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하나님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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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하나님의 도구’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6.23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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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 (1)

훌륭한 영적 유산은 존중하고 계승
후임 목사의 권위 철저하게 인정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 참 아름다운 관계다. 은퇴하는 목사는 후임 목사에게 강단과 교회를 물려주고 뒤에서 기도로 도왔다. 후임 목사 또한 선배 목사가 일구어 놓은 옥토같은 밭에 복음의 씨를 뿌리며 풍성한 열매가 열리도록 열심히 일했다.
 
이런 선후배 목사와의 관계가,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와의 관계가 언제부터인가 어그러지고 잡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돈 문제가 불거지고 은퇴 후의 예우를 놓고 싸우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아버지와 아들 같았던 관계가 이제 원수지간이 된 것 같다”는 말들도 들린다. 정말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는 어떤 관계여야 할까.

이런 때 목회윤리연구소(소장:김승호 교수)가 ‘제2회 포럼’을 개최하고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 조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왕인성 교수(부산장신대학교 신약학)는 성서적 고찰을 통해 모세와 여호수아, 바울과 디모데와의 관계를 표본으로 제시했다. 추진력과 결과에 몰두하다 보면 힘의 집중과 독점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를 든 왕 교수는 “은퇴 목사는 큰 비전을 좇다가 작은 신음을 놓칠 수 있는 후임 목사에게 세심한 목회적 돌봄에 대한 지혜를 나누어줌으로써 그의 사역을 보완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울과 디모데’의 관계도 바람직한 모델. 바울은 어디서나 디모데를 자신의 신실한 아들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즐겨했고, 디모데 또한 바울을 자신의 아버지처럼 대했던 것이 그 이유다.

왕 교수는 “모세와 여호수아, 바울과 디모데의 관계처럼 은퇴 목사가 후임 목사의 성장과정을 오랫동안 지켜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 있는 상황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부모의 심정으로 후임 목사를 살뜰히 보살피는 마음도 은퇴 목사의 바람직한 정서”라고 말했다.

바울이 디모데를 단순히 제자나 후계자로만 간주한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동역자요 자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일할 수 있는 자로 여긴 부분은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와의 관계 정립에 시사하는 바가 큰 부분. 왕 교수는 이에 대해 “아들과 같고 모든 면에서 부족해 보이지만 바울 자신도 하나님으로 말미암은 디모데의 적합한 권위를 인정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은퇴 목사의 입장에서는 후임 목사의 여러 면이, 곧 경험상의 부족이나 사역상의 시행착오가 드러날 수 있지만 그것이 후임 목사를 무시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하는데, 지금의 후임 목사를 세우신 이는 은퇴 목사를 믿어주고 권위를 부여해 평생에 사역을 맡기신 바로 그 분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후임 목사의 은퇴 목사를 향한 배려와 섬김은 어떠해야 할까. 사울과 다윗의 관계를 모델로 설명한 왕 교수는 “은퇴 목사가 후임 목사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후임 목사는 하나님 앞에 선 자로서 자신의 신앙과 인격적인 도리를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엘리야와 엘리사의 관계와 관련해서도, 후임 목사가 은퇴 목사의 목회 전반을 답습해야 한다는 강제적 당위성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은퇴 목사가 교회와의 관계성을 최소화해도 교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던 은퇴 목사의 훌륭한 영적 유산은 후임 목사가 존중해 계승 발전시키는 면을 심도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모든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역자는 양들의 주인이 아니며 목자장의 양을 위탁받아 섬기는 청지기적 목자”라고 규정하고, “사역도 영원한 것이 아니라 이 땅에 사는 동안, 그것도 한시적으로만 맡겨진 직분”이라면서 누구든 내 의사와 상관없이 강제적으로 그 사역을 마쳐야 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된다며 주의를 환기시켰다.

왕 교수는 또한 은퇴 목사와 후임 목사는 사역의 경중으로 논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며 그 사역과 역량으로 사람들에게 평가받고 추앙받아야 하는 위치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하나님의 도구라는 철저한 자의식 속에 겸비와 낮아짐이라는 십자가의 신학에 사역의 토대를 세우며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자세가 사역자 모두의 삶과 사명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길지 않은 한국 기독교의 역사 안에서 좋은 선례적 경험들이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대교체 후 안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오히려 크나 큰 진통에 빠진 안타까운 현실도 적지 않다”며 우려하고, “은퇴 시점에 여전히 왕성한 기력과 열정이 있다면 멈추는 사역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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