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목회진단 후 “영적 회복, 교회 성장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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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자 목회진단 후 “영적 회복, 교회 성장 눈에 띄네”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12.0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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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 지난 5일 ‘목회진단 프로그램’ 발표

지난 5일 제2회 학술대회 통해 주일교회와 강성교회 사례 소개
강점 유지하고 약점 보완하는 신학적 분석으로 목회현장 변화 꾀해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감리교 소속 주일교회는 1969년에 개척돼 4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곳이다. 하지만 그동안  7명의 목회자가 바뀌면서 성도들 안에는 목회자에 대한 불신이 팽배했고, 최근 사임한 7대 담임 목사와 성도의 갈등은 무척 심각한 상황이었다.

7대 목사는 교회의 부흥을 주도하며 성도수를 500명으로 배가시켰고, 50억 규모의 교회를 건축했다. 한마디로 ‘잘 나가는’ 목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회 건축 후 담임목사와 장로 사이에 재정문제로 인한 갈등이 발생하면서 사회법까지 가는 상황으로 사태가 악화됐다. 이런 분쟁 중에 지난해 7월 8대 목사로 백성현 목사가 부임했다. 하지만 갈라진 교회를 하나로 모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영적 침체와 교육체계의 붕괴, 성도수 감소 등 교회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신학의 화석화를 반성하고 목회현장에 살아있는 개혁신학을 심겠다고 나선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는 주일교회를 ‘목회진단 프로그램’ 연구 사례로 선정했다. 그리고 성도들의 출석 동기와 거부 동기를 분석하기 위해 8가지 질문을 만들었다. △예배에 대한 교인들의 만족도 평가 △설교에 대한 교인들의 만족도 평가 △목회자 인격만족도 평가 △주일교회의 주일학교에 대한 만족도 평가 △주일교회의 심방과 돌봄 평가 △제직 만족도 평가 △교인들 간의 친교 만족도 평가 △주일교회의 봉사활동 만족도 평가 등이었다.

조사 결과 주일교회는 새로 부임한 백 목사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고, 예배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설교의 만족도는 예배보다 높았으며 목회자의 인격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일학교 시스템의 붕괴는 성도들도 느낄 정도였으며 심방과 돌봄의 만족도 또한 낮은 편이었다.

김상구 교수(백석대학교)
조사과정에서 발견된 중요한 점은 집사와 장로 등 제직에 대한 만족도. 성도들은 목회자에 대해 지지를 표시한 반면, 제직에 대해서는 불만족을 드러냈다. 성도들은 “장로가 목회에 너무 많이 관여하고 있으며, 목사와 중직자의 갈등이 교회를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 조사를 통해 결국 주일교회의 문제는 성도 개개인의 실존적이고 심리적인 위기에서 비롯됐으며, 서로 간에 적극적으로 위로하고 격려하지 못하는 공동체 붕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친교 만족도 또한 낮은 편이었고, 성도들은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조사를 마친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 연구팀은 제직훈련을 위한 집중세미나를 제안했으며, 장로신학세미나를 실시하라고 권유했다. 목회자는 제직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직분론’을 가르치며 회복을 도와야 하고, 장로들의 경우 자신들의 전공 분야인 교육과 건축, 금융에 대한 지식을 다른 성도들이나 청년들에게 가르치고 공유할 수 있는 강연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로들의 강점과 특성을 교회 안에서 십분 발휘케함으로써 목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을 자제할 수 있는 대안적 방법이었다.

또 주일교회의 성도들은 교회 내 문제를 목회자와의 갈등으로 인지하고 있었지만 조사 결과 성도 간의 불신, 즉 신뢰가 깨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도는 막히고 교회에 대한 자긍심도 상당히 낮아 목회자가 원하는 결실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실천신학회는 백성현 담임목사에게 “예배와 설교 시간에 교인들이 서로 축복하며 인사하도록 했으며, 성만찬 예전이나 세족식, 특별예배 안수를 통해 서로 관계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전교인 수련회와 신앙세미나, 문화 활동과 체육활동으로 성도들이 친밀도를 높이는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가질 것을 제안했다.

목회진단 프로그램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찾아낸 주일교회는 지금 어떻게 변했을까. 지난 5일 열린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 제2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백 목사는 “교회의 각 구성원들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인식하게 됐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교회에 대해 자신이 없어, 전도를 꺼리던 성도들이 변화되고 현재 120명의 새신자를 맞이하는 부흥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영적 침체를 이겨내고 성도 간 신뢰를 회복한 놀라운 결실이었다.

