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모세 유형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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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모세 유형론
  • 승인 2005.10.1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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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상설교가 끝난 후 주님은 산에서 내려와서 다음 번의 설교, 즉 전도 파송 설교(10장)가 나오기까지 민중(民衆) 가운데서 사역하는 것으로 묘사된다(마 8, 9장).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장(8, 9장)에 기록되어 있는 주님의 기적이 꼭 열 가지라는 사실이다.


<‘문둥병자의 치유’(마 8:1~4), ‘백부장 하인의 중풍 병 치유’(8:5~13), ‘베드로 장모의 열병 치유’(8:14~17), ‘풍랑을 잔잔케 함’(8:23~27), ‘가다라 광인(狂人)의 치유’(8:28~34), ‘또 다른 중풍병자의 치유’(9:1~8), ‘혈루증 여인의 치유’(9:20~22), ‘회당장 야이로의 죽었던 딸을 살리심’(9:18~19, 23~26), ‘두 소경 치유’(9:27~30), ‘벙어리 치유’(9:33~34)>.


한 번의 자연 기적을 제외하고는 대개는 질병 치유가 그 사역의 주종을 이루고 있다. 그러면 왜 하필이면 열 개의 기적 이야기가 등장하는가? 이에 대해서 학자들은 이 열 가지 기적을 출애굽 당시 모세가 애굽 백성들에게 행한 열 가지 재앙 기적과 대조하여 풀이한다.


이러한 묘사에는 마태복음 기록 당시 마태의 교회를 공격하는 회당 유대교를 염두에 두고, 예수님을 새로운 모세(New Moses)로서 옛 모세(Old Moses)보다 더욱 권세 있고 위대한 분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저자 마태의 의도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태복음에는 예수님이 모세와 유사한 체험을 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이를 모세 유형론(Moses Typology)이라 부른다. 이런 특징은 앞선 글에서 다루었던 6개의 대립 명제에서도 발견된다. 거기서 “옛 사람에게 말한 바”는 회당이 최고의 권세로 간주하는 모세의 율법을 가리키는데, 이와 대조하여 그보다 더 권위 있게 소개되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는 주님의 말씀으로서, 역시 모세보다 더 위대하고 권위 있는 분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소개되는 것이다.


그 밖에 모세 유형론의 다른 내용을 들자면, ‘바로 왕의 남아 학살’(출 1:22) / ‘헤롯 왕의 남아 학살(마 2:16); 모세의 미디안 광야로의 피신’ / ‘성(聖) 가족의 애굽으로의 피신; 모세의 40년 간의 미디안 광야에서의 생활’ / ‘주님의 30년 간 갈릴리에서의 생활; 모세의 홍해 바다 건넘’(출 14장, 이를 바울은 세례로 표현한다. 고전 10:2) / ‘주님의 요단 강에서의 세례’(마 3:13; 모세의 40일 금식(출 34:28) / ‘주님의 40일 금식’(마 4:2); 모세의 시내 산에서 십계명을 받음(출 24:15~17) / ‘주님의 산에 올라 새 율법을 가르침’(마 5:1~7:29); 모세의 열 개의 재앙 기적(출 7~12장); 주님의 열 가지 기적(마 8~9장) 등등.


이러한 모세 유형론의 특징은 모세와 예수님을 대조하되 주님을 모세보다 월등히 더 위대하고 권세 있는 분으로 소개함으로써 모세를 최고의 권위로 간주하는 회당 유대교의 주장을 무력화시킴으로써, 결국 마태가 대변하고 있는 기독교가 유대교의 분파로서 하나의 아류(亞流)가 아니라, 오히려 유대교를 완성한 더 나은 종교 및 신앙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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