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호지원 방식에서 개발지원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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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구호지원 방식에서 개발지원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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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0.07.0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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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배 교수 <숭실대학교>

현실적으로 NGO 차원에서 북한 경제체제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한계 아래서 기독교 대북 NGO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은 북한 경제에 존재하는 시장적 요소를 조금이나마 확산시키는 것이다.

현재 북한에는 시장이 형성돼 있어 주민들이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식량을 구입할 수 있다. 이런 경제적 상황에서 기독교 대북 NGO들이 종합시장을 거치지 않고 해당 지역이나 주민들에게 물품을 공급하는 직접 지원 방식과 지원 물품을 종합시장에 방출해서 시장을 통해 주민들이 물품을 공급받을 수 있는 간접 지원 방식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기독교 대북 NGO가 종합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물품의 양은 적은 것이어서 실질적으로 시장 가격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간접 지원 방식은 북한 주민들에게 시장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상징적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이런 제안에 대해 NGO의 비영리성이나 비상업성을 들어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북한 경제가 처한 특수성을 고려해보면 NGO의 본래적 특성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지원되는 물품을 시장을 통해 공급하는 방식이 북한 경제에 시장적 요소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경제윤리적으로 정당화 될 수 있다.

인도적 지원의 중심을 물자원조에서 개발원조로 이동시켜야 한다. 현재까지 기독교 대북 NGO들의 활동은 대체로 물자원조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로의 이행을 염두에 두면 북한의 경제 주체들을 수동적이고 타율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긴급구호지원방식보다 그들을 능동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로 세울 수 있는 개발지원방식이 더 바람직하다. 따라서 대북지원 NGO들은 긴급구호지원방식에서 개발지원방식으로 활동의 중심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또한 기독교 대북 NGO는 어떻게 민간기업에 의한 경제 협력을 활성화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효율성이나 자립성의 측면에서 개발원조가 물자원조보다 더 나은 원조 방식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개발원조도 북한 주민의 경제적 삶을 제도적으로 안정화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것 또한 근시안적 조치에 불과하다는 부정적 평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대북지원 NGO도 북한 정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기독교 대북 NGO도 그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민간기업의 사업에 대해 북한이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기독교 대북 NGO는 어떻게 자신의 활동과 민간기업의 진출을 결합시켜 민간기업에 의한 경제협력을 활성화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런 고민과정에서 기독교 대북 NGO는 민간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이때 대북지원 NGO는 창구가 되어 대북 접촉을 담당하고 민간기업은 사업을 시행한다. 사업 자금은 대북지원 NGO와 민간기업이 공동으로 출자한다. 이런 공동출자를 통해 전자도 기업경영에 관여하면서 후자의 지나친 이윤추구를 제어할 필요가 있다. 민간기업의 지나친 이윤추구는 시장에 대한 이미지를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방안과 아울러 기독교 대북 NGO가 기업적 메커니즘을 차용해 자체적으로 사회적 기업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기독교 대북 NGO는 개별 교회들을 자신의 서포터로 세우는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통일문제나 북한문제에 대한 일반시민들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기독교인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개별 교회 차원에서 통일문제나 북한문제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미미한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현실은 복음의 정신에 위배된다. 교회의 머리되신 예수님은 분열된 이들을 하나로 만드시는 평화의 주님이시기 때문이다(엡 2:14~16). 따라서 개별 교회들은 평화 정착, 북한경제 회생, 통일 실현 등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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