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도 미키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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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도 미키의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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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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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상기 목사 <예수로 교회>

일본 미야기(宮城)현 미나미산리쿠초(南山陸町) 공무원이었던 엔도 미키(遠藤未希·24)씨는 지난달 3월 11일 방재대책본부 2층 청사에서 쓰나미에 휩쓸리면서 마지막까지 대피방송을 하다가 실종됐다.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희생정신으로 끝까지 자기 임무를 다한 말단 공무원 엔도 미키씨의 이야기가 일본과 세계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인구 1만7천명 바닷가 마을인 미나미산리쿠초는 1960년 칠레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은 이후 2005년 10월 방재(防災) 전담부서로 위기관리과가 신설됐고, 오늘 9월 결혼을 앞둔 미키씨는 공무원 생활 4년차이던 작년 봄부터 이 부서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쓰나미가 옵니다!” “빨리 달아나세요!” “지금 당장 고지대로 피하십시오!” 생존자들의 중언에 의하면 6미터 이상의 쓰나미가 층층 겹겹을 이루고 마지막 3층 건물의 방재대책본부를 덮칠 때가지도 그녀의 이 마지막 대피방송 목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한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자신의 자리를 끝까지 사수한 것이다. 지금 엔도 미끼의 빈자리에는 그녀가 남긴 마지막 방송의 목소리가 여운이 되어 생존자들의 눈물과 함께 쓰나미가 되어 감동의 물결이 넘치고 있다.

혹시 엔도 미키의 빈자리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채워야할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닐까. 하나님의 부르심과 보내심은 그리스도인들의 직분이다. 직분은 응분의 책무와 자리를 지킴이다. 책임이란 뜻의 영어 단어를 봐도 ‘Responsibility’는 Response(응답)와 Ability(능력)의 합성어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능력을 책임이라 하지 않든가.

이를테면 앨버트 슈바이처는 아프리카의 부르심에 응답했고, 간디는 진리의 부르심에 응답했고, 나이팅게일은 사랑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각기 그들의 합당한 책무를 감당한 위인들이 아니겠는가. 오늘 우리들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어떠한가. 작금 한국 교회 내외에서는 비판과 자정의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
이제 우리들의 믿음의 말들은 세상에서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믿음을 말씀으로 살아 내지 못하는 한 우리는 서로에게도 이제 이방인이다.

엔도 미키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한권의 소설책 만큼도 세상에 영향력을 주지 못하는 오늘 강단의 모습을 보면 참담하기까지 하다. 마치 우리가 세상에 밀려 자괴감(自愧感)에 빠져있는 양 다들 불신이 팽배하고 자조적(自嘲的)이고 냉소적(冷笑的)이다.

여호와께서 하늘에 창을 내신들 어찌 이런 일이 있으리요(왕하7:1-2). 그러나 잊지 말자. 지금 하나님이 일하신다. 하늘문을 열고 닫으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더 이상 세상에 밀리지 말라. 영적자존감을 회복하라. 하나님의 손을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라. 교회에 천국열쇠를 맡기셨다.

때마침 미국에서 공식 출간된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Please Look After Mom)’가 여러 기록들을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우리 시대가 잊고 있던 모성과 가족의 문제를 환기시킴으로써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름 없는 이 아시아 작가를 과감하게 선택한 곳은 미국 메이저 출판사 크노프다. 인세 7만5천 달러를 먼저 받아낸 사람은 미국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다. 한국문학의 국제화를 위해 이 책을 들고 미국 출판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사람은 한국 에이전트 이구용이다. 문학적 향기를 지키면서 미국인의 독서취향을 배려한 수려한 문장으로 번역한 사람은 김지영이었다. 문을 여는 도어 오프너가 있었기에 부루 오션(Blue Ocean)은 열리는 것이다. 오늘 우리 교회가 두드리고 찾아야할 잃어버린 세상의 빈자리가 너무도 많다. 말로 서로 헐뜯지 말고 말씀으로 함께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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