혐의 처리로 이끈 바 있다.

행정ㆍ법률상담으로 지금까지 민ㆍ형사 관련 등 20여 건의 사건을 처리한 그는 노숙인 의료분쟁과 대출사기 사건으로 그 영역을 조금씩 확대해 나가고 있다.

# 구제사역에서 재활사역으로
행정ㆍ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살맛나는교회에 하루 평균 출입하는 노숙인 숫자는 50여 명. 상담소는 카페 형태로 운영돼 무료로 커피와 차, 다과를 제공하고 있고 책과 성경을 비치했다. 또한 매주 금요일 서울시에서 마련한 ‘따스한 채움터’에서 급식을 제공하며 노숙인 상담신청을 받고 있다. 예배 후 이어지는 상담신청에서는 그동안 상담을 통해 얻은 노숙인 대상 범죄정보를 공개해 또 다른 추가 피해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노숙현장에서는 인생의 끝에 다다랐다고 믿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유혹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을 미끼로 사기수법에 걸려 신용불량자가 되거나 단돈 몇 만 원에 신분증을 팔아 자신도 모르게 여러 곳의 유흥주점 바지사장이나 유령회사 대표로 등록돼 법적 책임에 내 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지명수배자나 신용불량자가 되면 노숙 생활을 벗어나 사회로 복귀하는 재활의 길은 더욱 멀어진다.

이병선 목사는 “노숙인 사역의 방향이 이제는 ‘구제사역’에서 ‘재활사역’으로 넘어가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들이 정상궤도에 이르게 돕기 위해서는 재활의 기초 환경이 되는 말소된 주민등록을 회복하거나 연고자를 찾아 사실확인서를 받아 호적을 회복시키는 신분 회복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노숙자의 부모가 돌아가신 경우 동산ㆍ부동산 관련 재산권 회복이 필요하다 말하며 관련된 실제 재산권 회복 지원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 목사의 이런 노숙인 재활사역의 바탕이 된 것이 상담이다. 국가공인 행정사 자격증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갖고 있는 그는 재활사역에 있어 중요하게 부각될 수 있는 점은 전문성이라고 말했다. 범죄상담ㆍ민사상담ㆍ채무상담ㆍ사생활상담 등을 통해 노숙환경에서 이들을 분리해 나가는 과정마다 등장하는 족쇄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이를 위해 이 목사는 “교회 내 풍부한 전문인력의 참여와 도움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노숙인 가운데는 대학강사나 교육공무원과 같이 다양한 배경에 있다가 어려움에 처한 경우도 많아 이들에게 신뢰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목사는 상담의 전문성을 위해 7년 6개월간 노인상담을 한 경력으로 매일 4명, 한 사람당 1시간에서 30분 정도의 상담을 하고 이후 지속해서 추가 상담일정을 잡아 문제를 꾸준히 해결해 나가고 있다.

# 노숙인이 헌금 내는 교회
살맛나는교회는 서울역에 있는 다른 교회와 크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예배 시 아무리 적더라도 노숙인이 자발적으로 헌금을 낸다는 점이다. 이병선 목사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노숙인이 내는 헌금은 받는데 길들여진 환경에서 자신도 무엇인가 할 수 있고 회복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기게 한다고 생각된다”며 “그래서 노숙인 성도의 헌금은 막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목사는 한 번은 기초수급자로 있는 노숙인 집사가 두 번에 걸쳐 총 40만 원의 헌금을 내고 돌아간 경우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당시 자신도 받기만 하는 존재에서 베풀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는 확신으로 내는 헌금이라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인 헌금은 다시 그대로 노숙인 재활사역을 위해 쓰였다.

그는 “특별한 보조 없이 매달 280만 원 이상의 자비량사역에서 이런 순간은 정신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와 관련 “재활단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의 상태”라고 강조하며 “회복을 위한 영적 갈급성은 예배에 참여하는 모습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살맛나는교회 예배에 참여하는 홈리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깨끗한 모습으로 예배에 참여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성공모델도 하나씩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0월 노숙인 생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 쌍의 남녀가 집을 마련해 새 출발을 시작하려 한다는 것. 이 목사는 “인신매매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도와준 이들은 현재 통신고등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으며 계속 공부하고 있어 성공적인 모델이 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공적인 노숙인 재활 모델 창출은 재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며 기독교 차원의 참여가 이어지길 기대했다. 

한편, 살맛나는교회와 맛나는공동체는 본격적인 노숙인재활모델을 확립하기 위해 오는 10월 전국노숙인사랑연합회와 대한노인회의 공동후원 하에 서울역광장에서 찬양콘서트를 개최할한다. 이병선 목사는 “오는 10월 찬양콘서트를 계기로 교회특수사역에 맞는 재활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 살맛나는교회 이병선 목사는 재활단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의 상태와 회복을 위한 영적 갈급성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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