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의 숫자가 과연 즐거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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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의 숫자가 과연 즐거움일까요?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2.28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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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홍 목사 교회 개척기 공개

생활비보다 ‘전도집회 강사료’ 지원
‘작은교회살리기연합’ 발족 가시화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서 저는 교인 숫자를 기쁨으로 알았습니다. 헌금의 양을 능력으로 알았고요, 좋은 대우를 행복으로 알았습니다. 그러나 절대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경기도 분당에서 목회하고 있는 김기홍 목사(아름다운교회). 어느 정도 성공한 목회자축에 든다면 드는 목회자다. 김 목사가 50여 명의 목회자와 성도들이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목회에 대한 생각과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교역자의 생활비를 돕는다면 사람인 우리가 하나님을 대신하는 게 된다. 힘든 교회에 돈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다소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분당이라는 지역에서 번듯한 목회를 하는 한 목회자가 쏟아놓은 고백. 너무 솔직해서 오히려 여러 목회자들의 가슴을 찌르는 소리였다.

김 목사가 쏟아놓은 고백. 11년 전인 1999년 처음 전임 목회를 하던 때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풀었다. 어느 날 김 목사는 “목회 해보셨나요? 새벽기도하고 교인들에게 시달려봤나요? 저희 입장을 모르고 강의하시니까 공감이 안된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그냥 넘겼는데 그 말이 마음에서 떠나지를 않았고 그 부담이 점점 무거워지면서 더 이상 강의하기가 힘들어 16년 동안 다닌 학교에 사표를 내고 목회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 때 김 목사의 나이 50대. “목회의 원리를 찾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하면서 대치동에 개척했다. 개척이 쉬웠을까. 아니었다. “교인은 안 오고 새벽기도는 너무 고통스러웠습니다. 여기저기 세미나마다 참석했습니다. 몇 해 지나도 작은 예배당은 채워지지 않습니다. 몸시 위축되고 비참해졌습니다.”

개척 교회 목회자라면 느끼는 그 감정과 비참함, 김 목사도 느꼈다. “30명이 돼도 만족할 수 없었고 백 명이 돼도 만족할 수 없었고 2백 명이 돼도 만족할 수 없었다”고 고백한 김 목사는 “교인들이 오직 숫자로만 보이고, 주의 종 그 자체로서의 자부심은 전혀 없이, 목회자인데도 하나님이 마음에 없는, 기쁨과 감격이 없다는 게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빈자리 증후군’. 김 목사는 목회자들이 가장 걸리기 쉬운 병 중 하나가 바로 이 빈자리 증후군이라고 했다. 빈자리를 보면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마음이 허전해 지고 설교도 힘이 없어지고 모든 게 다 힘들어지는 상태. 가장이 약해지니 아내도 가족들도 힘들어하고 교인들도 다 약해지는 상태를 빈자리 증후군이라고 했다. 김 목사는 “결국 목회는 자신에게 하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전도 나가기 전에 자신부터 전도하고, 목회의 능력이 자신에게 그리고 가정에게 먼저 적용돼야 한다”면서 “비록 무화과도 포도도 소도 양도 다 없어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여호와를 즐거워하며 기뻐하리라”고 고백할 것을 주문했다.

김 목사는 지금까지의 방법은 외형적이고 물질적인 접근이었고, 사람들을 많이 모으고 매머드 건물을 세우고 모으는 것이었다면서 “경영학적으로, 마케팅으로 현 시대에 맞추어 사람들을 이끈다”면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려면 목회자는 머리가 비상하고 배짱이 두둑한 사업가형이어야 한다는 것. 장소도 잘 보고 카리스마와 지도력으로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김 목사는 “그렇게 수만 명이 모아졌다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가 아닐 수도 있다”고 정곡을 찌르고 “자립하고 서로 돕고 사랑하며 예수의 모습을 이루어가지만 숫자가 적다면 교회도 아닌가?”라며 반문했다.

대부분의 교회가 미자립 교회 지원 방안으로 시행하고 있는 교역자 생활비 지원. 이 부분에 대해 김 목사는 “힘든 교회에 돈을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면서 “교역자의 생활비를 돕는 등의 일은 우리가 하나님을 대신하는 일이 된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오히려 전도훈련이나 전도집회를 하도록 강사료나 행사료 등 프로그램을 진행할 자금을 지원하는 등 물질이 아닌 영적이고 내면적인 신앙을 도와줄 것을 제안했다.

김 목사는 또한 “성경에 나오는 초대 교회의 모습, 그리고 우리나라의 초대 교회의 모습에서 교회의 정체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고 말하고, “분명한 것은 하나님은 외형적인 방법론보다 믿음으로 하나님을 의지하고 교회를 일으키기 원하신다는 사실”이라면서 방법론보다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교회 운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기홍 목사가 참여하고 있는 ‘작은교회살리기연합’은 지난달 24일 아름다운교회에서 4차 모임을 갖고, 자립하지 못한 작은 교회들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연구하기로 하고, 앞으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들의 자립을 돕고 지원하기로 했다.

‘작은 교회가 살아야 한국 교회가 산다’는 데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은, 간판을 하는 사람, 횟집을 운영하는 사람, 대안학교를 하는 사람, 교수, 컨설팅을 하는 사람, 현직 목회자 등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되는 모임을 통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작은 교회들을 살리는 본격적인 사업과 대안들을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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