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자 집단 된 기독교, 생각은 소수자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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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자 집단 된 기독교, 생각은 소수자 수준”
  • 이덕형 기자
  • 승인 2012.05.12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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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협 월례발표회, 발제자 이수영ㆍ지형은ㆍ최이우 목사

▲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김명혁 목사, 이하 한복협)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창천동 신촌성결교회에서 '기독교의 사회 정치적 책임'이란 주제로 월례발표회를 가졌다.
사회 소수집단에서 다수자집단으로 성장한 기독교가 그 부흥 과정에서 정치ㆍ사회 참여성을 잃어버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김명혁 목사, 이하 한복협) 주최로 지난 11일 오전 서울 창천동 신촌성결교회에서 ‘기독교의 사회 정치적 책임’이란 주제로 월례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회에는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와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 종교교회 최이우 목사가 발제자로 참여해 한국 교회가 나갈 정치ㆍ사회적 방향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기독교정당 설립과 관련 이날 반대 의견을 제시한 지형은 목사는 “교회사적으로 비춰 볼 때 한국사회에서 기독교 정당은 만들어지지 않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세속정권과 교계의 우위가 순차적으로 담긴 역사적 갈등에 비춰볼 때 정당을 통한 직접적인 정치참여의 결과는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지 목사는 그 이유로 “지리적 제약 없이 전 세계가 글로벌화 된 사회에서 기독교 정당은 실익이 없다”는 점과 “다양한 사상과 정신, 종교가 한 문화권에서 공존하는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사상이나 종교가 강하게 주도권을 쥐면 큰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기독교는 더 큰 그림을 바탕으로 앞으로 나가야한다”고 주장하며 정당에 의한 직접적인 정치 참여보다는 간접적인 정치 참여를 주문했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과 참여에 있어서는 적극적일 것을 강조했다.

지 목사는 “인구구성 비율에 있어 한국 교회는 이미 다수자 집단이면서도 생각은 아직 소수자 집단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사회 내 갈등을 빚고 있는 보수와 진보가 큰 그림을 그리며 함께 갈 수 있는 길을 교회가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기반이 될 기독교 정체성 모델로는 ‘주기도문 모델’이 제시됐다. 지 목사는 “과거 교회 내에서만 머무는 ‘노아의 방주 모델’이나 ‘순교공동체모델’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성도들에게 사회와 세상이 장차 망할 성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가 찾아올 마당이라는 주기도문 모델을 가르쳐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어 “교회는 특별계시와 연관된 자기 정체성을 더 성숙하게 하고 일반계시와 관련된 사회ㆍ정치적 연관성을 넓혀야 한다”고 전했다.

지 목사는 이같은 교회 사역을 위해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 △상생에 바탕 한 자본주의 △양심에 기초한 인도주의 인륜도덕 세 가지 점을 시야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달리 기독교 정당설립에 있어 ‘긍정적이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종교교회 최이우 목사는 “기독교 정당설립에 대해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상실한 기독교의 정치ㆍ사회적 영향력의 관점에서 기독교 정당 출연 가능성을 분석한 것이다.

최 목사는 “3.1운동을 이끈 우리나라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 지도자였던 일제시대에서 김구 선생과 이승만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건국초기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건국국회를 기도로 열었던 이 나라의 역사를 살펴볼 때 건국 초기 기독교의 정치적 참여는 활발했고 그 영향력도 넓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후 한국사회를 주도하던 문화의 흐름은 기독교문화에서 군사문화로, 또 그 뒤를 이어 운동권문화에서 기업문화로 이어져 오늘날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정교분리에 관해 “기독교 문화에서 군사문화로 전환되던 당시 기독교가 사회와 분리되어 내면화되면서 사회ㆍ정치ㆍ문화적 영향력이 정치인들에게 위임되던 과정에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정치ㆍ사회에서 분리된 기독교는 내면화 시기인 1970년과 80년대 대부흥을 이뤄 성도 수가 천이백만 명에 가까워질 수 있었는데 이는 오히려 외부시각에서 커다란 잠재적 경쟁 세력이나 위협이 될 수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 목사는 “천만 성도로 급속히 성장한 기독교는 한국사회의 사회ㆍ경제ㆍ문화를 좌우할 만한 힘이 될 수 있었기에 이런 상황에서 교회의 힘을 분산시키고 정치적으로 세력화하지 못하게 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었다”는 의혹을 드러냈다.

현재 교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져 자체적으로 세력을 약화시키는 내분에도 정치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있을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는 “시대적 상황에서 살펴봐도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종교권은 종교권대로 한국 사회는 '정교분리'를 강조하며 기독교 세력을 안으로 제한시키려 했고 세력을 진보와 보수로 분리시켜 스스로 대립 경쟁하도록 함으로써 그 힘을 상쇄하도록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최 목사는 “한국기독교는 사방에서 맹공격을 받아왔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그는 “현재 한국 교회는 거대한 몸집은 갖고 있지만 전혀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기독교의 사회 정치적 상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종교사회학적 측면에서 교회는 사회통합적 기능인 제사장적 기능과 사회변혁의 기능을 가져오는 예언자적 기능을 함께 지니고 있다”고 말하며 “사회적 목회사역을 말하는 예언자적 기능의 중요성을 살피고 기독교의 정치적 사회적 책임을 논하는 일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은 제시됐지만 이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도 제시됐다. 최 목사는 명망 있는 기독교 지도자 및 정통기독교교단, 단체가 뜻을 모아 기독교정당의 당위성에 대한 공적인 논의 과정과 전 국민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덕망 있는 제자 양성 두 가지 사항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근본적인 십계명 해석을 통해 기독교의 사회ㆍ정치참여에 대한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문안교회 이수영 목사는 “‘기독교의 사회 정치적 책임’에 대해 십계명의 6계명부터 10계명까지 ~하지 말라는 계명은 사회 전체 행복을 위해 주신 계명을 기본적으로 지키는 것이 기본적인 기독교인의 사회 정치적 책임”이라며 “‘~하지 말라’는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주어진 계명의 참의미에는 사랑의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들에게 하나님이 주신 계명의 참의미를 가르치는 것 또한 기독교에게 부여된 정치적 사회적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이날 제6계명을 예로 들며 살인하지 말라는 부정형 계명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타인이 목숨처럼 생각하는 명예, 자유, 생명 대해서도 보호해줄 의무가 기독교인에게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한복협 관계자는 다음 월례발표회는 ‘작은 교회를 격려하며 함께하는 한국교회’를 주제로 내달 8일 오전 7시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허태성 목사)에서 열린다고 밝혔다.

▲ 종교교회 최이우 목사는 “‘기독교 정당설립’에 대해서 긍정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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