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자녀와 함께할 시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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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자녀와 함께할 시기가 있다
  • 승인 2008.11.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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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대학 교수가 특강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미국의 클린턴 행정부 시절, 브레인으로 촉망받던 노동장관 로버트 라이시가 갑자기 사의를 표명하였다. 그가 사퇴를 한 이유는 일과 가정의 불균형으로 가족관계가 흐트러져 교감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가족 구성원들간의 관계 회복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 가보니 가족들은 이미 대합조개가 되어 있었다고 한다. 대합조개는 하루에 두 번, 밥 먹을 때와 배설할 때만 입을 벌린다. 이와 마찬가지로 자녀들도 밥을 먹거나 불평할 때 외는 자신에게 일체 말을 건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자녀들이 필요한 때에, 관심을 보이지 못한 자신의 무책임함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물론 미국과 우리의 문화 사이에는 간격이 있고 요즈음처럼 경기다 좋지 않을 때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의 활동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가족 개개인에게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할 수밖에 없는 애틋한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녀들이 아버지를 찾고, 아버지의 존재를 그리워할 때, 비록 힘들고 여건이 허락하지 않더라도 자녀들의 옆에 있어 주어야 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보여주어야 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해지는 법이기 때문이다. 가장이라는 이유로, 또, 자녀들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자녀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버지들은 자녀를 위해 희생을 하고 봉사를 하는 것을 기쁘게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많은 가족들이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이 어려운 시기 힘을 다해 생계를 책임지고 있으니 가족들이 이해할 것이다.” “적어도 우리 가정만큼은 나를 기다려 줄 것이다.”고 생각한다.



물론 가족들은 아버지의 이러한 모습을 이해할 것이다. 그러나 가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가장을 무한정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자녀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시기에 가장으로서 그들과 눈높이를 함께 하면서 보내는 시간은 아버지로서의 신뢰감을 높일 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추억을 쌓아가는 좋은 경험으로 자리 잡아 행복한 가정의 요람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다.                                   

                                                          <한서대학교 대우교수·유아다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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