사례 발표에 나선 백석대 김상구 교수는 “목회진단 프로그램은 현재 교회가 처한 상황을 직시하게 만들고, 하나님으로부터 부여된 교회의 비전과 핵심가치가 무엇인지를 다시금 점검하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에게는 방향성을 제공하고 성도들에게는 하나님이 원하시는 바를 깨닫게 한 것이다. 김 교수는 “어두운 밤바다를 방황하고 표류하는 난파선처럼 영적으로 암울한 한국 사회 속에서 하나님의 생명의 복음을 붙잡고 씨름중인 기성교회들을 더욱 건강히 세워가는 것이 실천신학회 연구팀이 감당할 중요한 사역”이라고 말했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처음 공개된 목회진단 프로그램은 최근 한국 교회 안에 무분별하게 확산된 교회 부흥 프로그램과는 차별성을 갖는다. 단순히 교회를 부흥시키는 기술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현장과 분리되어 사변화된 신학의 문제를 개선하고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워지는 교회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말씀 안에서 부름과 세움, 보냄의 3중 구조적 사역을 회복하는 교회를 세우는 것이 목적”이라며 “목회진단과 평가를 통해 명확한 비전을 세우는 클리닉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목회진단 프로그램이 교회 안에서 빨리 자리잡는 이유는 상업적 목회 컨설팅이 아니라 철저한 신학적 분석을 근거로 한 진단이기 때문이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이승진 교수는 “한국 교회가 당면한 문제 중 하나로 목회현장과 동떨어진 신학교

이승진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육을 들 수 있다”며 “학문적 탐구에는 적합하지만 목회자 양성에는 부적합한 신학교육이 현재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목회진단 연구는 생명을 잃어버린 신학교육 현장에 다시금 생명적이며 실천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실천적 적용이 목회진단으로 제시돼 교회를 살리는 일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진 교수는 이번 목회진단 연구에 ‘프락시스 실천신학 방법론’이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프락시스 실천신학 방법론은 총 4단계로 교회가 직면한 현실에 관한 자료 수집, 즉 교회출석동기와 교회 현장의 진단과 교회가 직면한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 교회가 추구할 성경적 규범과 지향점 세우기, 마지막으로 교회가 실천할 전략적 대안 마련 등이다. 이러한 연구는 개척교회와 중형교회, 대형교회 등에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실제로 이번 목회진단에 참여한 강성교회는 출석 성도 1000여 명 규모의 중대형교회로 박요일 담임목사의 강해설교에 힘입어 부흥을 거듭했다. 외형적으로 별 문제가 없는 교회지만 박 목사의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동안의 목회사역을 진단하고 후임 인선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연구는 중요하게 평가됐다.

강성교회의 목회진단 결과, 예배와 목회자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높았지만 성가대 활동이나 새신자 정착율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제직에 대한 교인들의 만족도도 다른 사역에 비해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 제직의 헌신을 고취시키는 전략이 시급했다.

실천신학회 연구팀은 강성교회 목회진단을 마친 후 “교회의 지속적인 부흥과 성장을 위해서 교회의 가장 기초적인 구조인 ‘부름’ 사역은 안정적이지만 세움과 보냄의 사역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QT반의 강화와 성도들의 감동이 선교와 구제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목회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 5월 창립 후 두 번째로 학술대회를 개최한 개혁주의생명신학 실천신학회는 ‘이제 실천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목회진단 프로그램을 통한 교회 개혁의 첫 단추를 끼웠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반성과 함께 출발한 개혁주의생명신학이 ‘실천’의 옷을 입기 위해 목회 현장부터 살려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는 장종현 목사는 “목회진단 프로그램 개발과 설교클리닉, 예배 클리닉, 전도학교, 기도학교, 건강한 개척교회 세우기 운동 등 목회현장에서 예수님의 생명을 움트게 하는 실천운동으로서 실천신학회가 역할을 감당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개혁주의생명신학회는 사변화된 개혁주의신학에 예수 그리스도의 생명을 불어넣는 실천운동으로 시작됐으며, 첫 분과학회로 실천신학회를 창립한 후 신학이론과 목회실천을 통합하는 다양한 목회전략과 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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