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스런 교회
상태바
걱정스런 교회
  • 운영자
  • 승인 2010.11.03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석찬 목사<초동교회>

최근에 찬양인도자 학교 학생들의 ‘봉은사 땅 밟기’가 인터넷 동영상에 뜨면서 한바탕 소용돌이 난리가 되었다. 우상의 땅이 하나님의 땅이 되기를 기원하는 땅 밟기였다고 한다. 그냥 땅 밟기만 한 것이 아니고, 기독교식 찬양과 경배도 드린 모양이다. 문제가 되자 재빠르게 담당 목사와 학생들이 봉은사 주지 앞에 무릎 꿇고 잘못을 시인하고 용서를 구함으로 진화되긴 하였다. 무지하고 무례했으니 호되게 꾸짖어 달라 하면서 읍소하여 사과했다고 한다. 자칫 큰 사건이 될 불씨를 덮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만약 불자들이 교회당 안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법회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하기도 끔직하다. 전국적인 종교전쟁으로 비화하지는 않았을까? “우상의 땅”이 신학적으로 있을 수 있을까? 세상의 모든 땅이 하나님의 것이 아닌가! 자신들이 가장 큰 믿음의 소유자로 믿는 그들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전능하시고 창조주이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

11월 2일 한겨레신문에 가톨릭 성직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유럽 각국의 피해자와 가족들이 교황청의 실질적인 조처를 요구하며 성 베드로 광장으로 집회를 가던 중 경찰의 저지를 받자 부끄러운 줄 알라는 내용의(NO SHAME!)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사진이 실렸다. “지난여름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제목처럼, 지난 여름 서울의 꽤 유명한 교회의 목사의 성도에 대한 성추행 사건이 교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음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목사는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직하겠다고 했는데, 제직회와 당회가 모여 3개월 수찬정지 및 설교금지의 징계를 결의하고 목사는 안식년 휴가를 떠나게 했다. 왜 사직을 받아드리지 않았을까? “당신 없이는 교회가 유지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애목가(愛牧歌)가 있을까? 성장병에 걸린 교회의 목사 우상화는 아닌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회를 담임하는 후안 카를로스 오르티스(Juan Carlos Ortis)목사의 책 “제자(Disciple)”의 서문은 “성령께서 나를 깨뜨리기 시작했다. 그분의 첫 말씀은 이것이었다. ‘너는 코카콜라 회사가 코카콜라를 파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너는 학교에서 배운 모든 술수를 쓰고 있다. 도대체 네가 하는 일들 가운데 어디에서 나의 손길을 찾아보겠느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주님은 두 번째의 말씀을 하셨다. ‘너는 자라나고 있질 않다. 네 생각에 네가 교인 수를 200명에서 600명으로 늘였다고 해서, 자라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것은 자라는 것이 아니라 살이 쪄 가는 것이다”라 하였다.

땅밟기를 통해 우상의 땅을 바꾸어 교회의 지경을 넓히겠다는 생각이나, 부도덕한 비윤리적인 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나 도저히 성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된 사람을 향하여 애목가(愛牧歌)를 부르면서 “당신 없이는 교회 성장이 없으니”라는 논리를 펴는 해괴한 결정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께서는 염려하지 말라 하셨는데, 필자는 걱정이 많다.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믿음이 없는 탓일까? 모로 가더라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인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교회성장만 하면 지난날의 불의, 비윤리적 행위와 부도덕성은 성장의 그림자 속에 감추어질 수 있는 곳이 교회란 말인가? 언제 주님께서 성장을 교회의 목표로 삼으라 하셨던가? 기독교 역사를 돌아보면 “성장”을 목표로 삼은 집단이 타락하지 않고 패망하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바른 교회가 목마르다. 바르게 목회하는 목사님들이 인정받고 존경받을 수 있 교회 풍토가 목마르다. 요즘 “어머니가 있어서 좋다/ 날 이뻐해 주셔서/ 냉장고가 있어 좋다/ 나에게 먹을 걸 주어서/ 강아지가 있어 좋다/ 나와 놀아 주어서/ 그런데 아버지는 왜 있는 거지?”란 초등학생의 글이 충격파를 던지며 많은 패러디가 유행인데, 정말 교회는 왜 있는 거지? 걱정만 늘어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