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의 발흥, 그리고 한국 교회 대처 방안(상)
상태바
이단의 발흥, 그리고 한국 교회 대처 방안(상)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1.11.22 14: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왜 이단에 빠지는가 - 교회에 대한 실망ㆍ불안정한 현대가정사가 가장 큰 원인

▲ 이단ㆍ사이비 단체들의 활동이 거세지면서 신학회들이 다양한 학술대회를 통해 한국 교회에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사진은 한국기독교상담ㆍ심리치료학회가 지난 19일 개최한 추계학술대회 모습.
중고등학생ㆍ대학생ㆍ실직자 등 정체성 혼란을 겪는 이들이 표적
친밀공동체와 가족의 개념 부각시켜 ‘거짓된 사랑의 공동체’ 형성
성경적, 윤리적인 삶 결단하는 한국 교회 각성만이 최선의 해결책

최근 한국 교회가 직면한 심각한 위기 중의 하나가 바로 이단ㆍ사이비와 같은 신흥종교의 발흥과 왜곡된 신비주의 운동의 확산이다. 특히 한 이단 단체의 경우 주일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 찾아와 홍보 전단지와 홍보 CD를 배포하는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교인으로 위장해 교회 안으로 들어와 각종 예배와 성경공부를 방해하거나 교회를 분열시키는 등 심각한 피해를 안겨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는 이단ㆍ사이비와 신비주의 운동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단ㆍ사이비에 대한 대처는 이제 선택을 넘어 필수가 됐다. 이에 본지는 왜 이단에 빠지게 되는지, 이단에 대처하는 상담 및 신앙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한 이단ㆍ사이비 및 왜곡된 신비주의 운동의 확산에 따른 교회의 정체성을 어떻게 세워나가야 할 것인지 그 방향성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S 대학에 다니는 K 학생(26세). 교정에서 전국적으로 신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단 포교자를 만났다. 포교자는 처음에 자신을 신학교를 졸업한 신학생이라며 K 학생에게 설문조사에 응해줄 것을 부탁했다. 여기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인적사항을 기재한 것이 화근이 됐다.

가입한 메일 주소를 통해 포교자는 안부메일을 보냈다. 평범한 안부메일이었기 때문에 큰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간단한 문답식 성경공부 내용을 보내왔다. 성경을 알아야 하는 이유와 그 중요성만을 강조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모태신앙인이었던 K 학생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고 답변을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몇 개월을 보냈다.

그러나 K 학생이 성경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때쯤 포교자는 본격적으로 성경공부를 해보자고 제의했다. 제의를 받아들인 K 학생은 매주 진행되는 성경공부에 참여하게 되면서 기성 교회 목회자들은 삯군이며, 거짓목자라는 가르침에 빠져 더 이상 기성 교회에 다닐 수 없게 됐다.

주부 J 씨(45세). 자신을 하나님이라고 주장하는 G 단체에 다녔다. 동네 수퍼 주인인 아줌마의 권유로 발을 들여놨다. 이후 가족 간 불화와 갈등이 생겼다. 종교보다 가족이 먼저였던 J 씨는 빠져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G 단체는 어떻게 가족간의 갈등을 해결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세뇌시켰다. 때론 가족을 상대로 강하게 싸우라는 조언도 해줬으며, 위기를 대처할 수 있는 거짓말까지 가르쳤다.

누구보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던 A 집사(50세). 몇 개월 전 교회에 등록한 한 성도와 가깝게 지냈다. 신앙심이 너무 좋은 것 같았다. 자주 만나 커피도 마시고, 함께 성경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 성도는 성경지식이 너무나도 풍부했다. A 집사는 그를 집으로까지 초청해 남편과 함께 성경교육을 받았다. 결국 그 가정은 교회를 떠나 이단으로 알려진 C 집단에 들어가고 말았다.

