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신학 한계 극복할 ‘시민신학’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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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신학 한계 극복할 ‘시민신학’ 가능한가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2.06.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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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광포럼, ‘제1회 심포지엄’ 개최 … 시민신학의 가능성 모색

▲ 동광포럼이 지난 23일 민중신학의 발전적 형태인 시민신학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시대적 상황에 매몰된 민중신학의 오류 답습해선 안돼
양극화ㆍ인권ㆍ다문화ㆍ통일ㆍ생태계 등 화두에 주목해야

1970~80년대 민주화운동 참여를 위한 한국 교회의 신학적 당위성을 부여한 ‘민중신학’의 발전적 형태인 ‘시민신학’이라는 새로운 신학적 담론이 형성되고 있다.  동광교회가 올 초 출범시킨 동광포럼(대표:장빈 목사)이 지난 23일 오전 10시 대예배당에서 ‘새로운 상황신학, 시민신학은 가능한가’를 주제로 제1회 동광포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목회현장과 신학이론의 괴리현상을 극복하고, 현대 시민사회에서 취해야 할 신학적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시민신학’의 가능성과 한계성을 비롯해 필요성과 과제를 모색하는 발제와 토론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시민신학의 시민론’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한 이혁배 박사(동광포럼 디렉터)는 현재 시민운동의 사회적 위상이 높아졌지만 시민운동에 대한 신학적 성찰은 거의 부재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1970년대 초반부터 전개된 민중신학은 시대적 흐름에 맞춰 상당한 분량의 연구결과물을 내놨지만, 민중신학은 민중운동이 아닌 시민운동을 성찰하는 신학적 틀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민중신학을 극복할 시민신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 박사에 따르면 민중신학은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이 주체가 돼 기존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혁하려는 민중운동을 신학적으로 성찰하는 신학인데 반해 ‘시민운동’은 화이트칼라, 자영업자, 지식인, 학생, 주부 등이 중심이 돼 기존체제 안에서 점진적 제도개선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이다. 따라서 민중신학은 시민운동을 성찰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신학계는 민중신학의 성립 이후 새롭게 전개되는 사회경제적 상황, 곧 시민운동이 민중운동을 제치고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상황에 부합하는 또 하나의 상황신학을 태동시켜야 할 당위성에 직면했다”며 “시민신학은 신학적 관점에서 한국의 시민운동과 시민사회를 성찰하고, 활성화하는데 기여하려는 실천지향적인 시도”라고 강조했다.

즉, 시민신학은 기독교인을 각성된 시민의식을 지닌 존재로 변화시키고 교회를 공공선을 실현하는 종교조직으로 개혁함으로써 기독교가 시민운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시민운동을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시민운동을 내부적으로 비판함으로써 시민사회가 성숙되고 사회 전체가 민주화되는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상황신학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시민신학은 가능할까? ‘후기 계몽주의 시대의 시민신학’을 주제로 발표한 오승성 박사(한신대)는 1987년 이후 변화된 한국사회를 반영해 생겨난 결과들 중의 하나인 시민신학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시민신학이 갖고 있는 한계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시민신학을 후기 민중신학이라고도 명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 오 박사는 “시민신학은 기독교장로회 교단 내에서 민중신학의 아들로 태어난 상황신학이기에 민중신학이 빠진 오류를 답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 박사에 따르면 민중신학은 한국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좋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매몰돼 상황이 요구하는 것들만 성경에서 찾으려 함으로써 성경 전체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하는 등 기독교 전통을 존중하지 못했다.

즉, 성경이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민중’으로서의 인간이 아니고, ‘죄인’으로서의 인간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도 사회변혁과 의식화가 아닌 은혜로 주어지는 죄로부터의 용서와 회개다. 또한 성경은 정치적 해방을 말하지 않고, 십자가 부활을 통해 이루어지는 구원의 역사를 강조하고 있지만 민중신학은 이러한 성경적 전통을 무시했다는 것이다.

오 박사는 “시민신학이 민중신학의 방법론과 똑같다면 신학의 대상을 민중에서 시민으로 확장시켰다는 것을 빼고는 민중신학과 달라진 것이 없게 된다”며 “시민신학이 시민을 위한 신학이라는 이름으로 시민의식으로 복음을 환원시켜버린다면 민중신학처럼 자유주의적인 오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민신학이 시민의식을 강조하고, 신의 초월적인 계시를 시민의식에 종속시킨다면 민중신학과 마찬가지로 개혁주의 신학자들과 목회자, 성도들에 의해 자유주의적이고 비복음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시민신학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체계를 세우고, 기독교 전통을 강조했던 후기 계몽주의 시대의 이상적인 신학방법론을 따라 기독교 전통에 충실한 신학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반면, ‘시민신학의 한계성과 가능성’을 주제로 토론했던 백충현 박사(장신대)는 시민신학은 한계성보다 가능성이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시민신학이 본연의 목적대로 ‘공공선’을 제대로 추구한다면 새로운 상황신학으로써 공공신학, 또는 칼빈의 하나님 주권성 혹은 신칼빈주의의 영역주권 이론과도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 박사는 “공공신학은 교회가 사회로부터 분리되고 괴리되어 온 상황을 극복하고, 교회의 공공성을 회복하고자 시도되고 있는 신학”이라며 “시민신학, 공공신학, 신칼빈주의의 세 가지 입장이 이론적인 배경과 목적, 방법이 다르지만 공공선을 추구하는 점에서 교단 간 연합과 연대가 훨씬 수월하게 이루어지고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시민신학은 민중신학의 계승자가 될 수 있는가’를 주제로 토론에 참여했던 정승우 박사(연세대)는 “민중신학이 정치적 민주화의 문제를 신학적으로 고민했다면 시민신학은 경제 민주화와 다원적 가치를 수용하기 위한 시민계급의 연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박사는 “촛불집회와도 같은 자발적 시민운동, 신자유주의, 용산참사로 상징되는 양극화, 이주 노동자들의 인권, 다문화적 갈등, 분단과 통일, 생태계, 사회적 소수자 등의 문제는 시민들이 주체가 돼 풀어야 할 중차대한 신학적 화두”라며 “시민신학이 이와 같은 시대적 과제를 외면하고, 중산층의 욕구와 허위의식을 신앙적으로 합법화한 번영신학을 반복한다면 신학적 퇴행에 불과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이번 심포지엄에는 이윤경 박사(이화여대), 박혜경 박사(숭실대), 노태성 박사(프랑크푸르트 신약학연구소 소장) 등도 △시민공동체를 향한 잠언의 종말론적 지혜 △지혜의 부름과 시민의 소명 △시민신학을 위한 신약성서적 기초 등을 주제로 시민신학의 한계 및 가능성을 모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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