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사태, 한국 교회 전체의 피해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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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사태, 한국 교회 전체의 피해될 수도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1.01.26 17:17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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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갈래 한기총의 혼란 어떻게 볼 것인가

허술한 정관 왜곡될 우려 높아 재개정 시급
갈등 골 깊어 법적 비화로 확대 우려 높아

한기총의 혼란이 볼썽사납게 확대되고 있다. 자칭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구를 표방하지만 허술한 정관과 전무한 치리기능, 심지어 합의 불가능한 정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두 쪽으로 갈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미 길자연 목사가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출마하겠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부터 날선 각을 세운 이광선 목사는 정면이 아닌 이면 승부를 통해 ‘길자연 목사 흠집내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흠집내기의 정점은 지난 20일 열린 한기총 제22회 정기총회였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이날 상황은 ‘현직’의 힘을 끝까지 과시하며 길자연 목사의 ‘과’를 들춰내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법적 해석이 모호한 상황을 만들면서 ‘두개의 한기총’을 예고하고 있다.

통합측 한 관계자는 “이광선 목사가 가장 불쾌해 한 것이 심혈을 기울여 통과시킨 정관의 부결이었다”며 “그에 대한 앙금이 뿌리 깊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단지 이 일이 한국 교회 전체의 우려를 뒤로한 채 한기총을 두 개로 가를만한 것인가에는 의문이 생긴다. 정관 부결 이면에 길자연 목사가 있었기 때문에 대표회장 인준을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편협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 계속될 깊은 대립
이광선 목사의 심기를 먼저 건드린 쪽은 길자연 목사였다. 지난 9월 총회에서 한기총 대표회장 후보로 추대될 당시 “난파선상에 놓인 한기총을 살리겠다”며 이광선 목사 체제의 한기총이 총체적 위기라고 단정했다. 여기에 찬송가공회 정상화와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기독교 교도소 등 한쪽으로 기울어진 교계 현안을 바로 잡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든 것에 이광선 대표회장이 걸려 있다.

찬송가공회는 이광선 목사가 현재 공동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곳이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도 김삼환 목사와 길자연 목사의 대립 구도에 이광선 목사가 끼어들면서 힘의 균형을 깨뜨렸다. 기독교교도소는 한기총이 최초 시작했던 사업으로 교계 일각에서는 “이미 사유화됐다”는 의견이 팽배한 상황이다.

길자연 목사가 애초에 타깃을 공표했기 때문에 이광선 목사의 심기는 불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대표회장이 바뀌면 모든 상황이 뒤바뀔 것 같은 뉘앙스를 풍겼기 때문이다.
교계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 드러난 갈등 이외에 권력을 넘겨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도 보내고 있다.

# 두 개로 갈라질까?
20일 총회는 이광선 목사의 정회 선포 후 공동회장이 임시 의장을 뽑아 속회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길자연 목사측은 법적 문제가 없게 하기 위해 명예회장의 자문을 받았고 회의록 채택과정에서 문구 하나하나 신중을 기했다. 하지만 논란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이광선 목사의 정회 선언이 정당했다면 속회도 이광선 목사가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목사측은 이를 근거로 27일 정기총회 속회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길 목사측에서는 “속회 공고 없는 정회 선언은 무효”라며 “대표회장 임기는 20일 정기총회로 만료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이상 이광선 목사에게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광선 목사측이 낼 길자연 목사 대표회장 직무정지 가처분까지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치달을 경우 길자연 목사는 대표회장 임기를 수행하는 올 한해 각종 법적 시비에 시달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광선 목사측은 예장 중앙과 대신, 개혁 일부 등 군소 교단이 주축으로 형성되어 있고, 길자연 목사측은 합동을 비롯 고신과 기성, 백석, 합신 등 주요 교단이 남아있다. 규모로 보았을 때도 길자연 목사측이 유리하다. 그러나 목적이 ‘흠집내기’라면 규모에 상관없이 대립이 계속될 수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 화해 가능할까?
현재로서 양측의 화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총회 당시 길자연 목사는 “어제(19일) 저녁에 이광선 목사를 만나 잘 이야기를 나눴다. 오늘 이런 일은 예측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날 전 후임자 간 합의가 있었다는 뜻이다. 정치에서 극한 대립은 없다. 그러나 이번 상황은 달랐다. 이광선 목사는 정치적 합의 대신 극한 대립을 선택했다.

이날 총회에서 합동 황규철 목사는 대표회장 인준 파문의 책임을 물어 ‘전임회장조사처리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다. 하지만 길자연 목사는 “이광선 목사가 고의적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며 “직전 회장에 대해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한국 교회에 덕이 되지 않는다”고 거절했다. 법적 대립보다 정치적 대화와 해결을 원하는 길자연 목사의 의지가 관철될 지는 의문이다.

# 한기총의 미래는?
교계 일각에서는 “차라리 잘 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기총의 추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 이 기회에 한기총을 재정비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만 정비한다고 모든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늘의 혼란 이면에는 허술하게 만들어 놓은 한기총 정관이 한 몫 하고 있다. 회의법이나 치리기능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한기총 정관은 커진 조직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 전 한기총이 태동할 당시만 해도 선한 일을 도모하고 연합하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이런 갈등은 전혀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기총이 커지고 권력과 이권이 덩달아 커지면서 법을 악용하는 사례들이 늘고 있다. 임의 해석이 가능하거나 법적 제재를 피해간 조항들이 많이 때문에 시비가 붙을 경우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때문에 한영훈 목사가 맡은 정관개정특별위원회는 교회법과 사회법에 준하는 엄격한 정관으로 재정비할 책임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27일 이광선 목사측의 정기총회 속회에서 어떠한 결론이 내려질 지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두 갈래로 갈라진 한기총을 하나로 모으겠다”는 길자연 목사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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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이 빛나는 2011-01-29 00:21:08
가끔 보는 글이지만 참 맛있는 글입니다.
왠진 시원한 물 한 그릇을 단 숨에 먹는 것과 같다.
아주 완벽합니다. 기대합니다 늘 멋진 글을.....,

@@ 2011-01-28 08:13:16
진짜 길자연목사측 기자인가 부다!!! 완존 대놓고 이광선목사를 곡해시키고 교묘히 길자연목사를 홍보하고 두둔하고;;;이거 ㅠㅠ 완존 쓰레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