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생각하는 ‘내려놓음’
상태바
다시 생각하는 ‘내려놓음’
  • 공종은 기자
  • 승인 2011.01.19 14: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집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거북하다. 그것도 환영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거기다 집안에 문제가 있어서 들어온 사람이라면 거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금 감리교가 그렇다. 감독회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데다 집안싸움까지 난 판에 낯선 사람이 들어왔다. 장로교인 그것도 목사가 아닌 장로가 들어온 것이다. 지난 11월 말 정도에 들어왔으니 50여 일 정도가 지났다. 껄끄러운 동거가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문제의 당사자 강흥복 목사와 김국도 목사가 만났다. 지난 15일, 문제 해결을 위한 두 번째 대화의 자리였다. 이날 내린 결론은 ‘내부 인사로 직무대행 교체’. 외부인에 대한 부담감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13명이 모여 4시간여 이야기를 나눴다. ‘양쪽에서 한 명씩 추천해 공동 직무대행 체제를 갖추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가급적 1명’으로 하되 인선위원회를 구성해 직무대행 추천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감리교의 ‘보호본능’이 본격 가동된 느낌이다. 보이기 싫은 속살을 보인 것 같은 수치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감리교 내부 인사로 직무대행이 교체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직무대행이 내부 인사냐 외부 인사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핵심이다.

감리교와 당사자들은 애써 핵심을 비켜가고 있다. 이미 오래 전 내부 인사로 직무대행이 들어왔었고 임시 감독회장도 들어왔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것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다.

의지가 있다면 누가 들어와도 문제는 해결된다. 하지만 의지가 없다면 그 누구라도 꼬인 실타래는 풀지 못한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모두 내려놓는 것’. 지난 해 연말에 있었던 평신도 단체장들과 감독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이보다 훨씬 더 이전에도 무수히 나왔던 말이요 대안이다.

내려놓는 것. 어느 누구라도 먼저 내려놓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답도 나와 있다. 하지만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법원이 오는 26일 판결을 내린다고 해서, 몇 백 번의 대화 모임이 진행된다고 해서, 직무대행이 내부 인사로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겠는가. 아니다. 사회법이든 교회법이든 이 법에 대한 승복과 결과에 따른 내려놓음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