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선교사, 선교지에 대한 ‘공개념’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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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선교사, 선교지에 대한 ‘공개념’ 가져야
  • 김동근 기자
  • 승인 2012.07.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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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포럼위원회, 선교지 출구전략세미나

한국 선교사들의 세계를 향한 선교가 시작된 후 선교지에서의 출구전략은 지금까지 꾸준히 논의돼왔다. 특히 지난 4월 열린 제9차 방콕포럼에서 발표된 ‘2012 방콕포럼 선언문’은 선교사들의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다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출구전략이란 해외 선교지에 파송된 선교사가 현지인을 세우고, 교회를 개척한 후 다시 그 곳을 떠나는 시점을 찾는 일이다.

최근 불거진 선교사들의 선교지 사유화 문제를 넘어 어떻게 하면 건강한 이양을 마치고 선교지에서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방콕포럼위원회가 주최하고 선교한국파트너스가 주관한 이번 포럼은 출구전략에 관한 발제와 토론으로 이뤄졌다. 그렇다면 선교사들은 언제 어떻게 나가야할까?

# 철수 시 ‘이것’을 고려하라
‘선교사 철수계획’에 관한 장로교신학대학교 안교성 교수의 논문을 인용한 OMF 손창남 선교사는 선교사 철수 계획에서 고려돼야 할 사항에 대해 △선교사와 현지인의 입장이 모두 고려돼야 할 것 △개인과 개인을 둘러싼 집단의 입장이 모두 고려돼야 할 것 △입구전략, 유지전략, 출구전략, 지속전략 등 전 과정을 연계해 논의할 것 △이양문제와 연관 지을 것이 아니라 현지교회의 전반적 토착화와 연관시킬 것을 강조했다.

이어 손 선교사는 “기독교의 대표적 선교사요, 타문화권 선교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바울의 선교를 본받아야한다”고 주장했다. 바울의 선교 중에서는 먼저 ‘현지인 중심의 선교’를 꼽았다. 바울은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복음을 전한 뒤 토착교회에 일정 기간 머물면서 전도와 교육을 했고, 현지인 중심, 현지인 지도자 중심의 교회를 남겨둔 채 떠났다. 손 선교사는 “여기서 중요한 점은 현지인 중심의 교회를 만들어둔 채 떠난 것”이라며 “출구전략을 논하는 자리에서 선교이양은 빼놓지 말아야 할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바울의 ‘선교단 중심의 선교’도 의미 있는 선교방법으로 제시됐다. 선교단 중심의 선교는 ‘이동식 선교’, ‘팀 선교’, ‘현장 중심의 선교’로 나뉘어 설명됐다.먼저 이동식 선교는 선교 초기 서구의 국가들이 선교센터를 건립해 거점으로 세우고 그 거점 주변을 하나씩 복음화 시켰던 모습과는 달리 계속 이동하며 복음을 전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선교 모습도 서구의 모습을 따라 거점을 세우고 이뤄진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손 선교사는 팀 선교가 각자 맡은 비전을 가지고 팀을 이뤄 진행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달리 한국선교는 개인적 선교형태에 익숙해 출구전략을 세울 때도 개인의 결정으로 이뤄지는 등 사역의 개인화가 문제시 될 수 있다.

현장 중심의 선교는 지도자가 계속 현장에서 상주하며 사역, 교육, 성장 등을 진행하는 선교 방식으로, 새로운 선교사들이 동역하게 될 경우도 마찬가지로 진행된다. 새로운 동료들은 자연스럽게 현장에 합류해 현장훈련을 통해 성장해갈 수 있다.손 선교사는 “바울식 선교가 모든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해답’은 아니지만 깊이 음미할만 하다”며 “바울 선교를 적극 수용할 경우 선교사 출구계획에서 큰 도움을 받거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선교사와 현지교회의 관계가 출구전략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논문에 따르면 ‘현대선교는 현지교회의 존재를 무시하고 수행할 수 없다. 만일 현지교회의 존재를 무시한다면, 그런 선교는 시대착오적 선교’라고 강조하고 있다. 현지의 교회들과 어떻게 관계할 것인가도 선교사들이 고민해봐야 할 하나의 문제인 것이다.

