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우리의 상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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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우리의 상처인가?
  • 운영자
  • 승인 2011.07.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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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얼마 전 성도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들의 마음에서 발견한 것은 한국 교회에 대한 분노였다. 아니 그렇게 큰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다녔던 교회들에 대한 분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본다면 그것은 자신이 모셨던 목회자들에 대한 실망, 교회라고 하는 신앙공동체에 대한 실망이다.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서 이러한 마음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물론 몰랐기 때문에 놀랐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려니 했던 것이 이들의 마음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있으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한 시골 교회에 다니던 분과의 인터뷰에서 그분은 교회 이야기를 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젊을 때 열심을 다해 섬겼던 교회에서 존경하던 목회자가 은퇴하고 새로운 후임 목회자와의 갈등이 그 이야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농민운동을 하고, 공동체를 추구하던 그에게 새로운 젊은 목사는 꽤나 낯설었던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교회를 멀리하게 되었고, 다른 교회에서 열심이었던 부인과는 적잖은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이 인터뷰를 진행했던 동료 교수가 전하는데 이 대목에서 이 분이 울먹하며 눈물을 보이셨다는 것이다.

나도 그 분을 잘 아는데 농촌지도자로서, 공동체주의자로서, 진실된 그리스도인으로서 빠짐이 없는 분인데 교회에서는 그렇게 상처를 받았고, 그로 인해서 가정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드는 생각이 과연 교회가 무엇일까하는 것이다.

왜 교회가 그리스도인으로서 사는데 도움이 아니라, 상처가 되고 미움이 되고, 고민이 될까하는 질문이다. 그렇게 열심히 인생을 살고, 기독교 정신이 공동체의 중심이었다고 강조하던 그가 이제 교회를 다닐 수 없고, 교회로 인해서 상처를 받고, 교회 때문에 가정까지 어려워졌었다는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일까.

가끔 신학교수라는 것이 부끄러울 때가 있다. 교회 이야기를 하다가 모두 신학교에서 제대로 못 가르쳐서 이런 목사가 나오게 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을 때다. 목사들이 성공만 지향하고, 때론 무기력하고, 욕심을 부리고, 희생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성도들이 한탄조로 하는 이야기이다. 그럴 때면 내가 도대체 무엇을 가르쳤기에 이런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 것이다.

나도 최근 교회로 인해서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물론 무디어진 개 교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 때문이다. 돈을 주어서 한기총 대표회장이 되었다고 시인까지 하신 분이 특별총회를 통해서 인준을 받게 된 것이다. 그것도 특별한 찬반토론도 없이 260여명의 참석 자 중 200표라는 절대적인 지지를 통해서 다시 인준을 받고, 신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거기에 이 분과 심하게 다투며 한기총 분란의 당사자였던 전임 회장께서는 ‘하나님이 의롭다 하시는 한기총에게 누가 돌을 던지고 정죄하느냐’며 한기총 만세를 외쳤다고 한다.

도대체 한기총은 무엇이고, 이 두 분은 또 무엇이기에 자신들이 문제는 다 일으키고, 자신들 둘이 합의했으니 이제 한기총은 만세라고 외치고 있는지 도저히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기총 문제와 관련하여 필자는 ‘도덕의 기준’을 세워야한다고 주장했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은 한기총이 해체되면 대안이 없다고, 또는 더 못한 단체가 성립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래도 한기총이 낫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드는 생각이 이 사람들이 믿음은 있는가하는 것이다.

언제 주님이 성전을 청소하며 대안을 이야기했던가. 성전을 강도의 굴로 만들어 놓은 것이 잘못이기에 주님이 채찍을 든 것이지, 이 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기 때문에 생각해 보시고 채찍을 든 것은 아니다. 바로 이것이 도덕이다.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그것은 도덕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채찍을 들어야하는 것이 도덕인 것이다.

오늘 한국 교회는 또 한 번의 상처로 휘청이고 있다. 몇몇 사람이 아니라 이제 교회를 다니는 모든 사람들은 이 상처를 평생 돌아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상처로 교회를 떠나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교회의 지도자들이 이들의 영혼에 대해서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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