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서 목사 제안으로 2019년 양원역사 내 개관
지역 주민 위한 문화와 소통공간, 복음전파 계기
지난달 28일 서울시 중랑구 서울씨티교회(담임:조희서 목사) 본당에 어린이들을 위한 마술쇼 한마당이 펼쳐졌다. 훌륭한 공연장과 같이 조성된 예배 공간이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과 부모들은 마술쇼를 더 집중해 즐길 수 있었다.
이날 마술쇼는 서울씨티교회가 2019년 개관한 양원역작은도서관이 어린이날을 앞두고 주민들을 위해 마련했다. 교회 이름을 내건 행사였다면 주민들이 찾아오기 쉽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이 주최한 행사로 홍보되었기 때문에 주민들은 비교적 쉽게 교회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양원역작은도서관의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사전 접수한 1천명의 어린이와 부모들로 예배당은 가득 찼다. 신기한 마술이 펼쳐질 때마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쏟아진다. 마술사는 마술 하나를 펼칠 때마다 어린아이를 무대로 초청해 직접 마술을 시연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를 지켜보는 부모들의 얼굴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또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고자 핸드폰이 멈추질 않는다. 그 곁에서 조희서 목사는 한 시간 동안 서서 공연을 지켜보며 흐뭇하게 웃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매력적인 교회
조희서 목사는 애초 교회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것에 반대했다. 수준 높은 도서와 전문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하는데, 교회로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더구나 요즘 종이책을 많이 보지 않는 시대라는 인식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도서관 문을 열어놓고는 부실하게 운영하는 교회를 많이 봤습니다. 열정적인 종사자와 좋은 프로그램 운영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그런데 우연치 않게 교회 앞 양원역 안에 눈에 띄는 공간이 보였습니다. 상가가 비어 있었고,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신다고 생각해 도서관 운영을 양원역에 제안한 겁니다.”
서울씨티교회 바로 2차선 도로 건너편에는 경의중앙선 양원역이 자리하고 있다. 도보로 1분이 채 걸리지 않을 거리다. 조 목사의 제안은 흔쾌히 수락됐다.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면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조희서 목사는 “교회는 주민들과 소통을 위해 담장을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는 목회철학을 갖고 있다.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이 보다 쉽게 교회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더구나 교회 인근에 새 아파트 단지가 조성되면서 다양한 세대의 교인들이 들어왔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 문화적으로 매력적인 교회가 될 필요가 있었다.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좋은 것에서 멈추면 안 됩니다. 새로운 것을 가지고 오고 싶은 교회가 되도록 동기부여가 필요하거든요. 의도적으로 교회를 폄하하는 시대가 됐는데, 이런 때일수록 교회가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담을 넘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씨티교회는 주민 친화적”
서울씨티교회는 이미 문화적으로 주민들과 접근성이 높은 교회였다. 지난 2022년에는 교회 담장 100미터 구간을 미국의 유명 프러페틱 아티스트(prophetic artist) 자넷 현 집사의 성화로 벽화를 조성했다. 중랑구청까지 함께하는 ‘그림이 있는 서울둘레길’ 사업이었으며, 둘레길 순례자뿐 아니라 주민들을 위한 문화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이것 역시 조희서 목사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으며, ‘함께 비상해요’를 주제로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미였다. 중랑구청은 가로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가로수 정비도 진행하는 등 주변 경관 미화 작업을 수행하며 교회와 함께했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전체 156km 서울 둘레길 중 중랑구 서울씨티교회 주변 둘레길은 숲도 있고, 미술 작품도 있는 공간으로 가장 걷기 좋은 거리가 될 것”이라고 호평했다. 주민친화적 교회라는 점에서 구청도 적극 협력하고 있다. 양원역작은도서관 사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휴일임에도 어린이날 마술쇼를 참관한 중랑구청 김진민 문화예술과장도 “서울씨티교회는 구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보다 주민 참여도가 높은 사업들이 많다. 그래서 구 차원에서 더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조희서 목사님이 아이디어도 많고 생각이 젊기 때문에 주민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계속 발굴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희서 목사는 코로나19 기간 국내 최초로 ‘드라이브-인 워십’을 도입하면서 로이터통신, CNN 등 외신뿐 아니라 국내 매체들이 앞 다투어 보도한 인물이다. 코로나 위기 가운데서도 교인들이 마음껏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FM주파수 활용을 떠올렸다. “예배가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확고한 원칙을 지키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아도 되는 뜻밖의 접근이었다.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소통 공간
양원역작은도서관은 현재는 교회 1층에 조성되어 있다. 양원역사에서 사용하던 공간이 임대되면서 이전을 요청해왔기 때문이다. 도서관 이름도 주민들이 불렀던 대로 이용하도록 유지하고 있다.
서울씨티교회가 지금까지 도서관을 운영할 수 있는 동력은 역시 성도들이다. 특히 조희서 목사는 개관 때부터 도서관장으로 섬기고 있는 김희숙 집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단한 분입니다. 자폐 1급 장애를 가진 자녀를 길러내면서 늘 웃으면서 책임을 다하는 성도입니다. 작은도서관 사역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을 때부터 김 집사님은 도서관 수요에 대한 사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주민 친화적인 프로그램에 대해 꾸준히 연구했습니다. 헌신적인 우리 성도들이 인적 자원이 되어 주민들을 위한 다채로운 사업들도 추진할 수 있습니다.”
김희숙 관장은 도서관을 홍보하고 주민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SNS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반 기업들도 채널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은데, 무려 1,300여명 주민들이 가입해 도서관 정보를 확인하고 프로그램을 직접 신청하고 있다. 양질의 도서 확보도 소홀히 하지 않고, 영어원서만도 900여권이나 보유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많은 만큼 자녀들을 위해 ‘미러클암산교실’, ‘오감놀이’, ‘영어스토리텔링’, ‘미술심리상담’을 비롯해 쿠킹클래스, 부모교육, 원예수업, 조향수업, 여성강좌, 성인을 위한 강좌 등이 운영 중이다.
김희숙 관장은 “동네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나누고 주민들이 관심을 활용할 만한 도서를 많이 비치하고 있는 특화된 도서관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민들이 이곳에서 소통하며 좋은 이웃이 되고 있다”면서 “비신자들과 어우러지고 신뢰와 우정을 쌓아가는 공간이 우리 교회”라고 설명했다.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전도가 되어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도 있다.
작년 11월 말에는 ‘김창옥의 마음처방 콘서트’를 개최해 폭발적인 주민들의 반응올 얻기도 했다. 역시 양원역작은도서관이 추진한 사업으로 지역 주민들의 교회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강화한 시간이었다.
조희서 목사는 “기차역에 플래폼이 있어야 기차가 들어와 머물 수 있는 것처럼 교회가 플랫폼 처치가 돼야 한다. 나아가 교회들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 밀착형 플랫폼 처치가 되도록 힘쓰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차별적이고 능동적 사역이 추구하는 교회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