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기고] 배추값 유감(有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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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기고] 배추값 유감(有感)
  • 김상도 목사
  • 승인 2010.10.13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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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뉴스의 초점은 채소 값에 모아져 있습니다. 한 포기에 만원이 넘어간 적이 없었는데 최근 배추는 귀한 몸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매년 농협과 계약 재배를 하던 농민을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해마다 배추 출하 시기가 되면 배추 값의 폭락으로 농협이 수확을 포기하는 바람에 매년 가을이 되면 자동차를 가지고 그 분의 밭에 가서 무료로 배추를 수확해 왔던 일이 갑자기 생각났습니다.

배추는 우리 식생활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채소 중의 하나입니다. 여러 해 동안 배추 값의 폭락으로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질 때 언론은 “배추 작황이 좋아서 배추 값이 폭락하여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라는 단 한 줄 내지는 단 한마디로 끝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 언론들은 앞을 다투어 배추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김장철이 다가오고 있는데 배추 값은 안정이 안되었고 아직도 한 포기에 오천 원를 호가하고 있다는 둥 뉴스를 보면 걱정거리가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배추 값의 폭등은 날씨 탓이다. 4대강 사업으로 경작지가 줄었기 때문이다. 는 등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급기야 여당대표는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쯤 되면 배추가 정치에 입문한 것으로 보여지는 진풍경이 최근 우리사회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사실 가만 따지고 보면 배추 한 포기 키워내는데 농부들이 쏟는 정성을 감안한다면 배추값은 결코 비싼 것이 아닙니다. 요즘은 옛날과 달리 가정마다 일반적으로 보면 김장을 하는데 20포기 내지는 30포기 정도 합니다. 그러면 배추 값은 10만원 내지는 15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겨울에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김치를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치고는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다른 양념도 들어가야 하니까 배추 값만 가지고 따지면 안되겠지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중산층의 네 식구가 저녁에 외식한 번 하는 비용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그런 것을 가지고 무슨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온통 난리를 치고 언론들은 날마다 배추 값으로 뉴스를 도배하다 시피하고 중국산을 급히 수입한다는 둥 아우성치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 돌아가는 꼴이 정말 한심하기 그지없이 보이기도 합니다. 선진국일수록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들과 농민들을 귀하게 여기고 존중해 주고 있습니다. 쌀 한 톨 생산하고 배추 한 포기 키워내는데 뿌려지는 땀방울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는 말로만 선진국 운운 하지 말고 산업의 최 일선에서 이름도 없이 묵묵히 땀 흘리며 우리나라의 기초를 다지고 있는 노동자들과 농민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가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배추 값의 교훈을 통해 깨닫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상도 목사 / 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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