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효성칼럼] 사순절의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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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칼럼] 사순절의 묵상
  • 방효성
  • 승인 2012.03.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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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효성의 성지를 찾아서 (2)

한 사나이가 장미꽃을 한 아름 들고 갤러리에 모여 있는 관객 앞으로 들어선다. 주위에 둘러선 관객들에게 붉은 장미 한 송이씩 나누어준다. 관객들은 향기를 맡는 이도 있고 두 손으로 장미꽃을 받아들고 서있다.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첼로의 연주가 배경음악으로 연주된다. 행위자는 관객들을 둘러보다가 중년신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고 그를 데리고 갤러리 중앙에 선다.

갤러리 가운데는 의자와 물이 담긴 대야가 놓여 있다. 얼떨결에 나온 관객은 행위자의 주문에 의해  의자에 앉아 신발을 벗고 양말을 벗는다. 행위자는 그의 발을 씻긴다. 얼마동안 정성껏 씻긴 후에 수건으로  발을 닦는다. 관객들과 의자에 앉아 발을 씻은 관객들은 다소 익숙한 풍경에 지켜보고 있다. 여기까지는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의 섬김의 본을 말씀 속에서 교과서처럼 익히 알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행위자는 붉은 장미꽃송이를 가져다가 발 씻은 대야에 한잎 두잎 꽃잎을 뿌린다. 대야에는 발을 씻기 전 맑은 그런 물은 아니었다. 빨간 장미 꽃잎이 둥둥 떠다닌다. 그리고는 커다란 와인잔을 가져다가 잔 가득히 물을 떠냈다. 발 씻은 물이 조명을 받아 부유물이 떠다니는 것이 보인다. 첼로연주도 멈추었다.

관객들의 시선은 대야의 물을 가득채운 와인잔에 집중되었다. 혹시? 하는 그 순간 행위자는 와인 잔에 가득한 물을 들이키고 있었다. 빈잔을 내려놓은 행위자는 천천히 들어왔던 문으로 사라졌다. 여운이 감돌며 관객들은 움직일 줄 모른다. 숨죽여 울음을 참는 흐느끼는 소리도 들린다. 침묵과 함께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는 관객들.

이날의 행위는 고난주간에 열렸던  ‘십자가의 고백 전’이란 전시회에 초청된 행위미술가 방효성의 공연이었다. 이상은 그날의 공연의 모습을 스케치 한 것이다. 사순절이 왔다. 이맘때가 오면 인류의 구원(요한3:16)을 위한 그리스도의 수난을 통하여진 영원한 생명을 묵상하며 회개와 절제 영적 훈련의 기간을 갖는 특별한 기간이다.

행위예술가로 고난주간 성금요일을 맞이하며 퍼포먼스를 통하여 그리스도의 고난을 함께 나누며 교감하고자 하는 뜻에서 ‘마라의 쓴물’ 이란 제목의 퍼포먼스이다. 제자의 발을 씻기신 예수님의 세족식 은 섬김의 도를 보여주신 교훈이 담겨있는 사건이다. 그러나 필자는 한걸음 나아가 예술가로 전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퍼포먼스를 본 관객들 중 대부분 더러운 발 씻은 물을 마시는 것에서 다소 충격적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죄를 인하여 십자가를 지시고 멸시와 모욕과 채찍에 맞으시며 십자가에 달려 물과 피를 다 쏟으신 예수님의 사랑에 비추어 볼 때 더러운 물이 우리의 죄와 비교할 수 있겠는가.나의 몸을 씻은 물로 인하여 죄까지 씻어진다면 더러운 물인들 얼마든지 마시지 못하겠는가. 필자는 관객에게 그날의 행위를 통하여 넌지시 던지고 싶었다.

관념적인 크리스천이 되어버린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머리로 믿으며 지식으로 아는 구원의 진리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묻고 싶다. 방금 눈으로 본 발 씻은 더러운 물을 마시는 것에 비위가 상하는 우리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의식 하지 못한 수많은 죄에 대한 불감증으로 인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죄를 깨끗한 물처럼 마시고 있는가? 한국엔 교회가 많다. 교회 안에 교인도 많다. 그러나 교회밖에는 그 많던 교인들이 다 어디에 있는가? 묻고 있다.

2월의 차가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시작한 새벽기도회는 어느덧 3월에 접어들며 겨우내 말랐던 나뭇가지엔 물이 오르며 꽃망울이 생기기 시작한다. 꽃샘추위 속에서도 여전히 꽃망울을 터뜨리는 소생하는 봄. 부활절이 갖는 의미와 계절의 묘한 조화가 경이롭기도 하다.

죄로 인하여 죽었던 인간이 예수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부활의 소망과 영원한 생명을 갖게 된 것을 자연을 통하여 깨달으면서 자신과 한국교회 나아가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는 영적각성의 기간이 되길 바란다.

방효성 (한국미술인선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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