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소용없다?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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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소용없다? 이젠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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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02.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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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찬 목사<초동교회>

‘목사님, 오늘 아침, 조찬기도회의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부지런히 달려간 호텔에서의 조찬기도회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나라와 민족을 위한 기도회’ ‘지역 성시화(聖市化)를 위한 기관장 초청 기도회’ ‘지역복음화를 위한 특별 연합회 구성을 위한 조찬 기도회’ ‘이단 대처를 위한 특별 조찬기도회’ ‘기도한국의 성공적 개최 준비를 위한 조찬기도회’ ‘월례조찬기도회’ ‘아무개 사태수습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위한 조찬기도회’ ‘금권선거 방지를 위한 기구개혁을 위한 조찬기도회’ 등등 조찬기도회의 제목은 끝이 없다. 정말 다양한 주제의 조찬기도회가 호텔과 큰 음식점의 아침을 살리고 있다. 걸린 현수막의 조찬기도회 제목들을 보면 기기묘묘(奇奇妙妙)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조찬기도회에서 식탁 대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이집트 시민혁명으로 시작되고 있는 오랜 독재국가들의 붕괴 이야기일까? 국민의 ‘밥’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호의호식한 독재자의 마지막이 식탁대화의 주제인가?

21세기를 맞은 우리나라에서 50여 년 전 전후 가난했던 시절에서나 경험했던 사건이 일어났다. ‘남은 밥 있으면 나눠주셔요.’ 쪽지를 남기도 굶어죽은 여성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은 듣기가 민망하고 참혹하기까지 하다. 식탁 주제가 될까? 밥상에서 밥으로 인한 사건들이 주제가 되는 것은 자연스럽다. 구제역으로 살처분한 가축들의 매몰지에서 발생하는 침출수의 구역질나는 주제도 말머리를 들이민다.

식탁의 대화 주제에 정치이야기가 빠진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의 시녀 노릇을 자청하고 나서는 한국교회 현실에서 정치이야기는 식탁 주제로 빠질 수 없다. 교단 정치에도 10단이 되기에 조찬기도회에 초청되는데 정치는 식탁 대화의 단골이다. 돈, 연예인, 일일연속극, 스포츠, 웃찾사, TV프로가 혀를 쉬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대기하고 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아무개 교회의 사건사고 소식이 발 없는 말 천리 가듯이 식탁 위에 올려 진다. 쉼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의미 없는 소리가 소멸되기에 천만다행이다.

만약 식탁 대화에서 배설된 말들이 국회의 속기록처럼 활자화되어 고스란히 남아 쌓이게 된다면, 또 쏟아낸 말에 대하여 반드시 책임을 지게 한다면 아침시간이 조금은 조용해지지 않을까? 식탁 위에 오르는 대화 주제에 교계 소식이 빠질 수 없다. 조찬기도회로 모였지만,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듯이, 목사님들의 식탁에 현재의 교계 움직임이 주제가 됨은 당연하다.

그런데 너무나 가슴 아픈 것은 조찬기도회의 ‘기도 제목’은 모임을 위한 슬로건이 되고 만다는데 있다. 교단 분열에 대하여, 교회가 사회의 등불이 되지 못함에 대하여, 돈 선거로 한국 교회의 세속화와 타락의 원인을 제공하는 부끄러운 행위에 대하여 자성하고 회개한다는 내용의 기도가 통성기도로 행해진다.

하나님 중심이라고 설교하지만 사람 중심의 삶을 살아온 것을 뉘우친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하여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선언한다. 그리고 끝이다. 여기까지다. 정말 수없이 많은 조찬기도회에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나라와 민족을 위하고, 병들고 타락한 교계를 바르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부르짖으며 기도해 왔는데, 달라지는 것이 하나도 없다.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더 나빠지고 있다. 1년 전, 2년 전, 10년 전의 해묵은 신문을 펼쳐 기사 제목을 살펴보면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부끄러움으로 그만 할 때가 되었다. 한국 교회여, 이젠 그만! 주님의 말씀을 실천할 때이다.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마태복음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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