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욕심이 잉태하면 사망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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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욕심이 잉태하면 사망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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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9.2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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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덕 목사 (샬롬교회 협동목사ㆍ경영학 박사)

우리나라는 1990년대 중반에 소위 ‘선진국 클럽’이라는 OECD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그동안 규제 받던 해외자본이 국내기업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시장에는 돈이 넘쳐흘렀다. 아파트와 골프장 회원권 분양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주식을 해야 돈을 번다고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까지 주식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강남의 유흥가는 새벽까지 흥청거리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어렵고 힘든 일은 사람들이 기피하여 중소기업들은 ‘구인난’을 호소하기도 했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경기가 과열국면에 진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흥청거리던 경제에 빨간 불이 켜졌다. 1997년 말 IMF사태가 터진 것이다. ‘차입경영’에 재미를 보던 기업들이 부채 때문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정리해고’의 쓰나미가 몰아닥쳤다. 중산층이 무너지고 길거리에는 실업자들이 넘쳐나고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쳐 자살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서민들은 쓸래야 쓸 수 있는 돈이 없고, 남아 있는 중산층도 내일이 불안하여 돈을 쓰지 않으니 시장에서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상품이 팔리지 않으니 문을 닫는 공장이 늘어나고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의 수는 점점 더 늘어난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경기가 불황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긴 고통의 시간이 지나면 일자리가 다시 서서히 생기기 시작하고, 시장에 돈이 돌고, 물건이 팔리기 시작한다. 공장의 기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이 점차 해소되면서 사람들은 지갑을 열기 시작한다.

불황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것 같았던 경제가 서서히 소생하고, 막혔던 외국의 돈줄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경제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상태를 경기회복국면이라 한다. 소생한 경제가 탄력을 받아 경기회복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다시 경기과열국면으로 접어들고, 경기과열이 절정에 이르면 다시 하강국면으로 진입하여 불황의 터널로 들어선다. 이와 같이 경기의 회복과 활황 그리고 하강과 불황으로 진행되어 나가는 과정을 경기변동이라 한다.

경제정책이란 경기가 상승국면에 진입하면 서서히 기반을 다져가며 상승하도록 하고, 경기가 활황국면에서 반전하여 하강국면으로 들어서면 서서히 하강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제가 하강국면에 접어들더라도 서서히 나빠지면 국민들은 고통을 별로 느끼지 않고 대비하지만, 갑자기 불황을 맞이하면 고통을 크게 느끼게 된다.

전자를 비행기가 서서히 착륙하는 것에 비유하여 경기의 연착륙이라 하고, 후자를 비행기가 갑자기 고장이 나서 불시착하는 것에 비유하여 경착륙이라 한다. 비행기가 경착륙을 하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다치거나 죽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는 것과 같이, 경기가 경착륙을 하게 되면 나라경제가 무너져 난장판이 된다. 따라서 경제를 움직여나갈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경기 하강국면에서 경착륙을 피하고 연착륙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경착륙을 피하려면 경기가 과열되어 거품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제에 거품이 생긴다는 말은 지나친 투기로 말미암아 정상적인 거래에서 이루어지는 가격보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을 말한다. 경제에 거품이 생기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일을 해서 돈을 벌기 보다는 투기를 해서 돈을 벌려 한다.

일에는 수고와 고통이 따르지만 투기는 돈만 있으면 가만히 앉아서 거액의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집이나 아파트를 한 채만 샀다 팔아도 연봉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누군들 그 판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겠는가! 이 상태가 되면 돈이 없는 사람도 돈을 빌려 투기에 가담하게 된다. 미국의 모기지 사태는 이렇게 해서 터졌다.

거품은 무한정 커지지 않는다. 거품이 커지다가 한계점에 도달하면 한꺼번에 터지기 시작한다. 집값은 가파르게 떨어지기 시작하고 주가는 폭락한다. 이런 때 시장에서는 상투를 잡았다는 말이 나돈다. 상투를 잡았다는 말은 다른 사람들이 편하게 돈을 버는 것을 보고 뒤 늦게 욕심이 발동해서 투기에 가담하였는데 집이나 주식을 매입하자마자 가격이 떨어져 큰 손실을 보게 된 경우를 말한다.

거품이 터지기 시작할 때는 집이나 주식을 팔려고 내어놓아도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없다. 시세대로 팔자니 손실이 너무 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가격은 더 폭락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돈을 빌려서 집이나 주식을 산 사람들은 이자까지 물어야 한다.

이자를 내지 못해 연체가 상당기간 발생하면 강제로 집이나 주식을 처분 당한다. 빌린 돈보다 자산을 매각한 가격이 적으면 투기한 사람은 한 푼도 못 건진다. 속된 말로 깡통을 차게 된 것이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말씀이 비로소 응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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