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괴된 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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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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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4.1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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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초동교회>

아침 출근 시간, 만원인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독가스(?)를 방출하는 실례를 했다. 자연스러운 신진대사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그렇데 하필이면 만원인 좁은 공간에서였으니! 독가스는 순식간에 빼곡히 밀착된 사람들의 코를 공격했다. 짧은 순간이지만 모두들 지옥을 경험했다. 그래도 방귀는 사람의 몸에 누적되는 가스는 아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쉬지 않고 떨어지는 한 방울의 물방울이 바위를 뚫는다. 작은 것이 모여 큰 것을 이룬다. 이 진리를 방사능에 적용시켜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의 누적이 생명을 병들게 한다.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3월 11일 일본의 지진과 지진해일은 원자로의 심각한 파괴를 일으켰다. 온 세계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누출로 초긴장상태이다.

그런데 한국의 신문보도는 “원자로 녹아내려도 한국에는 영향이 없다”,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지만 극히 적은 양이어서 인체에 영향을 줄 만한 것이 아니다”, “WHO는 한 사람이 연간 2.5mSv(밀리시버트,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량의 단위)의 자연방사선을 받는데, 일본에서 온 방사선량은 2만 시간을 받아야 될 정도로 극히 적으므로 걱정을 안 해도 된다”(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이은철 교수의 말) 등으로 도배되고 있다. “걱정 마세요, 괜찮아요, 한국에는 영향이 없어요, 초극미량이니 무시해도 돼요.” 이상하게도 괜찮다는 소리가 커질수록 불신이 증폭되는 것은 공연한 호들갑일까?

지진이나 쓰나미는 자연현상의 하나이다. 그러나 원전사고는 인재(人災)이다. 원자로는 바벨탑과 같은 류이다. 빌딩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해진다. 낮과 같은 밝은 밤을 만들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만든 것은 인류이다. “편리하고 풍부한 삶을 위한 온난화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클린 에너지, 원자력 발전”이라고 선전해 왔지만, 이번 사고는 거짓과 어리석음임을 스스로 증명하였다. 방사성 세슘(Cs)은 반감기가 30년으로 호흡을 통해 몸에 들어오면 위장관이나 근육에 모여 지속적인 피폭을 발생시킨다. 방사성 요오드(I)는 반감기가 8일로, 갑상선에 모여 감마선과 베타선을 방출해 장기를 파괴하거나 암을 일으킨다. 제논(Xe)은 반감기가 9시간, 불활성 기체로 허파에 모여 있다가 빠져 나간다. 플루토늄(Pu)은 6종류의 동위원소가 있는데, 이번에 238, 239, 240이 검출되었고 핵무기 원료인 239는 반감기가 24,100년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로서 뼈, 간, 폐에 붙어 계속적으로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암이 발생하기 쉽다.

이 외에도 핵폐기물 처리나, 사용연한이 다 된 원전해체 문제 등은 미해결 과제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생긴 배경에 가슴 아픈 현실이 있다.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핵폐기물을 처리하는데 드는 비용이 t당 1,000달러 안팎, 소말리아에서라면 t당 2.5달러면 충분했다.

누군가 소말리아 앞바다에 버린 쓰레기로 천문학적 액수의 돈을 챙기는 사이, 소말리아인들은 어촌에 밀려든 방사성폐기물과 중금속으로 오염된 물고기를 먹고 입과 배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는 사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그런데 우리에게는 또 다른 보이지 않는 파괴된 원자로를 가지고 있다. 고난주간이 되면 십자가를 지신 예수의 고난을 재현하는 행사가 열린다. 이 때 ‘바퀴달린 십자가’를 빈 수레처럼 끌고는, 행사가 끝나면 고급 승용차를 타고 유유히 사라지는 유명 목사들의 비리, 교단의 핵심 인사들의 부정과 불법 등 작금 교계에 쌓이는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는 사건들’은 한국의 기독교를 파멸하게 하는 방사선과 같다. 불신과 존경 상실, 거룩 실종은 주님을 욕되게 하는 부끄러운 작태이다. 십자가를 희화화 하여 조롱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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