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가계 빚으로 사회적 기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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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가계 빚으로 사회적 기반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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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2.0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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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치를 경신해 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2011년 6월말 기준 876.3조원으로 전년보다 3.5%가 늘어났다. 7월 이후에도 정부에서 가계부채 억제대책을 내어 놓았지만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계대출은 대부분이 만기 일시 상환방식이며 거기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가 인상되거나 담보로 잡혀있는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벌써 최근 6개월간 이자를 상환하지 못한 가구가 전체의 13.0%, 원금을 갚지 못한 가구가 10.3%로 4가구 중 1가구 정도가 연체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계 빚의 질적 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금리가 낮은 은행권의 대출보다는 금리가 훨씬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 한국은행은 중하위 계층의 상당수가 은행과 함께 비은행에서도 대출을 받거나 여러 비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일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 차입자이면서 비은행권에도 대출이 있는 다중채무 비중이 전체 은행대출의 33%에 달했다. 이것은 비은행권에서 저소득층의 대출이 부실화되면 은행권도 동시에 부실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은행권이 부실화되면 IMF 사태 때와 같이 금융대란이 일어난다.

그런데 금융대란의 징조가 이미 여러 측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내년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정부나 기업이나 ‘긴축’ 할 수밖에 없다. 서민들의 체감경기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2005년 이후 취급됐던 주택담보대출의 거치기간 만료가 본격화됨에 따라 빚을 갚아야 할 시기가 무더기로 도래하고 있어 이로 인한 연체가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26.6%를 차지하는 ‘부채상환능력 취약대출’이 문제다.

심히 걱정스러운 것은 가계대출이 2003년 카드사태의 전철을 밟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카드사태가 발생되기 전에도 전문가들의 우려의 소리가 높았지만, 카드회사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고 현금서비스를 막무가내로 늘여나갔고 정부에서도 효과적인 대책을 내어놓지 못해 결국에는 가난한 사람들 수백만 명이 신용불량자가 되어 경제적인 불구자로 살 수밖에 없는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그러나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어물쩍 넘어갔다.

이번에는 은행권에서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는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었음에도 은행, 비은행을 막론하고 막무가내로 가계대출을 늘려가고 있다. IMF 사태 당시에 가계대출을 주로 취급했던 은행들이 살아남았고 기업대출을 주로 취급했던 은행들은 도산하거나 M&A를 당해 모두 퇴출되었다. 이에 대한 학습효과로 이제는 은행들이 본연의 역할인 기업대출보다는 가계대출에 집중하고 있다.

소득능력을 확인하지 않고 주택만 있으면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고 있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에서는 이재사 가계대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지난 6월 29일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연착륙’이란 표현은 그대로 두면 경착륙이 될 만큼 가계대출이 심각한 수준까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도 그동안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기준금리를 더 올리지 않아 가계대출의 증가를 억제시키지 못했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규모면에서 여전히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용면에서도 악성화 되고 있다.

이제 가계부체는 연착륙을 시키기에 규모가 너무 비대해졌다. 빚은 하방경직성이 있어 한 번 늘어난 빚은 줄이기가 힘들다. 앞으로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부채의 부실화가 금융권을 강타할 것이며, 그 여파는 미국의 모기지 사태나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적자 위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가계대출 문제가 폭발하면 카드사태 당시와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들은 무차별적으로 담보 물건들을 처분하여 회수에 나설 것이다. 이런 상황을 성경에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다. “고아의 나귀를 몰아가며 과부의 소를 볼모 잡으며, 빈궁한 자를 길에서 몰아내나니 세상에 가난한 자가 다 스스로 숨는구나”(욥기 24:3,4) 이것은 성경적 자본주의가 아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면 서민들의 생활기반이 무너지고 경제적인 불구자들이 또 쏟아져 나오게 될 것이며, IMF 사태나 모기지 사태와 달리 사회적인 기반을 흔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 고통 없이는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아픔을 무릅쓰고 정부와 한국은행과 은행권이 함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지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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