손 선교사는 “건전한 이양을 위해서는 재산, 지도력 위임뿐 아니라 그 공동체를 구성하는 구성원 전체의 주인의식, 참여의식, 책임의식 등이 필요하다”며 “출구계획을 출구전략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입구전략, 유지전략부터 현지인을 중심으로 시작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출구 후에는 지속전략으로 이어져 그저 넘겨주기 위한 선교이양이 돼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 선교한국 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가 지난 방콕포럼에서 논의된 의제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어떻게 철수할까?
선교한국 파트너스 한철호 선교사는 “한국 교회는 선교지 철수에 있어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서구의 예를 잘 살펴야한다”며 선교사의 철수시점에 대해서는 “한국선교가 성장위주의 선교방향을 취하는 상황에서 그 시기를 일반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어느 지역은 서양 선교사들이 철수하고 있는 지역에 한국 선교사들이 들어간 경우가 있었다. 서양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에게 교회를 이양하는 과정에서 한국 선교사들이 현지 목회자들에게 돈을 주고 교회를 개척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또 어느 공산국가에서는 유럽의 한 선교사가 자신의 많은 돈으로 개발사역을 시작해 마을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쳐 공산 게릴라에게 납치하는 사건도 발생한 바 있다.이에 대해 한철호 선교사는 “교회는 하나님께 속한 것이고 그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며 “선교지에 늦게 들어간 선교사들도 이런 관점에서 서로 이해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서양의 선교사들은 계획에 따라 실천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출구전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한국 선교사들은 관계 중심적이기 때문에 간혹 선교지에서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서양 선교사들이 이런 한국 선교사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 선교사는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한국 선교사들의 ‘감’에 따라 교회가 더욱 성숙된 후 선교이양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이밖에도 태국의 남침례교의 경우 의도하지 않은 미침례교회 선교사들의 철수로 태국인들이 교회의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됐다. 철수 초기에는 태국의 교회들이 자립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이제는 태국 교회가 미침례교의 선교사들을 초청하는 등 연합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파푸아뉴기니의 궤오족 같은 경우는 사역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선교사가 현지 리더를 훈련시켰고, 철수한 후에도 방문을 통해 현지 리더를 격려하고 세워줌으로 처음부터 준비된 철수와 이양이 이뤄졌다.반면 너무 빠른 철수 때문에 현지 교회가 어려운 실정에 놓인 곳도 있었다.

OMF가 파송한 어느 선교사는 당시 교회의 성장속도와 일본 성도들의 요청으로 리더십을 이양하고 철수해도 되겠다고 판단했지만, 결과적으로 교회가 약화됐다. 한 선교사는 “기계적 이양이나 철수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의 이양과 철수가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교이양시 선교지 부동산 때문에 문제가 일어나자 최근 ‘건강한 출구전략’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사진은 인천 빛의교회가 입양한 빌라안 종족)

# 선교지 부동산 그 대안은?
KWMF회장 강대흥 선교사는 “선교사는 언제든지 선교현장을 떠나야하는 사람”이라며 “선교에 대해 책임있는 이양을 이뤄야한다”고 주장했다. 선교지가 개인의 소유라고 해도 팀 사역을 하고 있다면 구성원들 사이 회의를 통해 선교지의 방향성이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을 구입하게 될 경우 되도록 선교사 개인이나 현지인 개인의 소유가 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별 지역 선교부를 구성해 그 지역 선임 선교사들과 함께 지역에 맞는 부동산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것. 선교지의 부동산에 공개념을 가져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 선교사는 “사역에 지장을 받는다 할지라도 부동산 소유에 공개념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선교사는 사역에 지장을 받아도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다”며 “본국의 선교기관은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서라도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창남 선교사는 “한국 선교는 자립형이 아니라 한국 교회에 의존하는 의존형, 또는 기생형인 만큼 한국 교회의 쇠퇴는 한국 선교의 쇠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오늘날 한국 선교에서 성장 패러다임으로 제시되는 선교 슬로건들을 전면적으로 재검토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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