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법무 “사형집행 검토” 발언에 교계 ‘발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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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법무 “사형집행 검토” 발언에 교계 ‘발끈’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0.03.1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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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태 이후 사형 여론 확산...교계 “생명경시 조장, 큰 혼란 올 것”

김길태 사건 이후 사형 집행에 대한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16일 “사형집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에 교계에서 사형집행을 반대해온 단체들은 사형집행에 대한 민감성과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여론에 따른 움직임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장관은 “청송교도소에 사형 집행시설을 설치하고 사형선고를 받은 흉악범을 엄격히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사형집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국민의 법감정과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일부가 사형 집행을 주장하고, 주무 장관이 사형 집행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정부가 사형 집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17일 논평을 통해 유감을 표명했다. 기장은 “인간의 생명은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에서도 박탈할 수 없다”고 말하고 “사형 집행은 회개와 용서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기에 기독교 복음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사형 집행을 통해 강력범죄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봉책에 불과하며 그 효과도 의심스럽다”며 “사형집행이 아니라 폭력과 물질중심, 생명 경시의 문화를 극복할 수 있는 진지하고 다각적인 논의를 거쳐서 근원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장 정상복 목사는 “법무부 장관이 그런 발상을 가진 것은 아주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고 “사형제 부활이나 사형 집행시설 설치 발상은 인간의 존엄성이나 민주적인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의평화위 황필규 국장은 “김길태 사건이 여론의 주목을 받아서 법무부 장관이 사형 재개을 언급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라며 “재판 과정 중에 있고 민주적인 프로세스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형감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이 할 말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한국기독교사형폐지운동연합회 상임대표 문장식 목사는 “살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여론에 따라 장관이 변하면 되겠느냐”며 신중하지 못한 처신이라고 비판하고 “여론에 편승해 사형을 집행하게 되면 정부가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목사는 또 “세계적인 인권 상황이나 외교상의 문제도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두 분의 전직 대통령이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사형집행을 보류했다. 후임자가 쉽게 집행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사형 집행 자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문 목사는 “사형집행이 재개되면 인간의 존귀한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만 조장될 것이고, 큰 혼란이 올 수 있다”고 우려하고 “흉악범이라도 선도하는 대책, 생명을 존중하는 교육과 운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회협 정의평화위는 오는 22일 회원교단 대표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가 사형집행  재개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대한 교계의 우려를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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