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탈퇴 헌의 봇물 … 제3의 기구설까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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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탈퇴 헌의 봇물 … 제3의 기구설까지 확산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4.2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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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한기총 “차라리 나와서 대안찾자”

 통합·고신·합신 등 헌의안 내며 개혁요구 거세
한목협 성명 등 ‘제3의 연합기구’ 가능성 높아져

금권선거와 사회법 소송으로 얼룩진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더 이상 한국 교회를 대표할 수 없다는 의견들이 팽배한 가운데 일부 교단에서도 ‘탈퇴’가 신중히 논의되고 있다. 이미 월드비전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한기총 탈퇴를 결정한데 이어 통합과 고신, 합신 등 주요 장로교단이 노회차원에서 탈퇴 헌의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기총 탈퇴 여론을 몰아가는 통합(총회장:김정서 목사)은 참회기도회에 이어 증경 총회장 간담회, 확대 임원회 등으로 한기총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여기에 경북노회와 경안노회에서 한기총 탈퇴 헌의가 채택됐다. 통합 경북노회는 “정치 집단이 된 한기총이 한국 교회의 이미지를 실추시킨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고신은 5개 노회에서 한기총 탈퇴 헌의가 상정됐다. 고신 수도남노회와 남서울노회, 경북노회, 전남동부노회, 서부산노회 등 5개 노회는 “타락에 대해 회개할 줄 모르는 한기총에 대해 쐐기를 박자”는 입장을 피력했다.

수도남노회의 경우 향상교회 정주채 목사가 올린 한기총 탈퇴 건이 만장일치로 가결됐다. 노회원들은 “한기총 금권선거가 폭로되고 다시 법적인 문제로 비화됐는데도 회개는커녕 대결구도로 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탈퇴를 당연시했다.

한기총 탈퇴를 결정한 고신측 5개 노회는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어 9월 총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장 합신도 경기북노회와 충청노회 등이 한기총 탈퇴 헌의를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지면서 총 3개 교단에서 적극적인 탈퇴 행보를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탈퇴 움직임과 함께 ‘제3의 기구’ 조직도 가시화 되고 있다. 예장 통합이 WCC 준비위원회 확대 조직을 통해 새로운 복음적 에큐메니칼 기구의 탄생을 모색한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도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새로운 연합의 틀’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한목협은 “연합기구의 한 축이었던 한기총은 해체운동에 직면할 만큼 신뢰도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며 “이 시점에서 스스로 창의적 해체의 결단을 내려주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한목협은 이 성명에서 ‘한기총 해체’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연합기구의 조직을 제안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또 다른 연합기구의 한 축인 교회협 또한 한기총 사태를 방관하는 자세를 지양하고 한국 교회의 진정한 통합과 미래를 위해 새로운 연합의 틀 모색을 위한 대화와 논의에 적극 나서주기를 촉구한다”고 강한 논조로 언급한 것이다. 한기총의 혼란 과정에서 교회협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같은 주장은 과거 한목협이 내놓았던 한 지붕 두 가족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초 한기총과 교회협의 연합을 통한 제3의 기구를 제안했지만 신학적 차이 등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한목협은 ‘한 지붕 두 가족’ 형태의 사업적 연합을 모색했다.

이후 교회협은 실질적으로 한기총을 같은 에큐메니칼 조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한국 교회의 ‘연합’ 요구에 떠밀려 사업적 연대를 지속해왔다. 교회협은 한기총이 분열되는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연대, 즉 부활절연합예배와 같은 사업은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목협의 성명은 이미 한기총의 존속을 거부하고 있어 새틀짜기의 중심에 교회협이 서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목협 관계자는 “양대 연합기구였고, 연합사업을 함께 진행해온 상황에서 한쪽 파트너가 무너지는 것을 교회협이 너무 방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은 한국 교회가 함께 침몰하는 공동체 운명으로, 모두가 함께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교회협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목협의 성명이 발표되자 교계는 ‘제3의 연합기구’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며 술렁이고 있다. 이미 지난 11일 연동교회에서 열린 예장 목회자 참회 기도회에서 김형태 증경 총회장은  한기총 탈퇴를 주장하며 “한기총은 합동 중심으로, 교회협은 통합 중심으로 재편 운영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고신에서도 노회 기간 중 “한장총을 중심으로 새롭게 회원을 검증받아 연합기구를 모색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새로운 연합기구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또 김삼환 목사를 중심으로 복음주의권이 참여하는 WCC 준비위원회 구상이 밝혀진 바 있어 이와 같은 추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한목협측에서는 “한기총이 혼란에 빠지고 연합운동이 해체되는 중심에는 정치적 이해와 기득권이 놓여 있다”며 “새로운 틀을 제안한 것은 교단의 이익을 떠나 한국 교회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함께 공교회성을 되찾아 가자는 뜻”이라며 통합이 주장하는 제3의 기구 설립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탈퇴와 해체, 그리고 제3의 연합기구 출범이라는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아직까지는 한기총 해체 논의가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교계 일각에서는 “한기총이 심한 부패와 타락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다. 사실 한기총을 지탱하는 힘은 한국 교회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 기독교 대표 기구를 원하는 외부의 힘에 의해서 존속해왔다”며 한기총 회생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또 노회의 탈퇴 열기에도 불구하고 9월 총회 즈음에는 해체 논란이 사그라들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어 어느 하나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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