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62)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는 영적 복음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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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복음(62)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는 영적 복음의 특징
  • 승인 2007.07.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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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도문(1) 수직적 관계를 강조하는 영적 복음의 특징


▲ 김경진교수·백석대 기독신학대학원

다른 복음서와 구별되는 누가복음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영적 복음서로서 기도에 대한 강조이다. 앞서 우리는 누가복음에 모두 9번에 걸쳐 주님의 기도가 소개되고 있는데, 그 중 오직 2번의 경우, 즉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기도(눅 22:39)와 십자가 위에서의 기도만(눅 23:34) 다른 복음서와 중복이 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이러한 통계적 결과는 누가복음을 가난한 자와 소외된 자들을 향한 사회복음적 성격 외에 성령에 대한 강조와 함께 영적 복음의 신령한 의미를 아울러 우리에게 제시하여 준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누가복음은 사회복음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 수평적 측면과 기도와 성령에 대한 강조에서 드러난 수직적 측면 양쪽을 모두 추구하고 있는 매우 균형 잡힌 복음서임을 발견하게 된다.

누가복음 11장은 기도를 특별히 강조하는 누가복음에서 두 개의 기사가 연속적으로 등장하면서 그 악센트를 더욱 분명하게 고취시키고 있다; 주기도문(11:1-4), 간청하는 친구 비유와 그 해설(11:5-13). 이처럼 두 개의 이야기를 함께 묶어 소개함으로써 저자의 강조점을 크게 부각시키는 것이 누가복음의 문학적 특징임은 이미 지적한 바 있어 명료하다.



알다시피 주기도문은 마태복음에서 보다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는데(마 6:9-13), 그 형태가 짧은 누가복음의 본문이 아마도 본래의 전승에 가까울 것이라는 학자들의 견해가 있으나 결정적이지는 않다. 두 병행 기사를 비교할 때, 먼저 마태복음의 경우는 바리새인들의 위선적 종교행위를 비판하는 가운데 가식적 기도를 책망하는 과정 중에 소개됨으로써 올바른 기도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에 누가복음은 주기도문의 근원, 즉 본래 주기도문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를 알려준다. 즉 일방적으로 주님이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세례 요한이 그 제자들에게 기도를 가르쳐준 사실을 근거로 기도를 가르쳐달라는 제자들의 청원에 대한 응답으로써 제시된다. 이처럼 복음서 저자들은 같은 사건 혹은 이야기라 할지라도 각각 염두에 둔 목적에 따라 자료를 이동 배치함으로써 그 신학적 의도를 여실하게 드러낸다.



누가복음의 주기도문은 마태복음보다 짧은 것 외에 달리 표현된 곳도 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에서 마태복음은 “오늘날”(today)을 사용하나(마 6:11), 누가복음은 “날마다”(everyday)를 사용함으로써(눅 11:3), 보다 그 간구를 절박하게 만든다. 특별히 ‘날마다’(kath hemeran)는 마태와 마가복음에는 한 번씩 등장하는데 비해(마 26:55; 막 14:49), 누가복음에는 5번 사용되는 저자 누가의 애용어로서(눅 9:23, 11:3, 16:19, 19:47, 22:53) 사용될 때마다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마태복음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마 6:12)라고 되어 있으나, 누가복음에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눅 11:4)라고 기록되어 있다. 원문에 의하면, 그것은 ‘용서하오니’라기보다는 ‘용서하는 까닭에’로 번역됨이 옳다. 이는 하나님과 협상하려는 시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마태 본문의 모호성을 분명히 밝히려는 의도로서 풀이된다. 아울러 마태복음은 유대인 독자들을 염두에 둔 채 죄를 빚(opheilemata)이란 단어로 표현하는데 반해, 누가복음에서는 이방인 독자를 위해 직접적으로 죄(hamartia)란 단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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