현재 한국 교회 많은 성도들이 이단ㆍ사이비에 미혹되거나 빠져들고 있지만 교회적 차원의 체계적인 대응은 미흡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이단ㆍ사이비 단체들이 기독교에서 파생돼 교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처음에 그 정체성을 분간하기 쉽지 않다. 설령 뒤늦게 알았다 하더라도 그 마수의 손길로부터 빠져나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최근 이단ㆍ사이비 단체들은 선교사로, 신학생으로 자신들을 소개하며, ‘설문조사’ 형식을 빌어 기성 교회 성도들의 집에 찾아간다. 그리고 보통 두 가지 방법으로 포교활동을 한다. 첫째는 신학적, 교리적으로 접근하는 것이고, 둘째는 심리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어려움이나 필요, 욕구를 악용하는 것이다. 이단ㆍ사이비 단체들의 전략은 ‘필요를 발견하고 채워주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가 이단ㆍ사이비에 빠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동섭 박사(가족관계연구소장)는 “이단과 같은 신흥종교 집단은 언제나 개인이 정서적으로 곤궁할 때 접근한다”며 “따라서 그들이 관심을 갖는 대상은 자아정체감을 확립하지 못해 혼돈에 빠져 있는 중고등학생, 대학입시에 실패한 재학생이나 이혼이나 가족의 사망으로 우울해하고 있는 사람들, 처음으로 부모를 떠나 하숙하고 있는 대학 신입생, 실직자 등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기독교상담ㆍ심리치료학회(회장:최재락 박사)가 지난 19일 ‘신흥종교와 기독교 상담적 돌봄’을 주제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 발제자로 참여한 정동섭 박사는 이단ㆍ사이비에 빠지게 되는 성도들의 심리적 특성을 △소속감의 결여 △불행한 결혼생활 △경제, 질병, 실업 등의 위기 △교회에 대한 실망 △맹목적 의존 심성 등 다섯 가지로 분석했다.

정 박사는 “증가하는 이혼, 잦은 이사와 전근, 성도덕의 문란, 자녀교육에 자신을 상실해 가는 부모들에 의해 특징 지워지고 있는 불안정한 현대가정이 사람들로 하여금 이단과 같은 ‘거짓된 사랑의 공동체’를 찾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특히 “젊은이들이 이단에 빠지는 한 가지 이유는 가족을 찾는데 있다. 이혼과 부모 자녀간의 세대차와 갈등, 아동학대 등이 새롭고 완전한 가족을 찾도록 만든다”며 “이단ㆍ사이비 집단은 친밀공동체의 개념을 의도적으로 활용해 추종자들에게 가족의 개념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늘날 기성 교회는 도덕적으로 변화된 삶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대형 교회는 비인격적이기 때문에 성도들에게 소속감을 주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회가 성경적 교리를 가르치는데 우선순위를 두지 않음으로써 성도들의 많은 기대를 좌절시키고 있다”며 정통 교회에 대한 실망이 이단에 빠지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세대 연합신대원에서 상담학을 가르치고 있는 유영권 교수는 “기성 교회가 부패하고, 경직된 조직에 매달려 권력화되면서 교회에서 상처를 받고, 그 상처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이단의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며 “기성 교회에 대한 상처로 인해 고민하고 힘들어 하다가 교회를 떠나게 된 성도들이 이단의 표적이 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기성 교회에서 나온 성도들은 사회적 대인관계를 끊거나 자신 안에만 갇혀 헛된 생각을 하는 일차적 고립감에 빠지게 된다. 이런 고립감에 빠져 있는 성도에게 이단ㆍ사이비는 새롭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공동체의 느낌을 제공해주고, 원만한 대인관계를 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이단ㆍ사이비에 빠진 이들은 다른 가족들에게는 사탄이 들어 있다는 세뇌교육을 받게 되고, 이로 인해 가족들이 이단에 빠진 사람들 구출하는 노력을 헛되게 만든다”며 “결국 사회와 격리된 폐쇄적인 공동체 안에서 일반사회와 고립되는 이차적 고립감도 동시에 갖게 된다”고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 교회 성도들이 이단ㆍ사이비에 빠지게 되는 이유는 기성 교회에 대한 실망을 비롯해 정서적 불안, 낮은 자존감, 유기불안, 외로움, 삶에 대한 부적절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같은 사실들은 기성 교회가 성도들의 감정, 심리, 사회적 욕구 등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이단ㆍ사이비의 확산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탁지원 소장(국제종교문제연구소)은 “한국 교회는 이단들이 사용하는 명칭과 더불어 각 단체의 핵심교리를 몇 가지만이라도 파악하고, 날마다 바뀌는 전략들을 어느 정도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더 나아가 그들의 교리와 주장 등의 문제점을 통찰하는 지혜도 함께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성도들은 아무리 좋은 성경공부나 기도원, 집회 등이 있다거나 신앙 좋은 선교사들이나 교역자들을 만나게 해준다 하더라도 섬기는 교회나 교역자들이 모르거나 검증되지 않은 곳이라면 절대로 관계하지 않는 것이 이단을 예방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대형화되고 물량주의의 위기에 빠져 있는 한국 교회. 무엇보다 타락과 추락의 끝을 보여주고 있는 일부 목회자들의 모습들은 이단ㆍ사이비 단체들의 활동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 그들은 교회 안팎으로 온갖 조롱과 비판을 받고 있는 한국 교회를 대항해 능란한 전략과 전술, 위장된 섬김과 나눔으로 세상 사람들의 인정을 받고 있다. 성경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결단하는 한국 교회의 각성만이 이단ㆍ사이비 활동을 막는 최선의 대안책이라고 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