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권·타락 "개혁대상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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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권·타락 "개혁대상 1호"
  • 승인 2002.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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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6년 기장 81차 총회 부총회장 후보로 출마한 손병선목사(군산세광교회)는 “혼탁한 선거에 끼어 들고 싶지 않다”며 후보사퇴서를 제출했다. 당시 부총회장에는 4명의 후보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이듬해인 97년 예장통합과 합동 기장 고신 등 4개 교단 갱신그룹 목회자 대표들은 장로교단의 고질적 병폐인 선거문제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총회장이 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부총회장 선거에서 일반 사회 선거와 같은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4개 교단 갱신그룹들은 입후보자들이 먼저 ‘금품과 향응제공, 지역분열’등에 동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98년 9월 총회 분위기가 한창 달아오른 시점에서 한국교회에 가히 충격적인 양심선언이 터져 나왔다. 97년 선거당시 모교단 부총회장 선거 캠프에서 일했던 한 전도사가 선거비용을 폭로하고 나온 것이다.
양심선언과 연루된 교단은 97년 선거당시 입후보자들에게 올 총회가 깨끗한 총회 원년이 되게 해달라며 담화문을 발표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운동이 과열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유감이다.

임원 후보자들은 후보자 상호 명예를 훼손하거나 금품과 숙식제공, 총대접견 등을 삼가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는 돈의 잔치로 치뤄진 것이다. 한국교회 임원선거가 혼탁 양상을 띤 것은 비단 1~2년간의 일은 아니다. 이미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92년 ‘깨끗한 총회를 위한 기독교단체협의회’를 조직했고 80년대에도 상대후보자에 대한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되는 사례는 종종 있어왔다.

교회의 선거가 일반 사회 선거와 다를 바 없이 부정과 금권으로 얼룩진 것은 우선 교단이 자유경선을 유도하는 선거방식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 또 수백명에서 수천여명에 이르는 총대와 그 가운데 선거를 이용해 한몫 잡아 보려는 브로커들의 장난이 합쳐져 있으며 한국교회에 깊이 뿌리박힌 지연과 학연주의가 선거의 혼란을 가중시킨다.

교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선거 브로커들은 모임을 만들고 금품을 요구하며 후보자들에게 접근하고 있다. 모 교단 총회 부총회장 선거에 나섰던 한 후보목사는 “이름이 제법 알려진 정치장로가 타 지역 총대의 표를 흡수할 수 있다며 활동비를 요청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교단 부총회장 선거비용은 일반 사회 자치단체장 선거 비용과 맞먹는 규모다. 물론 과열양상을 띠는 일부 총회에 국한된 이야기일수 있으나 많게는 7억에서 8억설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교단들이 이런 선거풍토를 바로잡고자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과다한 총회비용 지출을 줄이고 선거브로커들의 활동을 막기 위해 기감과 통합 기장 등 주요교단들은 총대수 축소 안건을 상정한 바 있다. 또 입후보자 자격을 강화하고 선거운동 일수를 축소하는 등 부정선거운동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총대수 축소안건은 상정되자마자 폐기처분되기 일쑤였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정한 시행세칙들도 총회 브로커들과 입후보자들의 과열된 경선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나마 올해 처음으로 예장 고신과 통합이 입후보자 공청회를 진행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기장총회의 선거제도 개혁을 요구해온 나핵집목사(열린교회)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합법적인 선거운동의 장을 마련하지 못한 채 지나치게 규제만을 강조하고 있어 후보자들이 자신을 알리려 탈법을 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된다”고 지적했다.

총대들은 총회 한달 전쯤 문서를 통해 입후보자의 프로필과 공약을 확인하고 총회석상에서 입후보자의 얼굴을 처음보고 소신을 듣는 것이 전부라는 설명이다.
나목사는 “지역별 공청회를 통해 입후보자들이 정당한 정책대결을 벌일 수 있는 풍토가 마련되야 하며 무엇보다도 입후보자 단일화를 통해 치열한 경선으로 인한 부정선거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각 교단 총회에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다양한 안건들이 상정됐다. 합동측이 시행하고 있는 제비뽑기 선출방식을 차선책이나마 대안으로 제시한 교단이 있는가 하면 노회별 투표를 통해 임원을 선출, 총대의 권한을 약화시키자는 의견도 올라와 있다. 고신 총회장을 지낸 바 있는 임종만목사는 “총회장은 교단과 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자리”라고 말한 바 있다.

교단의 원로가 마지막으로 총회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 그 영광된 자리를 위해 돈과 힘이 난무하는 교회의 얼룩진 모습은 하루빨리 없어져야할 개혁대상 1호라는 것이 교단 임원선거를 바라보는 한국교회의 하나된 목소리다.

이현주기자(Lhj@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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