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남성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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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남성성’의 한계에 갇혀 있다”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7.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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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진 박사, 교회의 남성 정체성 변화와 역사적 특징 분석

교회 남성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는 천차만별이다. 청춘들의 로망으로 부상하고 있는 ‘교회오빠’의 이미지가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편협하고, 배타적이며 독선적이고 복종을 강요하는 불편한 존재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함께 갖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에서 ‘남성’은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만들어져 왔을까? 이숙진 박사(성공회대 초빙교수)가 최근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월례포럼에 강사로 나서 시대의 변화와 특성을 중심으로 한국 교회 ‘남성성’의 변천사를 분석했다.

‘한국 교회의 남성만들기’를 주제로 발표한 이숙진 박사는 “기독교가 수용된 개항기에 한국 교회 남성 지도자들은 남성성을 ‘강함’의 자질에서 찾았다”며 “관념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실제적 차원에서도 야구, 농구 등 근대 스포츠를 소개하는 등 강인한 남성성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고 설명했다.

이 박사는 “한국 교회는 신체적 차원의 남성적 강인함을 강조하는 한편, 강력한 가부장적 하나님 이미지를 통해 신앙적 강인함도 부각시키고자 했다”며 “교회의 제도화와 교권이 확립되던 시기에 여성을 배제하는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남성성을 극대화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국 교회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코드화함으로써 여성안수 불허의 결정을 내렸는데, 이러한 젠더의 위계화 작업은 교회 안에서 남성성의 확대를 강화하는 하나의 방편이었다는 것이다.

해방과, 분단, 군사정권의 등장과 월남파병, 유신독재를 거치면서 교회의 남성성은 변화를 겪기도 했다. 특히 산업화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산업전사’와 ‘반공전사’의 이미지는 땀과 피로 얼룩진 강철 같은 남성성을 잘 보여줬다.

이 박사는 “경제성장제일주의가 물질적 번영을 추구하면서 교회도 성장주의에 빠져 나눔과 섬김, 봉사와 사랑 등을 실천하기보다는 장엄한 교회건축을 비롯한 외형불리기에 몰입했다”며 “당시 카리스마리더십은 영적전사의 모델이 됐다”고 분석했다.

즉, 하나님의 말씀 선포자라는 아우라와 영웅주의적 특성을 지닌 카리스마 리더십은 명령과 설득으로 맹목적 복종의 위계질서를 교회문화로 조성하는 등 이 시기의 주도적 교회 남성성은 영적전사로써 경쟁심과 배타성, 공격성, 섬김받음이 특징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화 시기와 그 이후의 남성성은 어떠했을까. 이 박사는 “이때 젊은 처자들의 로망인 ‘교회오빠’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했다”며 “군사적이고 권위적인 남성성은 이제 더 이상 새 시대를 주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시대착오적 존재로 지목돼 드라마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희화화의 대상이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고수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거치면서 남성성의 표상은 변해왔지만 그 근본적 성격은 변하지 않았다”며 “돌봄, 양육, 섬김, 다정함 등 흔히 여성성의 특질로 거론되는 것들이 실천덕목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 남성들은 이분법적 젠더의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심이 되려는 욕망 대신에 젠더 질서를 넘나들면서 배려하고 돌볼 줄 아는 교회 형제, 내 가족 내 교회만 아니라 사회 문제에도 적극 관여하는 정의롭고 따뜻한 형제야말로 교회 남성의 이상적인 모습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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