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날 특집] 장애의 아픔 딛고 함께하는 전용기·배우경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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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날 특집] 장애의 아픔 딛고 함께하는 전용기·배우경 부부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4.05.22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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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연약함 보듬으며 죽는 날까지 복음 전할래요”
전용기 집사와 배우경 씨 부부는 장애라는 아픔을 딛고 서로의 연약함을 보듬으며 함께 걷고 있다.

어디 하나 약하고 부족한 점이 없는 이가 누가 있으랴. 그중에서도 장애인들은 그 불편함이 조금 더 눈에 띄는 이들이다. 남들과 조금 다른 개성으로 인해 약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장애인들은 서로를 보듬으며 아름다운 사랑을 가꾸어나가기도 한다. 분당샘물교회에 출석하는 전용기 집사(지체장애 3급)와 아내 배우경 씨(정신장애 1급) 부부가 바로 그런 사례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전용기 집사가 다니엘복지관이란 곳에서 숙식하며 봉사하고 있던 때였다. 그때 교회 전도사가 아내 배우경 씨를 소개해줬다. 처음엔 말이 거의 없고 조용한 모습에 장애가 있는지조차 몰랐다. 두 번째 만남 이후에야 답변에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을 보고 무언가 다르단 걸 눈치챘다고 했다.

처음부터 끌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복지관에서 계속 마주치다 보니 이전에 드렸던 기도가 생각났다. 예수님을 알게 되고 성령 충만을 경험한 후 “나보다 힘들고 약한 사람을 섬기고 보듬으면서 평생 봉사하며 살겠다”고 했던 서원이었다. 전 집사 본인도 마비로 인해 언어장애를 앓고 있지만 더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주님이 주신 마음이었다.

“서원 기도가 떠오른 후 다시 만나자 긍휼한 마음이 생겼어요. 제가 조금만 도와주면 같이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으로부터 2년 후인 1999년 복지관이 있던 다니엘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죠.”

하지만 정신장애 1급인 아내와 살아가는 삶은 그리 만만치 않았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아내는 귀에서 소리가 난다고 호소했다. 그전까지는 몰랐던 환청 증세였다. 식사 준비부터 시작해 모든 살림살이는 오롯이 전용기 집사의 몫이었다.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붙잡았던 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였다.

“성경 말씀에도 나와 있잖아요. 수고하고 무거운 모든 짐을 십자가 앞에 내려놓으라고요. 아내와 결혼하면서 저는 제 삶과 꿈, 기쁨과 슬픔까지 모두 십자가 앞에 내려놓고 이 사람을 섬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을 믿고 의지하면서 기도로 살아가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죠.”

굳은 다짐에도 견디기 어려운 시련이 있었다. 결혼한 지 5년 만에 천금보다 귀한 딸을 얻었을 때다. 하지만 아내는 화를 내며 딸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것을 거부했다. 전 집사와 장모님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이 없었다. 보다 못한 장모님은 아이를 본인이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그 뒤로 딸은 계속 장모님, 그러니까 아이에게는 외할머니 집에서 자랐습니다. 그런데 부모와 서먹한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워요. 부모 손을 잡고 ‘할머니 집에 가자’고 해야 하는데 반대로 할머니 집에서 ‘아빠네 집에 가자’고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거죠. 아무리 가난하든, 몸이 아프든 직접 내 손으로 키웠어야 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전용기 집사에게는 아내를 섬기는 것 외에도 하나의 사명이 더 있다. 바로 모든 크리스천에게 주어진 지상명령 성취라는 사명이다. 전 집사는 매일 저녁 전도지를 들고 거리로 나선다. 비록 완전하지 못한 말솜씨이지만 그렇기에 더 순수하게 복음의 진리를 전한다.

“거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전도지를 찢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래도 끝까지 예수님의 마지막 명령에 순종해 전도를 계속하려 합니다. 아내와 함께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복음을 전하다 천국에 가는 것이 제 마지막 소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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